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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Elon Musk)가 트위터를 인수한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계를 선도하는 모양새다. 트위터가 먼저 실험적인 서비스나 결정을 내리면, 이어 메타(Meta)가 뒤따르고 있어서다. 예컨대 메타는 최근 트위터가 먼저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미국 대통령 계정을 복원하자, 뒤늦게 같은 결정을 내렸다.
유료 구독 서비스도 그렇다. 지난해 머스크는 트위터를 사들인 후 기능을 추가한 유료 구독 서비스 ‘트위터 블루(Twitter Blue)’를 선보였다. 트위터 블루의 주요 기능은 이른바 ‘파란 딱지’를 붙여주는 것이다. 파란 딱지란 쉽게 말해 인증 마크다. 트위터가 해당 계정이 사용자 본인 소유가 맞다는 걸 공인해준다. 이외 트윗 편집, 신기능 사용 등 혜택이 주어진다.
머스크표 트위터 블루가 샘났을까. 이번에도 메타가 트위터 뒤를 따라 유료 구독 서비스를 준비했다. 2월 20일(현지시간)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본인 페이스북에서 메타표 유료 구독 ‘메타 베리파이드(Meta Verified)’ 출시를 알렸다.
메타는 이번 주 안에 유료 구독 서비스를 선보일 방침이다. 호주, 뉴질랜드를 시작으로 점차 많은 지역에서 메타 베리파이드를 제공할 계획이다. 구독 요금은 웹 기준 월 11.99달러(1만5000원)이다. 안드로이드나 iOS 앱 마켓을 이용하면 14.99달러(1만9500원)이다.
유료 구독을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다. 뉴욕타임스(NYT)에 의하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유료 구독을 이용하려면 각각 요금을 지불해야 하지만, 메타 측은 향후 번들(묶음) 유료 구독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결제 방법부터 트위터 블루와 닮았다. 트위터 블루 역시 웹과 앱 마켓 결제 가격을 나눴다. 트위터 블루 웹 구독은 8달러(1만400원), 앱 마켓 결제는 11달러(1만4300원)이다. 사용자들을 웹 결제로 유도하고 있는 것. 웹과 앱 마켓 가격 차이가 3달러라는 점도 같다. 가격대만 다른 수준이다. 메타 유료 구독이 트위터 블루보다 4달러 더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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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혜택도 트위터 블루를 연상케 한다. 메타 베리파이드는 구독자 계정에 인증 배지를 달아준다. 메타가 직접 계정 사용자를 확인하고, 공증해준다는 점도 비슷하다. 메타에 따르면 인증 배지를 받으려면 계정의 활동 기록이 필요하며, 사용자 연령이 만 18세 이상이어야 한다. 또 메타는 사용자 신분증을 받아 계정 프로필 정보와 일치 여부를 확인한다.
인증 배지 부여 영역을 개인으로 확대했다는 점도 트위터 블루와 같다. 과거 메타는 별도 인증 배지 부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으나 기업이나 단체 정치인, 언론인 등 공인으로 한정됐다.
아마 메타는 머스크표 트위터 블루가 겪은 어려움을 유심히 지켜본 듯하다.
머스크표 트위터 블루는 시작이 좋지 않았다. 초기에 아무 계정에 인증 배지를 달아주는 바람에, 사칭 계정이 우후죽순 생겨났기 때문이다. 심지어 머스크 본인을 사칭한 계정이 등장하기도 했다. 기업 사칭 계정도 도마 위에 올랐었다. 예컨대 한 사용자는 미국 제약회사 사칭 계정 허위 사실을 유포해, 해당 기업에 적지 않은 피해를 입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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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머스크는 지난해 11월 트위터 블루 서비스를 잠정 중단했다. 당시 머스크가 트위터 블루를 재출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였다. 머스크는 약 한 달간 트위터 블루를 재정비했다. 인증 배지 부여 절차를 손봤고, 계정 성격에 따라 다른 색의 인증 배지를 부여하기로 했다. 이와 달리 메타는 구독 서비스 첫 발표부터, 인증 절차를 확립했다.
메타는 한술 더 떠, 사칭 예방 모니터링까지 제공한다. 메타 측은 “온라인에서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사칭이 증가하고 있다”며 “사전 예방적 계정 모니터링을 통해 더 많은 사칭 보호 기능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타는 사실상 머스크표 트위터 블루 논란에서 배운 교훈을 토대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메타가 잘나가는 서비스를 벤치마킹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메타는 짧은 동영상 형식인 숏폼으로 틱톡이 급부상하자, 릴스를 내놓았다. 클럽하우스가 인기를 얻자 라이브 오디오룸이라는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디스코드 음성채팅과 닮은 기능 테스트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해 12월 시행한 인스타그램 캔디드 스토리는 비리얼의 주요 기능과 닮았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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