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자녀로 둔 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자녀의 스마트폰 중독이다. 이들을 스마트폰 중독으로 이끄는 가장 큰 원인은 역시나 소셜미디어(SNS)다. 미국에서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이 아이들을 망쳤다며 모회사 메타를 대상으로 청소년의 부모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소송의 원고는 일리노이, 텍사스, 플로리다 등 미국 8개 주의 청소년 이용자 부모들이었다. 이들은 “SNS가 알고리즘으로 청소년의 발목을 붙잡고 집착하도록 해 삶을 망가뜨렸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한 청소년이 SNS 중독 증세를 보이다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도 있었다.

국내 청소년들도 과하게 SNS에 몰입한다는 이야기가 많다.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초등학생과 중고생의 인터넷 이용 시간은 하루 약 8시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평균 수면 시간과 맞먹는 수치다. 특히 이들이 인터넷으로 가장 많이 접속한 것 중 하나가 SNS였다. 청소년 중 인스타그램 이용 경험이 있는 이들은 무려 81.6%였다. 이는 20.6%인 지난 2019년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교류가 증가하면서 나타난 결과라고 분석된다.
그런데, 이렇게 늘어나는 SNS 이용 경험을 걱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최근 한 연구에서는 SNS를 더 자주 쓸수록 청소년의 두뇌 발달 방식이 바뀐다는 결과가 나왔다.
소셜미디어 자주 확인할수록 사회적 반응에 대한 인지 영역 민감해져

지난 3일(현지 시간) 발표된 미국의학협회저널 소아과(JAMA Pediatrics) 연구에 따르면 SNS 플랫폼을 더 자주 확인하는 청소년일수록 일반적으로 사회적 피드백에 더 민감할 가능성이 높다. SNS는 우리에게 ‘좋아요’나 다이렉트 메시지(DM) 등 다양한 알림을 보낸다. 이러한 알림은 청소년 사용자가 더 자주 SNS를 확인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연구는 설명했다.
그런데 알림에 이끌려 SNS를 자주 확인하면 할수록 청소년의 두뇌 발달 방식이 바뀌는 모양이다. 연구는 SNS를 자주 확인하는 습관이 두뇌 발달에 어떤 영향을 알아보고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시골 지역의 12~13세 학생 169명을 연구했다. 대상이 된 학생들은 3년 동안 소셜미디어 활동을 보고했다. 동시에, 매년 화면에 표시된 행복한 표정과 화난 표정에 대한 신경 반응을 확인하고자 뇌 자기공명영상(fMRI)을 촬영했다.
연구 결과, 소셜미디어를 하루 15번 이상 사용한 학생들은 사회적 반응에 대한 인지, 감정 표출에 관한 뇌 영역이 더욱 활성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소셜미디어를 자주 확인하지 않는 집단에서는 해당 영역의 활성화 정도가 낮았다.
청소년이 주변 사람의 피드백에 민감해지는 것을 시사…아직 더 많은 연구 필요해
연구진은 해당 연구가 소셜미디어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며 성장하는 청소년이 또래의 피드백에 예민해진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주변 반응을 더 의식하고 민감해진다는 얘기다. 연구에 참여한 에바 텔저(Eva Telzer) 교수는 이런 결과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아직 모른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변 반응을 지나치게 의식해 중독적인 SNS 사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지만, 청소년이 세상을 탐색하고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피드백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다고 해서 당장 나쁜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해당 연구는 잦은 SNS 사용과 청소년 두뇌 발달 변화가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청소년기 초반에 뇌가 얼마나 빠르게 변화하는지 실감 나게 보여준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하지만 정확히 SNS의 잦은 사용이 두뇌 발달에 안 좋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일정 기간 SNS 사용을 막고자 청소년의 스마트폰을 빼앗았을 때, 뇌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살펴보는 비교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텔저 박사는 청소년기가 유아기에 이어 두 번째로 가장 많은 두뇌 발달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청소년기는 SNS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시기임과 동시에 두뇌도 가장 많이 발달하는 시기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가급적 이 시기 SNS 사용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권장하고 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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