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고용 시장에 부는 칼바람이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강세를 보이던 기술 대기업들이 어려운 경제 상황에 직면하면서 고용을 줄이거나 정리 해고를 단행하고 있다. 가장 큰 충격을 준 것은 최근 트위터의 50% 인력 감축이었다. 물론 트위터의 정리해고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행차로 내부 변화가 크게 일어난 탓이 컸다. 하지만 머스크가 이렇게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하게 된 것은 트위터 매출 하락 때문이었다.
트위터가 정리해고를 단행한 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메타도 회사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정리 해고를 발표했다. 메타는 지난 9일(현지 시간), 13%의 직원을 해고한다고 밝혔다. 회사의 결정으로 무려 1만 1000명의 직원이 해고될 예정이다. 메타는 지난 2분기~3분기 내내 매출 감소를 보고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물가 상승이 소비자 지출을 억제했고, 소비자를 타겟으로 하는 광고주의 지출도 줄어든 것이다. 메타와 같은 플랫폼 기업은 매출의 90% 이상이 광고 수익에서 나온다. 다시 말해, 회사의 주 수입원이 줄어든 것이다. 결국 회사는 지출을 줄이고자 사상 최대 규모의 정리해고를 단행하게 됐다.
이외에도 코로나19 동안 수혜를 보던 기업들도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 전염병 기간에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가장 많은 수혜를 본 기업은 컴퓨터 제조업체와 관련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제조 기업이다. 재택근무와 컴퓨터를 활용한 취미 생활이 늘어난 덕분이었다. 하지만 올해부터 각국 정부가 서서히 일상 회복에 나서고 있다. 자연스럽게 이전보다 PC 판매나 관련 제품 판매가 줄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9월 분기에 5년여 만에 가장 느린 매출 성장을 기록하며 1000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인텔 역시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하락한 후, 전체 인력의 20%를 해고할 계획을 내비쳤다. 회사는 3분기 매출 하락이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인한 PC 수요 감소로, 주력 제품인 중앙처리장치(CPU) 판매가 힘을 못 쓴 탓에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PC 수요 감소에 대응해 인력 감축을 결정한 것이다.
‘부진한 실적 때문에’…HP도 결국 정리해고 열차 탑승
그러나 PC 판매 부진에 대응해 정리 해고를 계획한 기업은 MS와 인텔뿐만이 아니다. 컴퓨터 제조업체 HP 역시 최근 정리 해고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달 31일 HP는 회계연도 4분기 매출을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2% 감소한 148억 달러를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PC를 포함한 개인용 시스템 부문의 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13% 하락한 103억 달러를 기록했다. 개인용 시스템 부문의 수익성은 이전 분기 6.9%에서 이번 분기 4.5%로 축소됐다. 결국 회사는 지난 22일 향후 3년 동안 최대 6000명의 직원을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HP는 인력 감축으로 약 10억 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결정으로 회사는 2025년 회계연도 말까지 총 4000~6000명 감원에 나선다.
‘3년 만에 대규모 인력 감축’…어두운 경제 전망에 불가피해진 정리해고
앞서 HP는 지난 2019년 직원의 16%, 약 7000~9000명 규모의 정리해고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회사는 2022년 회계연도 말까지 일자리를 출소하겠다고 밝혔다. HP는 2019년 10월 기준, 전 세계적으로 5만 5000명의 직원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HP의 직원은 5만 1000명이다. 불과 2년 만에 4000명의 직원을 해고한 것이다. 회사가 최대 9000명의 직원을 올해 말까지 해고할 계획을 밝힌 만큼, 아마 현재도 2019년에 발표했던 해고 계획을 진행 중일 가능성이 크다.
마리 마이어스(Marie Myers) HP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내년 1분기 회사의 실적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2023년 1분기 소비자와 기업 수요 모두 부진하면서 낮은 이익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이전에 발표했던 인력 감축을 내부적으로 진행 중임에도, HP는 향후 3년간의 추가 해고 계획을 발표했다. 기존 인력 감축 계획이 끝나기도 전에 추가 해고를 발표한 셈이다. 결국 경기 침체로 인한 PC 수요 급감에 앞으로의 매출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수현
tech-plus@naver.com
[fv0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