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발생하는 아동·청소년 대상 범죄는 늘 문제였다. 범죄자들은 SNS를 통해 미성년자에게 접근해, 교묘한 방식으로 이들을 착취한다. 이에 미성년자를 보호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SNS 업체들도 이에 공감한다. 거대 SNS는 자사 플랫폼에서 아동·청소년들을 지킬 자구책 마련에 분주하다.
젊은층이 선호하는 틱톡은 라이브 방송에 연령 제한 옵션을 넣었다. 라이브 방송 가능 연령대를 18세로 상향하고 크리에이터가 라이브 방송에 연령 제한을 걸 수 있는 기능을 더했다. 그전에는 16세 미만 사용자의 다이렉트 메시지(DM) 기능에 제약을 걸었고, 성인이 아니면 선물 기능을 이용할 수 없게 만들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을 거느린 메타(Meta)도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16세 미만 사용자 개인정보보호 설정 상당수를 비공개로 전환했고, 의심스러운 계정 소유자가 미성년자와 접촉하지 못하도록 친구 추천 기능을 변경했다. 성인 사용자의 청소년 접근을 최대한 막는 방향으로 기능을 개선하고 있는 셈이다.

메타는 한발 더 나아가 ‘기술’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미성년자들이 부적절한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얼굴 인식’을 통해 나이를 판별하겠다는 것. 6일(현지시간) IT 매체 더 버지(The Verge)에 따르면 메타는 인공지능(AI) 얼굴 인식으로 미성년자들의 ‘페이스북 데이팅(Facebook Dating)’ 서비스 사용을 막을 방침이다.
페이스북 데이팅은 사용자들에게 데이트 상대를 찾아주는 서비스로, 18세 이상 성인만 사용 가능하다. 메타는 미성년자들이 나이를 속여 페이스북 데이팅을 이용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얼굴 인식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방식은 이렇다. 미성년자로 의심되는 사용자가 이 서비스에 접근하면 앱에서 나이를 확인하라는 메시지를 전송한다.
메시지를 받은 사용자는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 연령 인증을 마쳐야 한다. 첫 번째는 ‘비디오 셀카(Video Selfie)’다. 사용자가 자신의 얼굴이 잘 나오게 짧은 영상을 찍어서 올리면, 인공지능이 나이를 가늠해 성인 여부를 판별하는 방식이다. 메타는 이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영국 스타트업 요티(Yoti)가 개발한 기술을 접목했다.

요티는 얼굴 주름이나 표정 등 다양한 요소를 분석해 사용자 나이를 판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영국 정부나 독일 규제 당국의 사용 승인을 확보했다고 하니, 기술력은 입증된 셈이다. 메타는 이 요티의 기술에 주목해왔다. 앞서 메타는 지난 6월 인스타그램 연령 확인 도구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일자, 요티 기술을 도입했다.
메타는 요티의 기술에 만족한 듯하다. 지난달 메타는 요티의 인스타그램 나이 인증 도구를 브라질, 인도 등 다른 지역으로 확대했다. 이어 페이스북 데이팅까지 활용처를 확대했다. 메타는 이를 통해 인스타그램에서 성인 행세를 하려고 시도한 미성년자 거의 다 잡아냈다고 전했다. 자신의 생년월일을 앞당겨 표기하려 한 미성년자의 96%가 요티 시스템에 걸렸다는 것.
이는 요티가 자체적으로 공개한 판독 결과와 비슷하다. 요티는 지난 5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13~17세 얼굴을 23세 미만으로 판독할 확률이 99.65%에 달한다고 전했다. 또 98.91% 정확도로 6~11세 미만 사용자 얼굴을 13세 이하로 판단했다고 서술했다. 단 여성의 얼굴이나 피부색이 어두운 경우 비교적 정확도가 떨어졌다.

나머지 방법은 ‘신분증 업로드’인데, 기술 활용과 거리가 멀다. 사용자가 보낸 신분증 사본을 보고 연령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방식은 여타 앱에 적용된 것과 비슷하다. 신분증을 사진 촬영해 업체에 전송하면 끝이다. 페이스북에 보낸 신분증 사본은 암호화 처리되며, 최대 1년간 저장된다.
메타는 지난 2019년 사용자 게시물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연령을 확인하는 기능을 인스타그램에 도입한 바 있다. 자신을 성인이라고 소개한 계정 게시물에 미성년자로 추정할만한 단서가 있으면, 적발해내는 방식이다. 이제 메타는 더 진보한 도구를 자사 SNS 플랫폼에 적용하려 한다. 얼굴 인식을 통한 나이 추정이 얼마나 유용하게 사용될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미성년자를 보호하는 데 일조하길 기대한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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