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은 지난 5월 개최한 ‘구글 I/O’에서 앞으로 다양한 모바일 기기를 출시하겠다고 약속했다. 구글은 이 자리에서 차세대 스마트폰 픽셀 7 시리즈와 첫 스마트워치 픽셀 워치를 발표했다. 두 기기는 두 달 전 열린 신제품 공개 행사 메이드바이구글(Made By Google) 이후 정식 출시했다. 이제 남은 제품은 픽셀 태블릿이다.
픽셀 태블릿은 구글이 출시 계획을 처음 발표할 때부터 많은 기대를 받았다. 태블릿 사업에서 손을 뗀 구글이 재도전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허나 픽셀 태블릿에 대한 정보는 제한적이었다. 구글은 두 차례 열린 큰 행사에서 픽셀 태블릿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 그간 알려진 건 일부 사양과 예상 출시일 정도였다.
이제 궁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될 듯하다. 픽셀 태블릿 실물이 통째로 유출됐다. 19일(현지시간) IT 매체 안드로이드폴리스(AndroidPolice)에 따르면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에 픽셀 태블릿 판매 게시글이 올라왔다.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는 페이스북에서 만든 중고 거래 플랫폼이다. 국내로 치면 중고나라나 당근마켓과 같은 플랫폼이다.

픽셀 태블릿 판매글을 처음 발견한 이는 유명 IT 팁스터(정보유출가) 쉬림프애플프로(ShrimpApplePro)다. 그는 총 5장의 사진을 첨부했는데, 이 안에는 픽셀 태블릿 본체, 충전기, 전용 액세서리 독(Dock)이 전부 포함됐다. 여기에는 일부 내부 유저인터페이스(UI)를 찍은 사진도 있었다. 출시 전인 픽셀 태블릿과 구성품 전체가 중고장터를 통해 공개된 것이다.
판매 글 게시자 신원은 불분명하나, 유출된 제품이 픽셀 태블릿 제품이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이전에 구글이 공개한 픽셀 태블릿의 모습과 거의 동일하다는 이유에서다. 픽셀 태블릿의 가장 큰 특징은 모서리와 측면 디자인이다. 애플, 삼성전자 태블릿과 달리 픽셀 태블릿 측면은 부드럽게 곡선으로 처리돼 있다.
확실한 단서는 픽셀 태블릿을 거치·충전할 수 있는 ‘전용 독’이다. 이 액세서리는 구글이 메이드바이구글 행사에서 특별히 강조했을 정도로, 공을 들인 제품이다. 독 안에는 내장 스피커가 탑재돼 있고, 거치한 태블릿을 스마트홈 기기로 사용하도록 만들어졌다. 실제 당시 구글은 독과 결합한 태블릿으로 스마트홈 기기를 제어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픽셀 태블릿을 고정할 수 있게 한쪽으로 기울어진 형상이며, 외부는 패브릭 소재로 만들어졌다. 후면에는 구글을 나타내는 ‘G’와 충전 단자가 위치한다. 이와 같은 형태를 지닌 태블릿 전용 독은 찾아보기 힘들다. 굳이 이와 비슷한 제품을 꼽자면 구글 스마트홈 기기 ‘네스트 허브’가 있다. 유출된 독의 모습은 구글이 공개한 것과 완전 같다.
내부 UI도 인상적이다. 픽셀 태블릿 설정 창을 보면, 구글은 태블릿에 최적화한 새로운 UI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 태블릿이 그렇듯, 화면 좌측에 각 설정 메뉴가 있고 우측에 세부 내용이 표기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 갤럭시 폴드 시리즈, 갤럭시 탭 제품군, 애플 아이패드 제품군이 이런 형태다. 이외 내부 저장 용량은 256GB며, 홈 화면은 큰 특징이 없다.
보통 신제품 출시 전 유출 정보는 반신반의하기 마련이다. 단 구글 제품 유출은 믿을만하다. 구글이 의도한 건지 알 수 없으나, 올해 구글의 기대작은 모두 출시 전 모습이 공개됐다. 픽셀 워치의 경우 누군가 식당에 두고 간 시제품이 발견됐다. 픽셀 7 시리즈는 픽셀 태블릿처럼 이베이나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 등 온라인 장터에 먼저 나타났다.

우연의 일치인지, 사전 유출된 제품의 모습은 공식 출시 이후 등장한 제품과 똑같았다. 그러다 보니 정작 구글이 새로운 제품을 새로 냈을 때 놀라운 점은 없었다. 물론 신제품 유출은 구글 만의 문제가 아니다. 삼성전자 갤럭시 S23 시리즈 역시 디자인이 공개됐다. 애플 애플워치 울트라도 발표 하루 전 캐드 이미지가 유출됐다.
메타의 프리미엄 VR·AR헤드셋 ‘메타 퀘스트 프로’도 출시를 앞두고 실물 사진이 나왔다. 누군가 호텔방 안에 두고 간 퀘스트 프로와 구성품, 박스를 찍어서 올렸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구글 제품은 유출 정도가 과도하다. 픽셀 워치 렌더링 이미지가 공개된 건 지난해 말이다. 출시 1년 전부터 실제 제품 모습이 공개된 셈이다. 구글이 의도한 게 아니라면, 유출 관리에 신경 쓸 필요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