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연말이 성큼 다가온 2022년. 올해는 기술 산업 내에 ‘빅테크 붐’이 끝났다는 것이 더욱 명확해진 한 해였다. 다수의 기업이 경제 침체를 견디지 못해 매출 하락을 겪었다. 주가는 수없이 요동치기를 반복했다. 결국 기업 대부분은 어려운 경제 전망과 이익 감소에 대응해 지출을 줄여야 했다. 기업 입장에서 지출을 줄이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인건비를 줄이는 것. 결국 수많은 기업이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 감축을 택했다.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트위터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구글까지.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빅테크 기업의 정리해고 소식이 끊이질 않고 있다. 메타는 2분기 연속 매출 하락을 겪으면서 13%의 직원을 해고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MS는 5년 만에 가장 더딘 매출 성장 속도를 보이며, 1000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아마존 역시 어려운 회사 사정에 전 세계 직원의 3%에 해당하는 1만 1000명의 직원을 내보냈다.
하지만 업계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한 것은 다름 아닌 트위터다. 대부분의 기업이 최대 20% 이내의 인력을 해고했지만, 트위터는 무려 전체 직원 중 50%를 해고했다. 여기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라는 새로운 지도자의 등장이 큰 영향을 미쳤다.
머스크 등장 후 정규직 50% 해고…업계에서도 흔치 않은 규모
트위터도 그 어떤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머스크 인수 전 마지막 실적 보고인 지난 2분기 매출은 11억 7666만 달러(약 1조 5932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다. 이는 기대치를 10.9% 하회한 수준이었다. 순손실은 2억 7000만 달러(약 3657억원)로, 지난해 6565만 달러(약 890억원)의 순이익을 낸 것과 대비되는 결과였다.
결국 머스크는 회사에 행차한 지 얼마 안 돼 정규직 직원 50%를 해고했다. 원래 머스크는 70% 규모의 정리 해고를 계획했지만, 나름대로 현실과 타협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해고 규모가 부족하다고 느낀 머스크는 계약직 해고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대규모 해고는 손실을 메우고자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고 하겠지만, 그렇게 설명하기엔 너무 큰 규모인 것이 사실이다.
당초 트위터 직원들은 지난달 말 머스크의 인수가 확실시되면서 큰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지난 6월, 머스크는 트위터 직원들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인력 감축의 뜻을 내비쳤다. 직원들에게 새 사령탑의 등장은 곧 실직 위기와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두려움에 떨던 직원 중 일부는 머스크의 인수가 확실시되자, 메타와 구글 등의 경쟁사로 이직을 단행했다. 회사가 자르기 전에 내 발로 걸어서 나가겠다는 것이었다. 이제 트위터의 정리해고는 마무리됐고, 거센 폭풍은 잠잠해졌다. 그러나 정리해고발 두려움은 계속되는 모양이다. 이제 머스크 인수 이후 혼란이 직원들이 아닌 사용자까지 번지고 있다.
정리해고가 트위터 붕괴로? 서비스 잠정 중단 우려에 퍼진 #RIPTwitter 밈
머스크가 계획했던 인력감축은 모두 마무리됐다. 남은 직원은 2700명으로, 기존 인원의 27%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트위터 서비스를 담당하는 중요한 팀에서도 공백이 생겼다. 지난 19일(현지 시간), 한 트위터 직원은 미국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에 서비스 담당 팀의 인력이 부족하다며 트위터 서비스 ‘붕괴’ 가능성을 시사했다.
인사이더에 소식을 전한 내부 직원과 전문가에 따르면 머스크 인수 후 11월 트위터 다운로드 수는 급증했고, 일일 활성 사용자 수도 그 어느 때보다 많다. 그만큼 트래픽은 증가했는데, 이를 제대로 처리할 직원은 적은 상황이다.
결국 사용자들 사이에선 트위터 서비스가 다운되고, 잠정 중단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졌다. 결국 두려움에 휩싸인 트위터 사용자들은 ‘트위터의 명복을 빈다’는 뜻을 담은 해시태그 ‘RIPTwitter’로 수많은 트윗과 밈(Meme)을 생산해내고 있다. 사용자들은 최악의 상황을 막고자 플랫폼을 칭찬하기도 했고, 일론 머스크가 없는 트위터를 외치기도 했다.
한 사용자는 현재의 트위터 붕괴 사태를 침몰한 타이타닉호에 비유하면서 “13년 동안 여러분과 트윗할 수 있어 즐거웠다. #RIPTwitter”라며 자조 섞인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아직 사용자들은 서비스 잠정 중단에 대한 불안감을 웃음으로 승화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런 웃음이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서비스 혼란으로 사용자 떠날 수도…머스크의 해고 결정은 옳았던 걸까
지난 22일,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내부 직원이 언급한 서비스 붕괴가 사용자가 우려하는 정도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현재 사용자들은 트위터의 서비스가 잠정 중단되고, 접속하지 못하는 상황을 두려워하고 있다. 하지만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서비스 중단은 일어날 가능성이 작고, 대신 기술적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내부 직원이 언급했던 ‘서비스 붕괴’는 많은 사용자가 몰려 결함이 발생했을 때, 해결할 직원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문제를 말한다. 결론적으로 급증한 사용자에 비해 관리 직원이 월등히 적기 때문에, 작은 문제가 발생해도 이를 복구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안정한 서비스가 반복된다면 사용자의 피로감은 누적될 수밖에 없다. 결국 늘어난 피로도에 사용자가 먼저 플랫폼을 떠날 수도 있다. 이대로라면, 머스크의 트위터는 또 다른 침체기로 빠져들 수도 있다.
물론 머스크가 시작부터 큰 손해를 안고 인수한 트위터이기에, 가만 놔둘 리는 없다. 그 역시 플랫폼을 다시 부흥기로 이끌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상황을 지켜보던 머스크는 결국 예전부터 필수 인원만 회사에 남길 것이라는 고집을 꺾었다. 지난 22일, IT 매체 더 버지(The Verge)에 따르면 현재 트위터는 인재를 적극 채용 중이다. 특히 엔지니어링과 영업 직원을 중심으로 채용을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트위터의 인재 채용을 마냥 곱게 볼 수는 없다. 인재를 채용하는 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리고,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머스크는 해고된 근로자들에게 3개월 치 급여를 퇴직금으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결국 이중으로 비용이 드는 셈이다.
만약 머스크가 업계에서 흔히 일어나는 규모인 20% 이내의 정리해고를 단행했다면, 새로운 인재 채용은 필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머스크는 무작정 대규모 해고 결정을 한 데에 대한 비판은 피할 수 없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대책은 플랫폼 업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내린 해고 결정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머스크 인수 후 트위터를 둘러싼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초반에 직원들에게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는 이제 사용자에게도 퍼지고 있다. 이러한 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수현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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