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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스크가 외치던 ‘표현의 자유’가 이거였나

    (출처 : 로이터)

    일론 머스크 인수 후 트위터는 조용할 날이 없습니다. 인수 후 몇 달간 좌충우돌하던 머스크는 결국 지난 20일(현지 시간) 트위터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사의를 밝혔는데요. 그는 후임을 찾는 대로 CEO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머스크가 트위터를 완전히 떠나는 것은 아니에요. 그는 플랫폼의 핵심 부서인 소프트웨어와 서버 운영을 담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답니다.

    머스크가 트위터 CEO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것은 이용자들의 여론을 의식한 행보로 분석돼요. 앞서 지난 18일,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에 CEO에서 물러나야 할지를 이용자들에게 물었습니다. 12시간 동안 무려 1750만명이 넘는 이용자가 투표를 참여했는데, 그 중 과반이 넘는 57.5%가 CEO 사임에 찬성표를 던졌어요. 반대표는 42.5%에 그쳤답니다.

    https://twitter.com/elonmusk/status/1604617643973124097?s=20&t=WpNvt8kwbq6CYNFK1JoNuA

    이용자들은 그가 운영하는 트위터에 깊은 불신을 갖고 있었어요. 그는 부임하자마자 주요 임원들을 포함해 정직원의 50%를 무더기로 해고해, 기술 고용 시장에 역대급 칼바람을 일으켰죠. 문제는 그가 업계 현실도 모른채 대규모 인원을 감축하면서 서비스 붕괴 우려가 나왔다는 건데요. 이용자들은 언제 중단될지 모르는 트위터에 조마조마할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머스크를 향한 민심이 악화한 것에 정리해고가 유일한 원인이었던 건 아닙니다. 이런저런 이슈들이 많았지만, 가장 최근 벌어진 언론인 계정 정지 이슈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여요. 자칭 ‘표현의 자유 수호자’를 표방한 일론 머스크와 표현의 자유하면 빼놓을 수 없는 기자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던 걸까요.

    ‘내 신상 털지 마’…적극적으로 취재한 기자 계정 무더기로 정지당해

    (출처 : 디 인터셉트)

    지난 15일, 로이터에 따르면 트위터에서 일론 머스크와 관련해 글을 쓴 몇몇 기자들의 계정이 영구 정지당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CNN 등 주요 언론사의 기자를 포함해 총 8명의 기자가 대상이 됐는데요. 머스크는 이들이 최근 트위터에 추가된 개인 정보 게시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고 말했어요. 앞서 기자들의 계정이 정지되기 하루 전에는 일론 머스크의 개인 제트기 위치를 추적하는 계정 ‘일론젯(elonjet)’이 영구 정지 처리됐습니다. 머스크는 기자들이 일론젯처럼 자신의 실시간 위치 정보를 트위터에 공유했다고 주장했죠.

    그러나 16일 CNN에 따르면 정지된 기자 중 아무도 실시간 위치를 게시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들은 단지 일론 머스크가 일론젯 계정을 정지했다는 사실을 전하며 일론젯 계정을 언급한 정도였죠. 심지어 워싱턴 포스트의 기자는 인터뷰를 요청하는 메시지를 보냈다가 계정 영구 정지 처분을 받았다고 해요. 다만 계정 영구 정지 처분된 기자들은 모두 머스크에게 다소 비판적인 논조를 갖고 있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트럼프 계정은 살렸으면서…기자 계정은 정지한 ‘표현의 자유 수호자’ 머스크

    (출처 : BBC)

    사실 머스크는 트위터를 처음 인수하겠다고 했을 때부터 ‘표현의 자유를 위한 플랫폼’을 표방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그는 지난 5월, 트위터 인수를 마무리한다면 영구 정지당한 도널드 트럼프의 계정을 복원시키겠다고 말했는데요. 머스크는 꽤 오랫동안 트럼프의 계정 정지가 옳지 못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트위터라는 플랫폼이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곳인데, 계정 영구 정지로 글을 쓰지 못하는 게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이었죠. 그리고 마침내 지난달 20일, 머스크는 영구 정지됐던 도널드 트럼프의 계정을 복원했습니다.

    그런데, 머스크에게 기자들의 비판적 논조란 그가 말하는 ‘다양한 의견’에 포함되지 않았던 걸까요. 불과 한 달 전 트럼프 계정을 복원한 머스크가 기자들의 계정은 정지해버린 겁니다.

    앞서 지난 4월 트위터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날에도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내 최악의 비평가들도 트위터에 남아 있기를 바란다. 그것이 표현의 자유가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어요. 그랬던 그가 기자들의 계정을 정지하자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겠다는 그의 약속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었죠.

    ‘이게 표현의 자유?’…영문도 모르고 트위터에서 쫓겨난 기자들

    (출처 : 이코노믹 타임스)

    계정 정지 처분을 당한 기자들은 유감스럽다는 입장입니다. 계정 영구 정지 처분을 받은 뉴욕타임스의 라이언 맥(Ryan Mac) 기자 측은 “의심스럽고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하면서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어요.

    워싱턴 포스트의 기자 드류 하웰(Drew Harwell)은 자신의 계정이 정지된 것에 대해 “일론은 자신이 표현 자유의 챔피언이라고 말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 언론인의 계정을 금지하고 있다. 나는 그것이 그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약속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생각한다”며 머스크를 비판했어요. 그 역시 왜 자신이 계정 정지 처분을 받았는지 제대로된 설명을 듣지 못했죠. 이외에도 대부분의 기자가 명확한 이유도 듣지 못한 채 플랫폼에서 추방당했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뉴욕 매거진)

    결국 언론 단체에서도 부당한 조치라며 트위터와 일론 머스크를 비난하고 나섰는데요. 미국 시민자유연맹(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의 대표는 “비판적인 언론인의 계정을 삭제하는 것과 트위터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열망을 일치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어요. 미국 전문기자협회(SPJ)의 회장 역시 이번 조치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해당 결정이 “모든 언론인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죠.

    비난 거세지자 계정 정지 철회한 머스크…그런데, 보여주기식이었다?

    미카 리가 받은 게시글 삭제 안내문 (출처 : 디 인터셉트 / 미카 리)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결국 머스크는 계정 정지를 철회했습니다. 사태는 이렇게 일단락되는 것 같았죠. 하지만 이 역시 보여주기식에 불과했던 모양입니다. 지난 21일, 계정 정지 처분을 받았던 기자 중 한 명인 미카 리(Micah Lee) 디 인터셉트(The Intercept) 기자는 머스크의 계정 정지 철회가 ‘환상’일뿐이라며 거세게 비판했습니다.

    그는 현재 다른 이용자들이 그의 계정 프로필에 접근할 수는 있지만, 정작 자신은 여전히 계정에 접근하지 못한다고 밝혔는데요. 트위터가 정지 계정 복구에 앞서 특정 게시물 삭제를 요구한 겁니다. 이에 동의하지 않는 한 여전히 계정이 잠긴 상태라고 미카 리는 전했어요. 그는 게시물에 대한 검열이 계속되고 있고, 이는 언론 탄압이라며 트위터를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출처 : kansascity)

    현재로선 머스크가 자신의 입맛에 맞는 게시물만 트위터에 남기겠다는 걸로 보입니다. 그런데, 과연 이게 머스크가 외쳤던 ‘표현의 자유’에 맞는 논리인지 의문이 드네요. 최악의 비평가들마저 트위터에 남기겠다던 일론 머스크는 어디로 간 걸까요. 머스크의 선택적 ‘표현의 자유’가 진정한 표현의 자유를 해치고 있는 건 아닐까요.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수현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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