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텔(Intel)은 지난해 자사 제품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1분기 실적 발표 때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일부 제품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어 2분기에 5억달러 상당 손실을 기록하자, 다시 한번 제품 가격을 올리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인텔은 인상 대상이 무엇이며, 인상폭이 얼마나 되는지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중앙처리장치(CPU), 마더보드를 비롯한 다양한 부품 가격이 늦어도 4분기까지 오를 전망이며 오름폭이 최대 20%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또 차세대 CPU, 13세대 랩터레이크 가격 상승도 예상했다. 조금 늦었지만, 이제 인텔의 가격 인상이 시작됐다. 첫 대상은 12세대 인텔 CPU 엘더레이크 시리즈다.
3일(현지시간) IT 매체 톰스하드웨어(Tom’sHardware)는 인텔이 12세대 엘더레이크 CPU 권장소비자가격(MSRP)을 높였다고 밝혔다. 인상 대상은 i3부터 i9 라인업까지, 12세대 인텔 CPU 모든 제품이다. 다행히 20% 가까운 가격 인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조정폭은 제품별로 조금씩 다르나, 대부분 원래 가격의 10% 선에서 인상됐다.

12세대 최고 라인업에 속한 i9-12900K의 경우 기존 589달러에서 59달러 오른 648달러가 됐다. 파생형도 비슷한 수준으로 인상됐다. i9-12900KF는 564달러에서 620달러, i9-12900은 489달러에서 538달러, i9-12900은 489달러에서 538달러로 인상됐다. 참고로 제품명 뒤 알파벳 K는 오버클럭, F는 내장 그래픽 제외, KF는 오버클럭·내장 그래픽 제외 모델을 의미한다.
다른 12세대 CPU 라인업 가격도 마찬가지다. i7-12700 시리즈는 31~41달러, i5-12600 시리즈는 17~29달러, i3 라인업은 10~14달러 선에서 인상됐다. 인텔이 홈페이지 출고가 정보만 조용히 바꿨기에, 아직 가격 인상을 체감할 순 없다. 유통업계에서 기존 가격 그대로 판매하고 있어서다. 조만간 새 재고가 들어오면 판매 가격은 오를 전망이다.
인텔이 12세대 CPU 가격을 조정하면서, 예상치 못한 현상도 발생했다. 13세대 랩터레이크 가격이 12세대 엘더레이크 보다 저렴해졌다. 현재 13세대 i9-13900K 모델 MSRP는 589달러로, 인상 전 12세대 동일 라인업과 같다. 현재 12세대 i9-12900K 가격은 648달러다. 허나 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12세대 가격이 오른다는 건 조만간 13세대 가격도 인상된다는 걸 의미한다. 지난해 1년 동안 가격 인상 의지를 밝힌 인텔이 더 좋은 성능을 지닌 차세대 CPU를 싼 가격에 판매할 가능은 낮다. 외신 wccf테크(wccfTech)도 “이번 가격 인상이 12세대에만 국한되지 않고 조만간 13세대 랩터레이크 라인업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엔비디아는 지난해 RTX 40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MSRP를 대폭 높였다.
최고 라인업인 RTX 4090은 무려 1599달러에 책정됐다. 이는 전작인 RTX 3090(1499달러) 대비 100달러 비싸진 것이다. 하위 라인업인 RTX 4080 가격은 더 크게 올랐다. RTX 4080은 12GB 모델이 899달러, 16GB 모델이 1199달러였는데 12GB 모델이 사라졌다. 그 결과 RTX 4080 16GB 모델은 RTX 3080(699달러) 대비 500달러나 비싸졌다.
RTX 4080 12GB 모델을 재탕한 RTX 4070 TI 가격도 만만치 않게 비싸다. RTX 4070 TI 출고가는 799달러로, 이전 세대 동일 라인업인 RTX 3070 TI(599달러)보다 200달러 웃돈을 줘야 한다. 물론 RTX 40 시리즈가 전작 대비 더 좋은 성능을 보여주는 건 맞다. 허나 RTX 40 시리즈 가격 인상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PC 가격도 적지 않게 오를 듯하다. CPU와 GPU는 PC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며, 인텔과 엔비디아 제품이 주류이기 때문이다. 물론 AMD와 같은 대체제도 있으나, 두 회사 제품만큼 많이 쓰이진 않는다. 조금이라도 PC를 저렴하고 구성하고 싶다면, 앞으로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구매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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