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주요 메신저에는 ‘종단간 암호화(E2EE·End to End Encryption)’라는 기술이 적용된다. 종단간 암호화란 발신한 데이터를 보호하는 기술이다. 발신한 데이터는 모두 암호화처리되며, 이를 해석할 수 있는 별도 키(Key)를 지닌 수신자만 내용을 알 수 있다. 종단간 암호화를 사용하면 메신저 서비스 주체도 어떤 대화를 주고받았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물론 지나친 암호화로 인해 이를 범죄에 악용하는 부작용도 있다. N번방 사건이 대표적이다. 범죄자들은 종단간 암호화가 적용된 메신저 텔레그램(Telegram)을 활용했다. 하지만 개인정보 보호 중요성이 커지면서, 종단간 암호화를 채택한 메신저가 늘어나고 있다. 구글도 이 행렬에 동참했다. 구글은 지난해 RCS 기반 문자 메시지에 종단간 암호화를 도입했다.
단 아직 구글의 종단간 암호화는 완전하지 않다. 일대일 대화에서만 종단간 암호화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제 구글은 활용 영역을 단체 메시지까지 넓히려 한다. 3일(현지시간) IT 매체 테크크런치(Techcrunch)는 구글이 메시지 앱에서 그룹 채팅에 종단간 암호화를 적용하는 방법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글은 “종단간 암호화를 그룹 채팅으로 확대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몇 주 동안 공개 베타 프로그램에 참여한 일부 사용자들에게 제공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베타 프로그램 참여는 구글 앱마켓 플레이스토어 메시지 앱 페이지에서 가능하다. 단 테스트 버전은 불안정할 수 있으니, 사용에 유의해야 한다.
구글의 그룹 채팅 종단간 암호화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구글이 그룹 채팅 종단간 암호화를 내부 테스트 중이라는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구글 메시지 앱으로 그룹 채팅을 하던 한 사용자는 ‘종단간 암호화가 활성화 됐다’는 문구가 적힌 이미지를 공유했다. 그는 미국 최대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Reddit)을 통해 이를 알렸다.
단 구글이 언제쯤 정식으로 그룹 채팅에 종단간 암호화를 적용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앞서 구글은 지난 2020년 처음으로 일대일 대화에 종단간 암호화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이 약속을 지킨 건 그로부터 1년 6개월 뒤였다. 이에 일각에서는 그룹 채팅 종단간 암호화 역시 최소 수개월은 지나야 가능하다고 전망한다.

사실 이번 소식의 목적은 다른 데 있다. 겉보기에는 메시지 앱 그룹 채팅 종단간 암호화가 주된 내용으로 보이나, 속내는 애플 비판이다. 구글은 올해가 세계 최초 SMS 문자 메시지가 나온지 30주년인 점을 강조하면서, 이제는 오랜 시간이 흘렀기에 RCS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RCS 장점을 설명하기 위해 종단간 암호화 적용을 예로 들었다. 메시지 앱 그룹 채팅 종단간 암호화 적용은, RCS를 강조하기 위해 구글이 가져온 소식 중 하나다. RCS란 세계이동통신협의회(GSMA) 표준으로, 구글이 밀고 있는 차세대 문자 메시지 규격이다. 고용량 파일을 전송할 수 있으나, 수·발신자 모두 RCS 규격을 채택한 앱을 사용해야 한다.
구글은 “모바일 업계 대부분이 RCS를 사용하고 있지만 한 회사가 질질 끌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서 ‘한 회사’는 애플로 해석된다. 애플은 SMS, RCS도 아닌 아이메시지(iMessage)라는 전용 메신저 앱을 지원한다. 아이메시지는 같은 아이메시지 사용자 대화는 파란색 말풍선으로, 다른 규격 문자 메시지는 초록색으로 표기되는 특징을 지녔다.

이에 구글은 수년간 애플이 RCS 규격을 따르고, 말풍선 색깔로 인한 사용자 차별을 끝내야 한다고 촉구해 왔다. 허나 애플은 요지부동이었다. 아이메시지는 아이폰을 대표하는 메시지 앱이다. 사용자들을 자사 생태계에 묶어두는 ‘락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애플 입장에서 구글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구글은 “오늘날 애플을 제외한 모든 주요 이동통신사와 제조사들이 RCS를 표준으로 채택했다”며 “애플은 RCS 채택을 거부하고 아이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보낼 때 계속해서 SMS에 의존한다”고 비판했다. 아이메시지는 아이메시지를 사용하지 않는 상대에게 SMS나 MMS로 문자 메시지를 전송한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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