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e

    ‘이곳’마저 TSMC에 빼앗긴 삼성의 현 상황

    삼성전자의 12나노급 D램 (출처 : 삼성전자 뉴스룸)

    반도체는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 반도체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D램, S램, 롬 등 정보 저장을 용도로 하는 반도체를 말한다. 삼성전자가 오랜 시간 업계 1위를 유지했던 부분도 바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다. 반면 비메모리 반도체는 연산, 변환, 가공 등 정보 처리를 목적으로 하는 반도체다. 기술 집약적인 기능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엔 컴퓨터의 두뇌로 평가되는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 성능을 좌우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이 비메모리 반도체의 대표적 예로 꼽힌다.

    메모리 반도체는 규격에 따라 종류가 구분된다. 그래서 규격에 맞춰 일률적으로 찍어내는 소품종 대량 생산이 가능한 구조다. 반면, 비메모리 반도체는 생산업체마다 제품 특성이 다르다. 어떤 기능을 담느냐에 따라 종류가 다양해지기 때문에, 다품종 소량 생산하는 구조다. 하지만, 비메모리 반도체는 사용처가 매우 다양하고, 소량 생산으로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다. 게다가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비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70%다. 반도체 기술 대기업이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공략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35년간 한 우물만 팠다…비메모리 반도체 위탁 생산 부동의 1위 TSMC

    (출처 : TSMC)

    특히 다양한 기업 고객의 제품을 위탁 생산하며 대규모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비메모리 반도체 위탁생산 ‘파운드리’가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1위라면, 비메모리 반도체 위탁 생산 파운드리에선 대만 TSMC가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 파운드리에서 가장 중요한 건 미세 공정이다. 반도체를 미세화할수록, 트랜지스터 회로의 집적도가 올라가 작업 효율이 좋아진다. 다시 말해, 반도체를 미세화할수록 성능이 좋아지는 것이다.

    TSMC는 지난 35년간 파운드리에만 집중해왔다. 회사는 가장 뛰어난 미세 공정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를 증명하듯, 애플, 퀄컴(Qualcomm), AMD, 엔비디아(NVIDIA), 미디어텍(Mediatek) 등 주요 기업을 고객사로 보유하고 있다. 특히 애플은 오랜 시간 TSMC에만 반도체 위탁 생산을 맡겨온 단골이다. 기술 업계에서 완벽주의라고 평가되는 애플의 신뢰를 받는 TSMC는 업계에서 인정받는 파운드리 거물이다.

    본격적인 사업한 지 5년밖에 안돼…쫓아가려는 삼성의 고군분투

    (출처 : 삼성전자 뉴스룸)

    반면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파운드리 사업에 공을 들인 건 지난 2017년부터다. 회사는 지난 2017년, 파운드리 사업팀을 독자적인 사업부로 승격시키며 사업 확대에 나섰다. 이때부터 사실상 공격적으로 기업 고객 수주에 나선 셈이다.

    그래서일까. TSMC와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격차가 상당하다. 올 3분기 TSMC는 56.1%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절반 이상을 독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삼성전자는 15.5%를 기록하며 20%도 채 안 되는 점유율을 기록했다. 여기에 든든하게 받쳐주던 메모리 반도체 수요까지 줄어들면서, 결국 삼성은 지난 3분기 전체 반도체 매출액 1위를 TSMC에 내주고 말았다.

    앞서 삼성은 지난 7월, 세계 최초의 3나노 공정 반도체 양산에 성공한 바 있다. 뒤이어 TSMC도 3나노 반도체 양산에 성공하며 삼성에 빈틈을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양사 모두 가장 최신 기술인 3나노 반도체 양산에 성공하면서 이제 어느 회사가 더 나은 공정 수율(생산품 대비 정상품 비율)을 갖느냐가 관건이 됐다. 기술력 증명은 모두 끝났고, 이제 기업 고객들의 선택만 남은 상황. 그런데, 열심히 TSMC 뒤를 쫓던 삼성에게 안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삼성과 TSMC 저울질하던 테슬라, 결국 삼성 뒤로하고 TSMC로

    지난 22일(현지 시간) 대만 디지타임스(DigiTimes)의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는 앞으로 애리조나 TSMC 공장에서 4나노 반도체를 공급받을 예정이다. 대량 생산은 오는 2024년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테슬라는 현재 완전자율주행(FSD) 3.0의 반도체를 삼성전자 14나노 공정에 위탁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 회사가 삼성을 뒤로하고 TSMC에 위탁 생산을 맡긴다고 결정한 것이다.

    회사에 결정에 따라 내년에 출시될 FSD 4.0 반도체는 TSMC의 7나노 공정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이후 2024년에는 TSMC 애리조나 공장에서 생산되는 4나노 반도체를 활용하는 방안이 유력해졌다. 현재 TSMC의 매출 점유율 상위 7개 기업은 애플과 AMD, 미디어텍, 브로드컴(Broadcom), 퀄컴, 인텔(Intel), 후이다 등이다. 정확한 공급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디지타임스는 이번 계약 체결로 테슬라가 TSMC의 7대 고객사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테슬라와 TSMC 계약, TSMC 추격하던 삼성에겐 크나큰 악재

    업계 분석가들은 테슬라와 TSMC의 계약이 삼성에게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TSMC와 삼성 간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격차는 지난해 4분기 33.8%포인트에서 올해 3분기 40.6%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격차를 줄이려고 고군분투하는 삼성인데, 오히려 점점 더 TSMC와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이다.

    이럴 때 테슬라의 TSMC 계약 소식은 삼성에게 좋지 않은 소식임은 분명하다. 물론 차량용 반도체가 두 회사의 매출에 차지하는 비중은 작다. 하지만 점점 더 차량에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하는 것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렇기에 차량용 반도체 수요는 지금보다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양사의 격차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게다가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회사다. 테슬라의 선택이 앞으로 다른 전기차 제조업체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TSMC 애리조나공장 장비 반입식에 팀쿡(왼쪽) 애플 CEO가 참석했다. (출처 : 연합뉴스)

    앞서 애플 역시 오는 2024년부터 TSMC 애리조나 공장에서 4나노 공정 칩을 공급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TSMC는 애플에 이어 테슬라까지 4나노 공정 반도체 고객사를 확보한 것이다. 이것으로 TSMC는 이미 4나노 공정 반도체 수주 물량 대부분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삼성은 있던 고객사도 잃었다. 설상가상으로 1위인 메모리 반도체도 소비자 지출이 줄면서 혹한기라는 이야기가 많다. 회사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어려운 상황을 삼성전자가 어떻게 헤쳐 나갈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수현
    tech-plus@naver.com​

    - Advertisement -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

    Related St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