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현지 시간) 미국 IT 전문매체 엔가젯(engadget) 보도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자사 채용 사이트에 ‘AAA급 PC 게임’의 게임 디렉터 구인 공고를 게시했다.
넷플릭스는 ‘새로운 AAA급 PC 게임’을 제작하기 위해 방향과 창의적인 비전을 제시해 줄 게임 디렉터를 모집한다고 말했다. 단순 모바일 게임 제작은 아니다.
이번에 고용될 직원은 넷플릭스의 1세대 게임 제작자로서 명성을 쌓을 수 있다. 초기 게임 기획 단계부터 제작, 출시, 실시간 운영 단계까지 게임의 모든 단계에 참여할 예정이다. 또한 게임을 개발하기 위한 방송기술감독(TD), 보조 감독(AD), 감독(PD)과 지속적으로 협업할 예정이다. 넷플릭스는 게임 업계 최고의 지식을 갖춘 동시에 감정이 풍부하고, 섬세해서 세부적으로 게임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지원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AAA급 PC 게임 제작만 목적으로 둔 것이 아니다. 넷플릭스 게임 플랫폼 넷플릭스 게임즈(Netflix Games)의 부흥이 목적이다. 따라서 게임 업계에서 게임 설계 경력 10년 이상이 조건이고, 팀으로서 일을 해야 하는 만큼 팀에 협업적이고 실시간 멀티플레이형 게임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사람을 원한다.
또한 넷플릭스는 이번 AAA급 PC 게임 제작의 주요 목표가 이용자들이 반복적으로 돌아오고 싶어하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 업계에서는 늘 ‘수익’에 가로 막혀 양질의 게임을 제작하지 못하거나 게임 제작이 중도 철회되는 일이 다반사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그럴 일을 절대 만들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기획부터 운영까지 그 어떤 제약 없이 이뤄지도록 구성할 예정이다.
해당 게임은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3인칭 슈팅 게임(TPS)일 것으로 예상된다. 마치 번지 소프트웨어의 데스티니 가디언즈(Destiny Guardians) 또는 데스티니 2(Destiny 2)처럼 말이다. 왜냐하면 넷플릭스에서 게임 디렉터 자격 조건으로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게임과 FPS, 3인칭 슈팅 게임을 잘 이해하면서 경험이 있는 사람을 원했기 때문이다. 물론, 넷플릭스의 게임 제작을 이끄는 개발자들 중 3인칭 RPG 엔지니어도 존재하기 때문에 3인칭 RPG 게임을 제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넷플릭스는 기존 넷플릭스 모바일 게임과 마찬가지로 해당 게임 내 유료 구매, 광고 등 이용자가 원하지 않을 요소는 일절 추가하지 않을 계획이다. 넷플릭스 게임즈의 방침이 게임 이용자가 게임에만 집중하고 즐길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넷플릭스의 AAA급 PC 게임 제작에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우선 지난달, 넷플릭스 게임즈의 부사장 마이크 베르두(Mike Verdu)는 오버워치(Overwatch), 하스스톤(HearthStone) 등 유명 게임 제작사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Blizzard Entertainment)에서 작년까지 오버워치 디렉터로 활동했던 차코 소니(Chacko Sony)가 넷플릭스 게임 제작에 합류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말한 우대 조건에서 게임 업계 경력 10년 이상을 요구한 만큼 이번에 고용될 직원 역시 이만한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넷플릭스는 지속적으로 게임에 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핀란드 헬싱키에 게임 제작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게임 개발자 인력 충원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초자연 미스터리 그래픽 어드벤처 비디오 게임 ‘옥센프리(Oxenfree)’ 개발자들이 넷플릭스 게임 제작에 다수 합류했다. 당시 미국 비디오 게임 독립 개발사인 나이트 스쿨 스튜디오(Night School Studio) 자체를 인수했다. 대규모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이 게임 제작사 자체를 인수한 것은 처음이었기에 많은 이목을 끌기도 했다.
한편 지난 8월 미국 경제 방송 CNBC 보도에 따르면, 넷플릭스 구독 가입 시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게임들의 다운로드 수치는 매우 저조한 편이다. 애플리케이션 분석 회사 앱토피아(Apptopia) 분석에 따르면, 8월 기준 넷플릭스 모바일 게임들 모두 합쳐서 총 2333만 회 다운로드됐다. 하루 평균 170만 명이 넷플릭스 모바일 게임들을 이용 중이다. 넷플릭스 가입자 수 2억 1100만 명에 비하면 게임 이용자 수는 1%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넷플릭스 게임즈에서 이번 새 AAA급 PC 제작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AAA급 PC 게임 시장 진입이 결코 평탄치는 않다. 다른 거대 기술 회사들도 실패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재작년 5월, 미국의 인터넷 종합 쇼핑몰 회사인 아마존(Amazon)이 AAA급 PC TPS 게임 ‘크루시블(Crucible)’을 출시했지만 그 후 5개월 뒤 개발 중지를 발표했다. 구글(Google) 역시 작년에 AAA급 PC 게임을 제작하려고 했으나, 출시도 전에 게임 제작 스튜디오에게 폐쇄 조치를 내렸다. 해당 스튜디오는 내년 1월에 폐쇄될 예정이다. 이렇듯 대형 기술 회사들도 게임 시장에 진입하려고 여러 시도를 했으나, 막상 출시도 전에 엎어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렇지만 넷플릭스는 각종 게임 시장 진입 의지가 매우 굳건한 편이다. 모바일 게임 출시 때처럼 말이다. 따라서 AAA급 PC 게임 제작 도전 역시 응원해 볼 법하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박효정, 나유권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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