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NVIDIA)가 회사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제품 중 꽤 인기를 끌었던 제품 생산을 중단한다는 소식이 나왔다. 지난 28일(현지 시간) 미국 IT 매체 WCCFTech와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회사의 인기 제품인 엔비디아 지포스 RTX 2060과 GTX 1660을 더 이상 생산하지 않는다. 관련 소식은 이달 초, 중국 웹사이트 채널게이트(ChannelGate)에서 가장 먼저 나왔다. 이미 회사는 공급 업체들에 이달 말까지 생산 중단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결정으로 지포스 RTX 2060과 GTX 1660 제품 라인에 속하는 모든 제품의 생산이 중단된다. 여기에는 지포스 RTX 2060 6GB(기가바이트), RTX 2060 Super, RTX 2060 12GB, 지포스 GTX 1660, GTX 1660 Super와 GTX 1660 Ti가 포함된다. 해당 제품들은 남은 재고를 판매한 뒤 추가 생산 계획이 없을 가능성이 커졌다.
수요 높은 제품이었는데…업계도 놀란 엔비디아의 생산 중단

해당 소식에 업계에서도 적잖이 놀란 모습이다. 두 제품 모두 소매 시장에서 꽤 인기를 끌었던 제품이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Steam 하드웨어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포스 RTX 2060는 전 세계 시장 점유율 6.1%를 차지하며 전 세계에서 2번째로 많이 사용하는 GPU에 등극했다. 이에 못 미치긴 하지만, GTX 1660도 거의 3%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세계에서 8번째로 인기 있는 그래픽카드가 됐다.
특히 지포스 RTX 2060은 저렴하지만 우수한 성능을 자랑하는 ‘가성비’ 제품으로 유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해당 제품은 ‘레이 트레이싱(Ray Tracing)’ 기술을 지원하는 가장 저렴한 GPU였다. 레이 트레이싱은 빛이 어디서 오고 어떻게 반사되는지 계산해 광원의 위치를 역추적하는 기술이다. 현실감 있는 그래픽 구현에 꼭 필요한 기술이다. RTX 2060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저렴한 가격에 레이 트레이싱의 이점을 누릴 수 있어서였다.

게다가 두 제품은 출시된지 불과 3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심지어 RTX 2060은 지난해까지도 12GB 모델을 출시하며 추가 업그레이드를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 중단 소식이 나오니 다소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사악한 가격을 자랑하는 엔비디아의 제품 중 가장 저렴한 편인 제품의 생산이 중단되면 소비자들의 아쉬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파티는 끝났다’…엔비디아가 생산 중단한 이유는

엔비디아가 생산 중단은 지난해까지 열풍이었던 암호화폐 채굴과 관련이 있다.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가상화폐 채굴자가 늘면서 GPU 수요도 증가했다. 가상화폐 시가총액 1, 2위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고성능 채굴기가 필요한 ‘작업 증명(PoW)’ 방식으로 실행됐다. 이때 블록체인 거래 유효성 검증에 사용되는 채굴기가 GPU였다. 다시 말해, PoW 방식은 유효성 검증에 GPU가 꼭 필요했다. 엔비디아의 주가도 이때 더 상승했다. 한때는 회사의 제품이 중고 시장에 나오면 웃돈까지 얹어서 사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올 초 암호화폐 시장이 크게 흔들리면서 ‘파티는 끝났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암호화폐 채굴자는 급격히 줄었고, 채굴용 GPU도 중고 시장에 쏟아져나왔다. 특히 생산 중단될 것으로 알려진 RTX 2060과 GTX1660 제품군은 어렵지 않게 중고 시장에서 찾아볼 수 있다. 미사용 중고 제품도 더러 있었다. 회사는 미사용 중고 제품과 소매점에 남은 제품까지 고려하면 재고는 충분하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게다가 이전에 회사는 RTX 30시리즈 재고 처리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역시 암호화폐 채굴용 GPU가 중고 시장에 넘쳐나면서 생긴 문제였다. 회사는 이미 일종의 공급 과잉 문제를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 생산으로 공급 과잉을 일으켜 손해를 볼 이유가 전혀 없다. 어쩌면 RTX 2060과 GTX1660 제품 라인업의 생산 중단은 예견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회사는 이제 중급 제품을 RTX 30시리즈로 설정하고 신제품인 RTX 40시리즈 판매 활성화에 집중하고자 한다. 물론 RTX 2060과 GTX1660 제품군은 기존 재고가 소진될 때까지 구매할 수 있다. 그동안 두 제품의 높은 인기를 감안했을 때, 남은 재고도 빠르게 소진될 가능성이 높다. 혹여나 해당 제품 구매 계획이 있었다면 서둘러야 할지도 모른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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