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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1년 된 ‘넷플릭스 게임’의 성적표

    (출처:Netflix)

    넷플릭스가 게임에 손을 댄 지 1년가량 지났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이맘때쯤 구독자에게 모바일 게임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는 포화 상태에 빠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 여겨졌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넷플릭스가 부진한 실적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넷플릭스는 지난 1분기 구독자 20만명 가량을 잃었다. 서비스 시작 1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 넷플릭스 앞날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어 2분기에는 97만여명에 달하는 구독자가 넷플릭스를 떠났다. 넷플릭스가 ‘게임’이라는 추가 혜택을 부여해, 구독자 수를 늘리려 한다는 분석은 설득력 있었다.

    허나 최근 넷플릭스의 행보를 보면, 게임은 단순 구독 특전이 아닌 듯하다. 넷플릭스가 게임 산업에 본격 진출하기 위한 포석을 깔고 있어서다. 특히 올해 3분기에는 넷플릭스 구독자 수가 240여만명 늘었는데, 덩달아 게임 분야 진출 움직임도 눈에 띄게 늘었다. 여러 정황상 넷플릭스는 게임을 주요 먹거리 산업으로 점찍은 것으로 보인다.

    (출처:Netflix)

    사들이고 만들고…1년 만에 게임 스튜디오만 6곳​

    이미 넷플릭스는 1년 사이 게임 개발 스튜디오 4곳을 사들였다. 지난해 넷플릭스는 게임사 나이트스쿨 스튜디오를 인수했다. 이어 올해 보스 파이트 엔터테인먼트, 넥스트 게임즈, 스프라이 폭스를 추가로 사들였다. 인수 비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넥스트 게임즈 한 곳 인수에만 7200만달러(920억원)를 썼다고 알려졌다.

    넷플릭스는 자체 게임 개발 스튜디오도 만들고 있다. 지난 9월 넷플릭스는 핀란드 헬싱키와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각각 산하 게임 개발 스튜디오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참고로 핀란드는 유명 게임사들이 포진한 곳이다. 앵그리버드 제작사 로비오(Rovio), 브롤스타즈 제작사 슈퍼셀(Supercell) 본사가 모두 이곳에 있다.

    부지런히 게임 개발 전문 인력도 확충하는 모습이다. 넷플릭스는 핀란드 스튜디오 수장에 유명 모바일 게임사 징가(Zynga) 출신 마르코 라스티카(Marko Lastikka)를 앉혔다. 미국 캘리포니아 스튜디오는 유명 FPS 오버워치를 총괄한 차코 소니(Chacko Sony)가 도맡기로 했다. 지난해엔 대형 게임사 일렉트로닉아츠(EA) 임원 출신 마이크 베르두(Mike Verdu)를 영입해, 게임 개발 부문 부사장으로 임명했다.

    (출처:Next Games)

    모바일 게임만? ‘No’….클라우드·대작 게임 ‘눈독’

    구독자에게 무료 모바일 게임을 제공할 목적이라면, 이처럼 게임 분야에 적극 투자할 이유가 없다. 넷플릭스는 더 큰 계획이 있다. 게임 산업 진출을 장기적으로 바라보면서, 클라우드 게임이나 대작 게임의 영역으로 나가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본격적으로 게임 산업에 진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예컨대 마이크 베르두 부사장은 지난 10월 넷플릭스가 클라우드 게임 진출을 진지하고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클라우드 게임이 넷플릭스가 앞으로 진출해야 할 여러 단계 중 하나며, 모바일 게임을 제공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구독형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구축하는 데 큰 관심을 두고 있다는 말이다.

    넷플릭스는 더 큰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대작(AAA급) 게임이다. 지난달 넷플릭스 캘리포니아 스튜디오에서 관련 전문가 채용 공고를 올린 사실이 알려졌다. 넷플릭스는 공고에서 ‘AAA급 게임 개발 디렉터’를 구한다고 직접 명시했다. 이와 함께 개발하려는 게임을 텍스트로 묘사했는데, 3인칭 FPS 게임으로 추정된다.

    (출처:Netflix)

    영화에 비유하자면, AAA급 게임은 블록버스터급 작품에 해당한다. 대작 게임은 탄탄한 줄거리, 유려한 그래픽, 많은 콘텐츠 등 게이머들을 만족시킬만한 다양한 요소를 갖춰야 한다. 그러다 보니 매우 많은 예산과 전문 인력을 요구하는 분야다. 캐주얼한 모바일 게임 대신 콘솔용 비디오 게임 중에 AAA급 게임이 많은 이유다.

    넷플릭스 게임 방향성은? CEO 말 들어보니

    넷플릭스는 게임 산업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OTT 시장에서 그랬듯, 최종 목표는 게임 업계 선두 주자가 되는 것이다. 실제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뉴욕타임즈(NYT)와 인터뷰에서 영화, TV 프로그램과 함께 훌륭한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직접 언급했다.

    특히 리드 헤이스팅스는 스포츠 콘텐츠 확보를 묻는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주제를 다시 한번 게임으로 전환했다. 그는 “그건(스포츠 콘텐츠) 넷플릭스가 게임 분야 ‘리더’가 된 후에 얘기하자”며 “우리는 게임에서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넷플릭스가 제공할 게임 경험은 수익 창출에만 국한되지 않고 재미에 중점을 두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출처:CNN)

    이는 적어도 넷플릭스가 과금을 유도하는 게임 대신, 게임성을 살린 작품을 만들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근 무료로 배포하는 대신 지나친 지출을 강요하는 ‘프리미엄(Free+Premium)’ 게임, ‘페이투윈(P2W)’ 게임이 많다. 이런 유형의 게임은 작품성보다 수익을 추구한다.

    이제 첫발 넷플릭스 게임, 아직은 걱정

    그러나 넷플릭스가 게임 분야에서 단숨에 성공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게임 개발은 짧은 기간에 끝낼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 넷플릭스가 넘보는 AAA급 게임이라면 더욱 그렇다. 개발에만 최소 수년이 걸리며, 수십 수백억원 자금이 투입되기도 한다. 이에 아마존, 구글 등 내로라하는 빅테크 기업도 AAA급 게임 개발에 실패한 바 있다.

    클라우드 게임 역시 진출 전 해결해야 할 숙제가 있다. 원활한 게임 스트리밍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다. 넷플릭스 주력 사업이 동영상 스트리밍이지만, 현재 인프라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에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스트 반 드루넨(Joost van Dreunen) 뉴욕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게임 스트리밍은 영화나 TV 프로그램과 다르다”며 “넷플릭스 백엔드는 아마존웹서비스(AWS)를 기반으로 하는데, 게임 스트리밍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출처:Netflix)

    넷플릭스 자체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인 오픈커넥트(OCA)가 클라우드 게임에 사용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앞서 넷플릭스는 지난 2016년 독자 데이터센터를 없애고 AWS로 모든 데이터를 이관했다. 이어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전송하기 위해 한화 1조원을 들여 OCA를 구축한 바 있다. 외신 더 버지(The Verge)는 넷플릭스가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위해 ‘강력한 기술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모바일 게임 분야도 갈 길이 멀다. 지난 8월 앱 분석업체 앱토피아(Apptopia)는 넷플릭스 게임 일일 사용자 수가 170만여명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넷플릭스 전체 구독자 수(2억2000만여명)과 비교하면, 모바일 게임 이용자 수는 매우 저조하다. 구독자 게임 이용률을 늘릴 방안이 필요하다.

    무시 못 할 게임 업계 터줏대감들

    쟁쟁한 경쟁자들의 존재도 우려를 키운다. 대작 게임을 제공하는 개발사나 퍼블리셔는 이미 시장에 자리를 잡았다. PC 게임 플랫폼은 밸브(Valve)의 스팀, 에픽게임즈의 에픽스토어가 선점하고 있다. 콘솔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 엑스박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가 있고 모바일 게임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가 장악하고 있다.

    (출처:MS)

    클라우드 게임 분야에선 엑스박스 클라우드 게이밍, 엔비디아 지포스 나우 정도만 활약하고 있다. 다른 빅테크 기업이 선보인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는 출시 직후 제자리걸음 중이다. 아마존 루나가 그렇다. 구글이 선보인 스타디아의 경우 콘텐츠 부족으로 구독자를 확보하지 못해, 오는 2023년 1월 문을 닫는다.

    단 넷플릭스의 실패를 쉽게 예단해선 안 된다. 넷플릭스는 이제 막 게임 산업에 진출한 걸음마 단계다.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서비스 경험도 있고, 상당한 구독자 수도 보유하고 있다. 게임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게임사와 윈윈(Win-Win)한 사례도 만들었다. 넷플릭스가 구체적인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고, 결과물을 가져오기 전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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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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