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 기기에는 ‘에어드롭(Airdrop)’이라는 무선 파일 공유 기능이 있다. 에어드롭은 주변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여러 유형의 파일을 무선으로 전송하는 기능이다. 파일을 한꺼번에 보낼 수 있고, 속도 역시 빠른 편이라 에어드롭은 아이폰 사용자들이 선호하는 기능 중 하나다. 다만 같은 애플 기기 사용자끼리만 이용 가능하다.
애플은 사용자가 에어드롭 파일 수신 여부를 정하도록 설계했다. 설정은 크게 ‘수신 끔’, ‘연락처만’, ‘모두’ 세 가지다. 수신 끔은 단어 그대로 에어드롭 기능을 비활성화하는 기능이다. 연락처만은 연락처에 등록된 사용자가 보낸 에어드롭만, 모두는 주변 애플 기기 사용자가 보낸 모든 에어드롭을 허용한다.
애플은 조만간 배포할 iOS 16.2 버전부터 에어드롭 ‘모두’ 설정에 사용 시간 제약을 걸 예정이다. 8일(현지시간) IT 매체 나인투파이브맥(9to5mac)에 따르면 iOS 16.2 RC 버전에 에어드롭 제한 기능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RC 버전이란 릴리스 후보(Release Candidate)의 약자다. 거의 모든 문제를 해결한 버전으로, 최종판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RC 버전 그대로 정식판이 출시된다면, 앞으로 아이폰 사용자들은 에어드롭 모두 설정 사용 어려워질 전망이다. iOS 16.2 RC 버전부터 모두 설정 사용 시간이 10분으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모두 설정을 활성화할 수는 있지만, 10분 뒤에는 자동으로 ‘연락처만’으로 되돌아간다. 모두 설정 명칭도 ‘10분 동안 모두에게(Everyone For 10 Minutes)로 변경된다.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모두 설정을 유명무실하게 만든 것이라면 납득 가능하다. 에어드롭 출시 이후, 불특정 다수에게 파일을 전송하는 이른바 ’에어드롭 테러‘가 종종 발생한 바 있어서다. 보낸 사람을 특정하기 어려운 공공장소에서, 에어드롭으로 야한 사진을 보내는 성추행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행위는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해왔다.
하지만 이번 에어드롭 제한은 중국 눈치 보기의 연장선이라는 뒷말이 나온다. 애플이 중국에서만 같은 기능을 먼저 적용한 바 있어서다. 애플은 지난달 iOS 16.1.1을 배포하면서, 중국 내 에어드롭 모두 설정을 10분으로 제한했다. 애플은 원치 않는 파일을 받는 일을 줄이기 위해 이 같은 에어드롭 사용에 제약을 걸었다고 했으나, 이를 온전히 믿는 이는 없었다.

애플이 중국에서 에어드롭 제한을 걸기 전, 반정부 인사들이 에어드롭을 통해 메시지를 공유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3연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에어드롭을 통해 확산했다고 알려졌다. 반정부 메시지는 주로 다수가 이용하는 지하철과 같은 장소에서 퍼졌는데, 독재를 반대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애플의 그간 행보도 비판을 키우는 데 한몫했다. 앞서 애플은 지난 2019년 홍콩과 마카오 아이폰 사용자들이 대만 국기 이모티콘을 볼 수 없게 숨겼다. 인터넷 검열을 우회하기 위해 사용되는 가상사설망(VPN) 앱도 앱스토에서 제거했다. 사실상 애플은 중국 정부와 중국 이용자들의 입맛에 맞게 아이폰 기능과 서비스를 조정해온 것이다.
에어드롭 모두 설정은 검열이 심한 지역에서 정권에 반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수단으로 평가된다. 예컨대 2019년 홍콩 시위 발발 당시, 시위대들은 에어드롭을 통해 중국 만리 방화벽의 감시를 벗어났다. 최근 사례만 보더라도,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발심을 가진 이들이 에어드롭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공유했다.

정식 iOS 16.2에 에어드롭 제한 기능이 도입된다면, 앞으로 전 세계 시위 현장에서 에어드롭이 활약하는 일은 없어질 듯하다. 그 시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애플은 이달 중순께 iOS 16.2 정식 버전을 배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개발자들에게 제공된 iOS 16.2 RC 버전에 큰 문제가 없다면, 정식 버전에서 에어드롭 제한 기능이 그대로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이번 iOS 16.2 RC 버전에는 올웨이즈온디스플레이(AOD) 사용자 지정, 종단간 암호화(E2EE) 적용 앱 확대, 애플 뮤직 노래방 기능 등 다양한 새로운 기능이 탑재됐다. 이들 신기능 역시 iOS 16.2 정식 버전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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