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이 끊임없이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테슬라는 회사 차량에 오토파일럿(Autopilot)과 FSD(Full Self-Driving)와 같은 ADAS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오토파일럿은 지난 2015년 10월 출시된 자율주행 보조 시스템이다. 해당 기능은 레벨 0 ~ 레벨 5로 나뉘는 자율주행 레벨에서 레벨 2에 해당한다. 운전자가 아닌, 자동차가 주체가 돼 운전할 수 있는 단계는 레벨 3부터다. 물론 레벨 3도 어느 정도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하다. 레벨 2까지는 인간이 적극적으로 차량을 제어해야 한다. 말 그대로 ‘보조’ 시스템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회사는 오토파일럿이 마치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한 것처럼 홍보해 논란이 일었다. 테슬라는 지난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오토파일럿 기능을 홍보해왔는데, 대부분의 광고가 과장됐다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오토파일럿이 인간 운전자보다 더 낫다고 주장했다. 테슬라 홈페이지에는 운전자가 핸들을 잡지 않고 주행하는 오토파일럿 홍보 영상이 등장하기도 했다. 머스크의 말을 듣고 홍보 영상을 보면, 운전자 개입 없이 완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할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오토파일럿보다 발전된 FSD 기능도 마찬가지다. FSD는 오토파일럿이 제공하는 기능은 물론, 차선 변경이나 자동 주차가 가능하다. 하지만 FSD를 둘러싼 안전성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해당 시스템이 어린이 보행자에게 위협이 된다는 실험 결과가 공개돼 시스템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실험에서 테슬라 차량은 어린이 체구만한 마네킹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들이받았다. 실제 상황이었다면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충돌이었다.
ADAS 시스템 관련 사고 늘어…과장 광고 혐의로 조사 중인 테슬라
문제는 이러한 충돌이 실험에서만 나타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2018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한 운전자가 오토파일럿을 사용하던 중,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조사 결과, 운전자는 사고 직전까지 핸들에서 손을 뗀 상태였다. 2019년 미국 플로리다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도 마찬가지였다. 이 운전자 역시 핸들에 손을 뗀 채 운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오토파일럿에 과도하게 의존한 탓에 운전에 부주의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이후에도 크고 작은 사고들이 계속 발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 15일까지 1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테슬라의 ADAS 시스템을 사용하다가 일어난 충돌 사고는 무려 273건이었다. 이 기간 동안 발생한 전체 ADAS 시스템 관련 사고는 총 392건이었는데, 테슬라 차량에서만 약 70%가 발생했다.
여러 번의 사고가 쌓이고 쌓이자, 테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특히 회사가 오토파일럿과 FSD 등 ADAS 시스템을 광고한 방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광고가 다소 과장된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회사의 과장 광고는 운전자가 시스템에 의존하게 만들었고, 이런 과도한 의존이 부주의한 운전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결국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테슬라를 자율주행 기능에 관한 과대광고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혐의의 중심이 된 것은 최근까지 사망 사고를 낸 오토파일럿 기능이다. 법무부는 테슬라의 과대광고가 소비자와 투자자, 규제당국을 오도했는지에 대해 비공개 수사를 진행 중이다.
또 보고된 사망사고…ADAS 관련 사망 사고 대부분이 테슬라 차량
테슬라의 ADAS 시스템을 둘러싼 논란은 과장 광고 혐의 조사로 끝이 아니었다. 지난 15일, 로이터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데이터를 인용해 지난 10월 중순까지 테슬라 ADAS 시스템으로 2건의 사망 사고가 추가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NHTSA는 지난해 6월부터 자율주행 레벨 1과 레벨 2와 관련된 ADAS 시스템을 지원하는 모든 자동차 제조업체가 충돌 사고를 보고하도록 의무 보고를 시작했다. 의무 보고를 시작한 후 현재까지 사망 사고는 총 18건으로 나타났다. 이 중 포드의 차량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 1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테슬라의 차량에서 발생했다.
테슬라는 의무 보고가 시작된 후 현재까지 총 474건의 크고 작은 충돌 사고를 NHTSA에 보고했다. 이는 다른 제조 업체보다 월등히 많은 사고 건수다. 그다음으로 많은 사고를 보고한 곳은 일본의 자동차 제조업체 혼다(Honda)로 총 107건의 충돌을 보고했다. 한눈에 봐도 테슬라와 격차가 상당하다. 혼다의 ADAS 지원 차량에서는 아직 사망 사고가 보고된 바 없다.
도로 위를 달리는 수많은 테슬라 차량…책임 있는 기술 개발 필요
물론, ADAS 시스템 지원 차량 중 테슬라의 점유율이 다른 제조업체보다 높은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많은 차량이 도로 위를 달리는 만큼, 사고 발생도 더 많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업계에선 테슬라의 차량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고 본다. 아직 기술 개발 초읽기인 만큼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업체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하지만 테슬라는 자율주행 보조 시스템을 지원하는 자동차 제조업체 중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한 대표 기업이다. 자동차 사고는 운전자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기에, 수많은 소비자를 거느린 테슬라는 더 책임감 있는 자세로 기술 개발에 임해야 한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수현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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