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말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Amazon)이 대규모 해고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해고 대상은 총 1만여명으로, 역대 최대 인원 감축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정리 해고 시점은 홀리데이 시즌, 즉 연말연말연시로 예상됐다. 사실이었다. 예견된 시점이 되자, 아마존이 사상 최대 규모 해고 계획을 직접 밝혔다.
4일(현지시간) 외신 CNBC는 아마존이 직원 1만8000여명을 해고할 방침이며, 감원은 오는 18일부터 시작된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예상보다 두 배가량 많은 수치다. 아마존 총 직원 수는 150만여명 정도로 알려졌다. 시간제 근로자를 제외하면 30만여명이 아마존에서 근무하고 있다. 아마존이 대량 해고를 공식화하면서, 적지 않은 이들이 짐을 싸게 됐다.
아마존은 지난해 11월 인원 구조조정을 시사했으나, 이처럼 일찍 자세한 내용을 공유하지 않으려 했다. 앤디 제시(Andy Jassy) 아마존 최고경영자에 따르면 한 직원이 대량 해고 계획을 외부로 유출해버리는 바람에, 예상보다 빠르게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게 됐다. 그는 “원래라면 영향을 받는 직원(해고 대상)들과 얘기하기 전까지 기다린다”고 말했다.

이번 해고는 사상 최대 규모인 만큼, 많은 부서에서 감원이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특히 아마존 스토어에서 근무하는 매장 직원, PXT(사용자 경험·기술) 분야 직원들이 주 해고 대상이다. 그나마 아마존은 떠나는 직원들을 위한 보상안을 마련했다. 제시 CEO는 “퇴직 수당, 건강 보험 혜택, 외부 취업 지원을 포함한 패키지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수요가 늘어나면서 빅테크 업계는 호재를 맞았다. 하지만 이는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경기 침체, 인플레이션과 같은 악재로 인해 많은 빅테크 업체들이 예상을 밑도는 성적표를 받았다.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업체들은 인원을 감축하고, 돈이 되지 않는 프로젝트를 폐쇄하기 시작했다. 아마존도 이들 중 하나였다.
실제 아마존은 코로나19 기간 대규모 직원 채용을 이어갔다. 지난 2019년 아마존 직원 수는 총 80만명이었는데, 이듬해 40만명을 늘렸다. 하루에 1000명씩 직원을 추가로 채용한 셈이다. 2021년 말 기준 아마존 직원 수는 160만명까지 늘어났다. 코로나19 전과 비교하면, 아마존 직원 수는 거의 두 배나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아마존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실적을 기록하면서부터다. 지난해 3분기 아마존 매출은 약 15% 상승했지만, 순이익은 9%감소했다. 1~2분기에 매출이 소폭 늘었지만, 순손실은 여전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아마존 주가는 거의 반토막 났다. 시가 총액 역시 1조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4분기 전망도 밝지 않다. 아마존은 4분기 매출이 예상보다 낮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마존은 부진한 사업도 하나둘 접기 시작했다. 예컨대 아마존은 올해 준비해온 ‘아마존 케어’를 중단했다. 아마존 케어는 오랜 기간 아마존이 준비해온 원격 의료 서비스다. 이뿐 아니라 지난 2019년부터 시범 운영한 배달 로봇 사업 ‘스카우트’도 중단했다. 동시에 스카우트 담당 직원들에게 업무 전향을 지시했다고 알려졌다.
또 아마존은 2021년 선보인 ‘글로우’ 판매도 중단했다. 글로우는 화상통화, 퀴즈 풀기, 그림 그리기 기능을 제공하는 어린이용 스마트홈 제품이다. 콜센터나 오프라인 매장도 대폭 감축했다. 아마존은 미국에서 한 곳을 제외한 콜센터를 전부 없앴고, 미국과 영국 전역에 위치한 오프라인 매장 68곳과 물류창고 44곳을 폐쇄했다.

앤디 제시 CEO도 아마존이 최근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연간 계획의 일환으로 회사 경영진은 인력 수준과 미래 투자를 살펴보고 우선순위를 정했다”며 “올해 진행한 검토는 불확실한 경제와 지난 몇 년 동안 빠르게 채용한 것 때문에 더욱 어려웠다”고 부연했다. 이어 이번 대규모 해고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최근 빅테크 업계를 중심으로 거센 해고 칼바람이 불고 있다. 메타는 전체 직원의 13%에 해당하는 1만1000명을 감축할 계획이다.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트위터 인수 이후 직원을 절반(3700여명)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외 스냅은 직원의 20%, 차량공유 업체 리프트(Lyft)는 13% 직원을 해고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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