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빅테크 기업 메타(Meta)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성장한 기업이다. 원래 이름도 대표 SNS 플랫폼인 ‘페이스북’이었다.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급성장한 메타는 경쟁 SNS를 흡수하며 덩치를 키웠다. 예컨대 지난 2012년 메타는 인스타그램을 인수했고, 2014년 왓츠앱을 사들였다. 메타의 선택은 옳았다. 세 플랫폼 모두 업계를 대표하는 SNS로 성장했다.
그러나 메타는 SNS가 아닌,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눈에 들어온 게 메타버스다. 메타는 이전부터 가상세계에 관심을 둬왔다. 메타는 지난 2014년 가상현실(VR) 기기 제조사 오큘러스를 20억달러에 인수하고,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VR헤드셋을 선보였다. 2019년에는 VR게임 제작사 비트게임즈를 인수했다.
메타는 메타버스에 집중하기 위한 발판을 미리 마련한 것이다. 2년 뒤인 2021년 말, 메타는 사명 변경이라는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그때부터 메타는 페이스북이라는 이름을 버렸다. 사명에는 회사의 정체성과 방향성이 담겨있다. 메타는 새로운 이름과 함께 SNS 회사라는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메타버스 업체로 다시 태어났다.

■ 메타가 그린 장밋빛 메타버스
메타가 사명 변경이라는 큰 결정을 내리면서까지 메타버스를 조명한 이유는 뭘까. 이는 메타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의 과거 발언에서 유추할 수 있다. 저커버그는 메타버스를 다가올 미래로 봤다. 그 안에서 일상과 업무가 병행되며, 현실처럼 다양한 상행위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단했다. 메타는 그곳을 지배하는 주인공을 꿈꿨다.
메타의 전략은 이랬다. SNS가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크게 성장했던 것처럼, 하드웨어 보급을 우선 확대하려 했다. 메타가 좇는 메타버스 세상에 사용자가 유입되려면, 하드웨어라는 ‘키’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메타는 이 같은 방식으로 사용자를 확보하면, 메타버스에서 디지털 상품을 판매하고, 광고를 통해 막대한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저커버그는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메타버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라며 “그렇기에 메타의 사업 모델은 프리미엄급 하드웨어를 판매하려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능한 저렴하게 (하드웨어를)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메타버스에 참여하고, 그곳에서 디지털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내려 한다”고 설명했다.

■ VR헤드셋 시장 장악한 메타, VR에서 MR로
저커버그의 계획처럼 메타는 하드웨어 분야에서 약진했다. 전 세계 VR헤드셋 3대 중 1대는 메타에서 만든 제품이다. 시장조사기관 ABI 리서치(ABI Research)에 따르면 올해 VR헤드셋 출하량은 총 1110만대며, 이 중 70%가 메타의 주력 VR헤드셋 ‘메타 퀘스트 2’로 예상된다. 지난해(85%) 대비 시장 점유율은 줄어들지만, 여전히 업계 1위 지위를 유지한다는 말이다.
메타 퀘스트 2는 메타의 계획대로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를 지닌 제품이다. 허나 메타는 메타 퀘스트 2에 만족하지 않는다. 사명 변경 1년 뒤 고가 라인업인 ‘메타 퀘스트 프로’를 출시했다. 과거 ‘프로젝트 캄브리아’로 불렸던 제품이다. 퀘스트 프로는 메타 퀘스트 2와 달리 VR과 AR(증강현실)을 모두 지원하는 혼합현실(MR) 헤드셋이다.
참고로 MR은 VR과 증강현실(AR)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VR로 가상현실에 접속하거나, AR을 통해 우리가 보는 현실 위에 가상의 정보를 덧씌울 수도 있다. AR이 단순히 현실 세계에 부가 정보를 나타내는 정도라면, MR은 가상의 물체를 배치하거나 그 물체와 상호 작용할 수 있다. 메타는 이 기기를 통해 업무용 MR헤드셋 시장을 개척하려 한다.

앞으로 메타는 더 많은 VR헤드셋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메타는 오는 2023년 보급형 기기 메타 퀘스트 3를 출시할 전망이다. 올해 메타는 다양한 VR헤드셋 시제품을 공개한 바 있다. 각 기기의 특징을 종합하면 얇고 가벼우며, 더 높은 해상도와 밝기를 지녔다. 이를 보면 차기 메타 VR헤드셋은 기능이나 기술 측면에서 많은 진보를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 하드웨어 잘나간다지만…방심은 금물
단 언제까지나 메타가 이 분야 선두주자로 남으리란 보장은 없다. 강력한 경쟁자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중국 바이트댄스(Bytedance)는 메타의 전략을 벤치마킹해 피코(Pico)라는 VR헤드셋 제조사를 인수했다. 이어 메타 퀘스트 2와 비슷한 체급을 지닌 피코 4라는 신제품을 선보였다.
애플도 내년에 값비싼 MR헤드셋을 내놓는다고 알려졌다. 애플의 MR헤드셋은 메타 퀘스트 프로와 포지션이 겹친다. 소니는 2세대 플레이스테이션 VR을 2023년 상반기 출시할 예정이며, 세계 최대 PC 플랫폼을 지닌 밸브(Valve)의 차세대 VR헤드셋 준비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도 이 분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원자재 가격 인상 등 다양한 대내외적 요소도 숨은 복병이다. ‘저렴한 VR헤드셋’이라는 당초 목표와 달리 메타는 올해 메타 퀘스트 2 가격을 일괄 100달러 인상했다. 이외 아직 VR헤드셋 시장이 크지 않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VR헤드셋 시장은 스마트폰 출하량(10억대 이상)과 비교하면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다.
■ 메타버스 소프트웨어는 갈 길이 멀다
메타는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 호라이즌 월드(Horizon Worlds)를 서비스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가상회의 공간인 호라이즌 워크룸(Horizon Workrooms),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가상 공간 호라이즌 홈(Horizon Home)을 제공한다. 메타의 계획대로라면, VR헤드셋 보급 확대와 함께 호라이즌 월드 사용자 수도 늘어났어야 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하드웨어 분야에서 선전하는 것과 달리, 메타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고전하고 있다. 사용자 수가 좀처럼 증가하지 않고 있어서다. 지난 10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호라이즌 월드 월간 사용자 수는 20만여명에 불과하다. 한때 호라이즌 월드 사용자 수는 30만명을 넘어섰는데, 오히려 후퇴한 것. 이에 메타는 올해 말 목표를 50만명에서 28만명으로 재설정했다.


메타가 호라이즌 월드에 무관심했던 건 아니다. 메타는 문제의 아바타를 지속 개선했고, 호라이즌 월드 안에서 상거래가 발생하도록 수익 창출 도구도 시범적으로 선보였다. 최근에는 호라이즌 월드 사용처를 PC와 모바일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호라이즌 월드의 성적표를 보면, 사용자 유인에 성공하지 못했다. 오히려 렉룸(300만명), 제페토(2000만명) ,로블록스(1억5000만명),등 경쟁 플랫폼이 메타를 앞지르고 있다.
■ 메타, 메타버스 사업 못 먹어도 갈듯
플랫폼 사용자가 적다는 건,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그러다 보니 메타의 메타버스 사업을 담당하는 리얼리티 랩(Reality Labs)의 성적표도 낙제점이다. 메타 리얼리티 랩스는 올해 94억달러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102억달러, 그 전에는 66억달러를 손해봤다. 지난 2019년부터 올해까지 리얼리티 랩스의 손실은 총 307억달러(40조원)에 달한다.
메타가 처한 현실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사실 메타의 주요 수익원은 ‘맞춤형 온라인 광고(90%)’다. 맞춤형 온라인 광고란 SNS 사용자 취향을 파악해, 그들이 원하는 광고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애플이 사용자 추적을 방지한 앱추적투명성(ATT) 정책 이후 메타의 광고 매출은 곤두박질쳤다. 올해 영업이익과 주가는 반 토막 났고, 주가는 70% 하락했다.

이에 메타는 돈 안 되는 사업을 접고 직원을 대량 해고했다. 예컨대 메타는 뉴스레터 서비스 불러틴, 스마트디스플레이 포털 사업을 폐기하고, 스마트워치 개발을 중단했다. 인력 감축에도 돌입한 상태다. 메타는 총 직원의 13%에 달하는 1만여명을 해고하기로 결정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메타는 메타버스를 접을 생각이 없다.
저커버그는 지난달 말 한 인터뷰에서 장기적으로 바라보면 메타버스는 아직 긍정적인 사업이며, 5~10년 후를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메타는 지금 스스로 택한 메타버스라는 길을 걷고 있다. 아직 메타는 메타버스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허나 메타버스는 실체가 불명확해, 낙관론과 회의론이 동시에 제기되는 분야다. 저커버그와 메타의 선택이 옳았는지는 시간이 알려줄 것이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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