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는 회사의 차량에 오토파일럿(Autopilot)과 FSD(Full Self-Driving)와 같은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을 제공하고 있다. 이 기능은 자율주행 레벨 2에 해당한다. 자율주행 레벨은 레벨 0~레벨 5로 나뉘는데, 레벨 2까지는 인간이 적극적으로 차량을 제어해야 한다. 완전한 자율주행이라고 할 수 없다. 말 그대로 자율주행 ‘보조’ 기능인 것이다. 물론 보조 기능이지만 꽤 인상적인 경험을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테슬라가 해당 기능이 마치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것으로 홍보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16년, 테슬라는 오토파일럿 시스템을 홍보하고자 광고 영상을 게재했다. 해당 영상에는 테슬라의 ‘모델 X’ 운전자가 핸들을 잡지 않고 주행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영상 속 차량은 미국 캘리포니아 멘로 파크(Menlo Park) 한 주택에서 팔로 알토(Palo Alto)에 있는 테슬라 본사까지 이어진 도로를 자율주행한다. 이후 테슬라 본사에 도착한 차량은 주차까지 스스로 완벽하게 해낸다.

영상에서 테슬라는 “운전자는 법규 때문에 자리에 앉아 있을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차량이 스스로 운전한다”고 홍보했다. 당시 일론 머스크 CEO 역시 오토파일럿이 인간보다 더 낫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광고 영상만 보면 테슬라 차량의 ADAS 시스템만으로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하지만 해당 광고 영상은 ‘진짜’가 아니었다.
“홍보를 위한 연출이었을 뿐’…내부 관계자의 증언에 발칵 뒤집힌 테슬라

지난 17일(현지 시간) 로이터는 내부 관계자 증언을 토대로 테슬라의 지난 2016년 자율주행 광고 영상은 실제 자율주행 장면이 아니라 연출된 것이었다고 전했다. 지난 2018년, 애플의 기술자 월터 황(Walter Huang)이 테슬라 차량을 몰다가 사고로 사망했다. 유족들은 테슬라의 자율주행 광고 영상을 문제 삼아 테슬라에 소송을 제기했다. 로이터는 해당 소송의 법정 진술서를 확보했고, 바로 이 진술서에 문제가 되는 증언이 담겨 있었다.
아쇼크 엘루스와미(Ashok Elluswamy) 테슬라 소프트웨어 이사는 진술서에서 영상에 나온 일부 모습은 당시 기술로 구현하기 어렵고, 연출된 것이라고 증언했다. 엘루스와미는 테슬라에서 오토파일럿과 테슬라봇 엔지니어링 디렉터를 맡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영상에서 자율주행을 한 경로는 모두 사전에 3D 매핑돼 있었다고 밝혔다. 3D 매핑은 도로의 모양을 3차원 입체 지도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즉, 실시간으로 도로를 파악해 자율주행한 것이 아니라, 미리 입력된 도로 모양에 따라 차량이 달렸다는 것이다.
엘루스와미에 따르면 영상 속에서는 운전자의 개입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상황은 달랐다. 영상을 찍기 전 테스트 주행 당시, 차량에는 운전자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했다. 또한 자율 주차를 하는 모습을 찍기 위해 연습할 때는 테스트 차량이 테슬라 사옥 담장에 충돌하기도 했다고 그는 전했다.
과장 광고가 시스템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해…사망 사고로 수사에 직면한 테슬라

한편, 테슬라의 자율주행 보조 시스템과 관련한 충돌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18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한 운전자가 오토파일럿을 사용하던 중,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2019년 미국 플로리다에서도 오토파일럿 시스템을 사용하던 운전자가 사고로 사망했다. 두 운전자의 공통점은 모두 핸들에서 손을 뗀 채 운전했다는 점이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 보고된 자율주행 보조 시스템과 관련한 사망 사고는 모두 18건이었다. 1건을 제외하고 모두 테슬라의 차량에서 발생한 사고였다.
여러 번의 사고 발생이 누적되자, 비판의 칼날은 테슬라를 향했다. NHTSA도 테슬라의 과대광고 관행을 지적했다. 회사의 자율주행 시스템에 대한 과장 광고가 운전자를 과도하게 시스템에 의존하게 했고, 이것이 부주의한 행동으로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결국 지난해 말, 미국 법무부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시스템 과장 광고 혐의에 대한 정밀 수사를 시작했다.
기술력 좋은 건 맞지만…핵심은 진짜보다 ‘과장 광고’했다는 점
테슬라의 자율주행 시스템은 경쟁사 대비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아직 테슬라 이외에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도 자율주행 부분에서 완성형이 아니다. 그렇기에 테슬라의 차량에서 발생한 충돌 사고가 회사의 기술력 결함이라고 판단하기엔 섣부르다.
다만, 핵심은 테슬라가 회사의 자율주행 보조 시스템을 실제보다 과장되게 광고했다는 점이다. 그로 인해 사람들의 안일함을 야기했고, 결국 여러 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물론 테슬라는 시스템을 사용하는 고객이 운전대를 잡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명시했었다. 하지만 한 줄의 텍스트가 영상의 파급력을 이길 수 있을까. 테슬라의 자율주행 광고 영상을 둘러싼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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