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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상 앱 애플 ‘프리폼’ 써보고 느낀 메모 앱과 차이점


    애플은 지난 6월 세계개발자콘퍼런스(WWDC)에서 신규 앱 ‘프리폼’을 조만간 출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로부터 반년 뒤, 애플은 iOS 16.2, 아이패드OS 16.2 업데이트와 함께 프리폼을 정식 출시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최신 운영체제(OS)로 업데이트했다면, 자동으로 설치돼 있는 프리폼 앱을 확인할 수 있다.

    사실 프리폼은 마음에 와닿지 않는 앱이었다. 애플은 프리폼이 공동 작업을 지원하는 ‘디지털 화이트보드 앱’이라고 소개했는데, 쓸만한 협업 툴은 널렸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메모 앱과 차이점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메모 앱도 텍스트를 입력하거나, 손글씨 지원, 미디어 파일을 첨부할 수 있다. iOS 15부터는 공유 기능이 더해져, 협업 기능이 구현됐다.

    이는 오판이었다. 직접 사용해보니, 프리폼은 기존 메모 앱과 확연히 다른 앱이다. 물론 앱 안에서 지원하는 도구나 기능은 꽤 유사하나, 두 앱은 활용처가 다르다. 비유하자면 메모 앱은 텍스트 중심 노트에 가깝다. 프리폼은 애플이 말했듯, 화이트보드나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흰 도화지 느낌이다.

    ■ 메모 앱과 프리폼의 도구


    노트든 흰 도화지든 용지 크기만 다를 뿐, 그 안에 내용을 입력하는 데 쓰이는 도구는 비슷한 법이다. 메모 앱과 프리폼도 마찬가지다. 앱 안에서 제공하는 기본적인 작성 도구는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텍스트를 입력 도구, 손글씨 입력 도구, 이미지 첨부, 링크 배너 첨부 등 작성에 필요한 도구는 두 앱 다 지원한다.

    프리폼(위), 메모 앱(아래)

    마이크로소프트(MS) 워드와 파워포인트를 떠올려보자. 워드와 파워포인트는 활용처가 확연히 다른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두 프로그램 모두 텍스트를 입력할 수 있고, 그림을 첨부할 수 있다. 이밖에 두 프로그램에서 할 수 있는 작업은 공통점이 많다. 그렇다고 해서 워드와 파워포인트를 같은 프로그램으로 취급하는 사람은 없다.

    (출처:MS)

    프리폼은 화면 상단에 총 다섯 가지 도구를 제공한다. 차례로 손글씨 입력, 포스트잇, 도형, 텍스트 입력, 미디어 첨부 도구다. 이는 대부분 메모 앱에서도 사용 가능한 도구들이다. 차이가 있다면, 프리폼이 더 많은 객체 입력을 지원한다는 것. 포스트잇이나 도형 같은 기능은 메모 앱에 없다. 프리폼이 시각적 효과를 줄 수 있는 더 많은 도구를 지원한다는 말이다.

    ■ 프리폼은 형식에 제한이 없다

    보통 노트는 페이지 크기가 정해져 있다. 애플 메모 앱도 그렇다. 텍스트를 적거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영역이 한정된다. 노트 페이지를 넘기듯 밑으로 스크롤해서 내용을 더할 수 있으나, 무한한 확장은 불가능하다.

    프리폼은 다르다. 프리폼은 편집 영역이 광활하다. 상하좌우 끊임없이 스크롤 가능하다. 크기가 큰 만큼, 편의상 확대·축소 기능도 제공한다.

    프리폼 화면을 최대로 축소(10%)했을 때

    프리폼의 작성 영역은 얼마나 클까? 확대·축소 기능으로 가늠할 수 있다. 프리폼을 첫 실행했을 때 보이는 화면 크기 비율은 100%다. 이를 최대로 축소(10%)하면, 더 이상 상하좌우 스크롤이 불가능해진다. 이게 프리폼의 최대 크기라는 의미다. 프리폼 작성 영역은 처음 보이는 화면 비율(100%)보다 최소 10배 넓다는 의미다.

    동일한 프리폼 문서를 최대로 확대(400%)했을 때

    애플은 의미 그대로 ‘프리폼(Freeform)’이라는 큰 캔버스를 사용자에게 쥐여준 셈이다.

    ■ 프리폼, 어디에 사용해야 할까

    처음 프리폼을 실행했을 때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흰 작성 영역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어서다. 화면 상단에 몇몇 도구 아이콘이 보였으나, 무엇을 어떻게 적어야 할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다. 몇 번 사용해보니, 프리폼은 활용처도 제약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애플이 큰 종이와 도구를 제공했으니, 활용처는 사용자가 스스로 결정하면 된다는 얘기다.

    프리폼 활용 방안을 꼽자면, 브레인 스토밍이나 브레인 라이팅에 어울릴 듯하다. 브레인 스토밍은 여러 인원이 모여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회의 형식이다. 브레인 라이팅도 많은 사람의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기법이다. 대신 브레인 라이팅은 안건에 대한 아이디어를 용지에 적어 낸다는 차이가 있다.

    (출처:Apple)

    프리폼의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사용 방법과 협업 기능은 두 아이디어 창출 기법에 잘 어울린다. 브레인 스토밍과 브레인 라이팅 모두 최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확보하는 게 목적이며, 정해진 방식이 없기 때문이다. 프리폼을 쓰면, 통화와 페이스타임으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여러 의견을 바로 작성 영역에 반영할 수 있다.

    프리폼은 협업을 통해 작업을 공유할 수 있다. 편집 권한 부여도 가능하다.
    다른 사용자가 프리폼 문서를 수정하면 실시간으로 나타난다.

    협업 기능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프리폼은 개인용으로 괜찮은 앱이다. 예컨대 프리폼은 계획을 짜기 전 머리에 스쳐 가는 아이디어를 정리하거나, 마인드맵처럼 상상력이 필요한 작업에 유용하다. 포스트잇, 700여개에 달하는 도형, 링크 배너 등 메모 앱에 없는 시각적인 효과를 부여할 수 있기에 평소 다이어리 꾸미기에 관심 있다면 프리폼은 안성맞춤이다.

    ■ 애플이 강조한 ‘협업’, 메모 앱에는?

    애플은 프리폼이 단순 메모 앱이 아니라, 더 많은 기능을 제공하는 협업 중심의 툴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애플이 프리폼이 소개한 자료를 보면, 총 21차례나 ‘협업’이라는 단어를 강조한다. 애플 말에 동의한다. 프리폼은 협업 기능을 활용하기에 알맞은 앱이다. 그럼 메모 앱에는 협업 가능 도구가 없을까?

    메모 앱도 협업 기능을 제공한다.

    메모 앱에도 다른 애플 기기 사용자와 작업물을 공유하는 기능이 탑재돼 있다. 단순히 작업물을 전달뿐 아니라, 편집 권한을 부여할 수 있다는 점도 동일하다. 편집 권한을 지닌 사람이 작업물을 편집했을 때 다른 사용자에게 알림이 오는 것도 같다. 거듭 강조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용처가 다른 두 앱이 같다고 보기엔 어렵다.

    메모 앱도 프리폼처럼편집 권한을 별도 부여할 수 있다.

    물론 메모 앱으로도 프리폼처럼 협업 기능을 활용할 순 있다. 허나 작성 방식이 비교적 제한적인 메모 앱에서, 자유롭게 토론하며 빠르게 내용을 정리하기란 쉽지 않다. 굳이 메모 앱으로 협업할 필요도 없다. 차라리 구글 드라이브 문서처럼 더 다양한 기능과 협업 능력을 갖춘 문서 작성 툴을 이용하는 편이 낫다.

    ■ 프리폼, 메모 앱 완전 대체 가능할까…‘글쎄’

    그저 텍스트 정리가 목적이라면 메모 앱만으로도 충분하다. 프리폼은 메모와 다양한 시각 효과, 협업에 어울리나 텍스트만 입력하기엔 어딘가 어색한 툴이다. 메모 앱은 실행과 동시에 텍스트를 입력할 수 있는 반면, 프리폼은 사용자가 텍스트 입력 도구를 넣어야 그 안에 내용을 작성할 수 있다. 파워포인트에서 ‘텍스트 상자’를 선 입력해야 하는 것과 같다.

    프리폼(위), 메모 앱(아래)

    메모 앱은 제목과 본문이 구분되며, 텍스트 작성 영역이 굉장히 넓다. 그리고 화면 끝까지 텍스트를 채워 넣으면 자동으로 줄 바꿈 된다. 기본 폰트 크기도 가독성에 문제없다. 프리폼은 텍스트를 화면 끝까지 채우지 않았는데, 중간에 자동으로 줄이 바뀐다. 화면 가득 텍스트를 채우려면 사용자가 텍스트 상자 크기를 직접 넓혀줘야 한다.

    단 애플펜슬 사용자라면 얘기가 다르다. 메모 앱은 일반 텍스트 입력 영역과 애플펜슬 입력 영역을 강제로 구분한다. 그러다 보니 일반 텍스트와 손글씨를 자연스레 입력하는 데 한계가 있다. 프리폼은 그렇지 않다. 영역 제한이 없어 텍스트 위에 손글씨를 덧씌우거나, 색깔 펜으로 특정 텍스트를 강조할 수 있다.

    ■ 사용 환경에 맞는 앱을 쓰자

    아이폰만 보유했다면, 프리폼은 그다지 좋은 선택지가 아닐 수 있다. 화면이 작아 거대한 프리폼 작성 영역을 전부 활용하기 어렵다. 확대·축소에도 한계가 있다. 게다가 아이폰은 애플펜슬을 지원하지 않는다. 아이폰에서도 손가락으로 손글씨를 입력할 수 있으나 애플펜슬에 비할 바 못 된다. 아이패드와 애플펜슬을 함께 사용 중이라면 프리폼을 사용해볼 만하다. 프리폼의 기능을 온전히 활용할 수 있을뿐더러, 큰 화면 덕에 작업에 불편함이 줄어든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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