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비디오 게임 업계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합병(M&A)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소식을 전했을 때 많은 이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역사상 전례 없이 높은 금액으로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인수 금액은 687억달러, 한화로 무려 82조원에 달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합병은 ‘세기의 빅딜’이라 불리며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많은 조명을 받은 이슈였던 만큼, 마이크로소프트의 인수합병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게임업계 공룡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삼키면, 업계에 너무나도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 세계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인수에 문제가 없는지 소상히 들여다보고 있다. 예컨대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인수가 발표된 직후부터 조사를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FTC가 조사의 후속 조치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럽연합(EU)과 영국 경쟁시장청(CMA) 역시 마이크로소프트 인수에 대한 심층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가로막는 건 각국 규제 당국에 그치지 않는다. 콘솔 업계 최대 경쟁자인 소니(SIE)도 마이크로소프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소니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하면, 독점적 지위를 얻어 업계에 상당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규제 당국을 지원사격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외신 비디오게임크로니클(VideogameChronicle)에 따르면 소니 측 입장은 CMA에 제출한 답변서에 잘 나타나 있다. 소니 측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한 마이크로소프트로 인해 업계 모두가 피해를 입을 것이며, 마이크로소프트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게임 타이틀이나 하드웨어, 게임 구독 가격을 인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소니는 이 같은 입장을 전하면서,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콜 오브 듀티(Call Of Duty)’를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참고로 콜 오브 듀티는 지난 2003년 1편이 공개된 이래, 거의 매년 출시될 만큼 인기 있는 FPS 게임이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대표하는 지식재산권(IP)이자, 프랜차이즈 게임으로 꼽힌다. 소니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로 콜 오브 듀티를 독점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소니는 비단 콜 오브 듀티 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는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소유한 게임 타이틀을 손에 넣으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소니 측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엑티비전 블리자드가 보유한 게임을 합하면 영국 내 게임 점유율의 30~40%에 달하기에 경쟁사, 개발자, 소비자 모두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뿐 아니라 소니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집중하고 있는 게임 구독 서비스 ‘엑스박스 게임패스’도 걸고넘어졌다. 소니는 “엑스박스 게임패스가 플레이스테이션 플러스를 크게 앞서고 있다”며 “엑스박스 게임패스 사용자는 2900만여명에 달하며 앞으로도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소니 측은 직접 “(인수합병은) 금지돼야 한다고 확신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소니 측 주장이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인크래프트를 개발한 모장, 엘더스크롤과 폴아웃으로 유명한 베데스다 등 다양한 개발사를 지니고 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도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오버워치 등 쟁쟁한 게임 IP를 보유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약점 중 하나가 모바일 게임인데,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일찍이 유명 모바일 게임 개발사 킹(King)을 손에 넣었다.
그러나 콘솔 업계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소니가 할 말은 아닌 듯하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이 점을 강조하며, 소니 측 주장에 반박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소니의 규모가 액티비전과 맞먹는 정도며, 게임 퍼블리싱 규모는 마이크로소프트의 2배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 소니가 플레이스테이션에 출시한 독점작 수는 280여개 이상이라며, 이는 엑스박스 대비 5배 많다고 반발했다.

특히 소니가 문제 삼는 콜 오브 듀티 관련 마이크로소프트는 소니 측에 10년 연장 계약을 제시한 바 있다. 허나 소니 측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를 거론하며, 그럼에도 콘솔 업계 선두인 소니가 단 하나의 게임 타이틀을 이유로 인수에 반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결국 양사 모두 ‘상대방이 더 잘 나간다’는 주장을 하며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세기의 빅딜이라고 평가받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가 규제 당국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최대 경쟁사인 소니마저 마이크로소프트 인수를 무산시키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과연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난관을 넘어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까. 아니면 세기의 빅딜은 높은 장벽에 가로막혀 무산될까. 귀추가 주목된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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