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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텔의 정리해고가 미국 반도체 지원법 자금 조달에 미치는 영향


    인텔 3분기 실적 (출처 : 전자신문)

    미국의 전통 반도체 강호 인텔은 올해 주가가 50% 이상 폭락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회사는 지난 2분기, 4억 540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 50억 달러의 순이익 증가를 기록한 것과 상반되는 결과였다. 그리고 지난 27일(현지 시간) 인텔은 3분기 수익을 발표했다. 회사는 이날 3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총 매출 153억 달러(약 21조 7100억원)를 얻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총 매출이 20% 감소했다. 순이익은 10억 달러(약 1조 42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85% 감소한 결과로, 한눈에 봐도 엄청난 하락 폭이다.

    인텔은 잃어버렸던 반도체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해왔다. 지난해 초, 팻 겔싱어(Pat Gelsinger)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회사를 지휘하면서 비메모리 반도체 위탁생산 파운드리 사업을 재개하며 영업 이익 확대에 나섰다. 하지만 기술력은 경쟁사에 비해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파운드리 기술의 핵심은 미세 공정인데, TSMC와 삼성은 이미 3나노(nm) 공정 반도체 양산에 성공했다. 반면 인텔은 여전히 7나노 공정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인텔에 날개 되어준 미국 반도체 지원법…자금 조달에 등장한 변수


    인텔 오하이오 시설 완성도 (출처 : 인텔)

    이런 인텔의 날개가 되어준 것은 바로 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CHIPS)이다. 미국은 자국에 반도체 생산 공장과 관련 일자리를 늘리고자 해당 법안을 지난 8월에 통과시켰다. 인텔은 물론, 삼성과 TSMC 등 해외 기업도 미국에 생산 공장을 지으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이는 반도체 리더십을 확보하려는 미국 정부 노력의 일환이다. 지원법의 가장 큰 수혜자는 자국 기업인 인텔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회사가 오하이오 주에 건설 중인 새로운 파운드리 시설은 정부 보조금 200억 달러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해부터 PC 수요가 감소하면서 파운드리 사업은커녕 인텔의 주력 사업인 CPU도 힘을 못 쓰는 상황이다. PC 시장은 지난 2분기에 이어서 3분기까지, 지속적인 출하량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일, 시장조사기관 캐널리스(Canalys)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3분기 전 세계 PC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8% 감소했다. 인텔도 3분기 매출 감소가 전반적인 경기 침체 상황에 따른 PC 수요 감소 때문에 일어났다고 말했다.


    (출처 : analyticsinsight)

    2분기 연속으로 매출 감소를 피하지 못한 인텔은 투자자들의 거센 압박을 피할 수 없었다. 결국 지출을 줄여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택해야 했다. 인텔은 3분기 실적 보고 자리에서 2023년까지 30억 달러, 2025년까지 연간 80억~100억 달러의 비용 지출을 줄일 계획을 밝혔다. 목표를 달성할 방법으로 정리 해고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런데 인텔의 정리 해고가 미국 반도체 지원법 자금 조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반도체 지원법 통과시킨 주역 인텔…일자리 창출한다면서 해고부터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에 있는 인텔 본사 (출처 : 블룸버그)

    반도체 지원법은 미국 상원이 지난해 6월 처리한 미국혁신경쟁법안(USICA)과 하원이 올 2월 처리한 미국경쟁법안(ACA)에 포함된 법안이다. 미국 의회는 양원의 법안을 병합해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병합 과정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간 의견 대립이 심해 세부 사항 조율에 난항을 겪은 것. 결국 법안 통과가 지지부진해지자, 인텔은 오하이오 프로젝트 기공식을 연기하며 정부에게 법안 통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인텔의 압박이 통한듯, 결국 미국 의회는 지난 8월 USICA와 ACA에 포함돼 있던 반도체 지원법을 따로 분리해 우선 통과시켰다.

    사실 인텔은 꽤 오랫동안 해당 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했다. 그만큼 정부 지원금이 간절했다는 얘기다. 지난해 12월, 인텔은 애플과 구글, AMD 등과 함께 의회에 서한을 보내 자금 지원법을 통과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당시 서한에 서명한 인텔과 주요 회사들은 반도체 지원법이 미국 내 수많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인텔은 반도체 지원법 보조금에 의존하는 오하이오 프로젝트로 미국 내 7000여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나 레이몬도(Gina Raimondo) 미국 상무부 장관 (출처 : 전자신문)

    이제 법안은 통과됐고, 미국 정부는 내년 봄부터 보조금 지급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9월 지나 레이몬도(Gina Raimondo) 미국 상무부 장관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내년 2월까지 기업의 신청을 받아 봄까지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역 산업을 활성화하며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는 기업을 우선시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만큼 미국 정부에겐 자국 내 공장 건설로 반도체 공급망 확보는 물론, 미국인 일자리 창출이 중요한 사항이다.

    하지만 보조금이 투입되기도 전에, 인텔은 안 좋은 3분기 실적 탓에 대규모 인력 감축을 계획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체 인력의 약 20%가 해고될 수도 있다고. 이는 미국 내 수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지원금 법안을 통과시키는데 주된 역할을 한 인텔의 모습과는 상반되는 행보다. 문제는 이러한 인텔의 정리해고가 지원금 지급을 앞둔 시기에 나왔다는 것이다.

    악몽 반복하고 싶지 않은 미국 정부…지원금 조달 방향 바꿀 수 있어


    팻 겔싱어 인텔 CEO (출처 : 씨넷)

    반도체 지원법이 통과되기 전 논쟁이 오갈 때 일부 의원들은 해당 법안이 기업만 배불리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상원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미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에 96억 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투입했다. 하지만 지원받은 기업은 이내 미국 내 780개 이상의 제조 공장을 폐쇄하고, 15만 명의 일자리를 없애버렸다. 이후 미국에 있던 공장은 모두 해외로 이전됐다. 샌더스는 그동안 많은 회사가 큰 이윤을 남기고자 정부 보조금을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시작은 미국을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결국엔 회사의 이윤을 좇아 해외에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얘기다.

    미국 정부는 분명 이러한 악몽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인텔이 지원법 통과를 요구하면서 약속했던 일자리 창출 계획을 성실히 이행하길 바랄 것이다. 그런데, 보조금 지급에 앞서 직원을 감축하는 모양새다. 기존 직원도 떠나보내는 마당에,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니 정부 입장에서도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 오하이오에 위치한 인텔의 새로운 반도체 시설 기공식에서 CHIPS법을 통한 미국 제조업 재건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출처 : AFP)

    해당 법안에는 직원을 해고하거나 지출을 줄이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조건은 없다. 미국 상무부는 인텔의 정리해고가 자금 조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확한 언급은 피했다. 하지만 지난 17일 타임지(TIME)에 기업의 지원금 신청에 더 많은 제한 사항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정리 해고와 같은 특이 사항이 지원금 조달 심사 시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인텔에게 예정됐던 200억원 규모의 지원금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더 나아가 인텔 외에 보조금을 신청하는 다른 기업도 영향을 받는다.

    앞서 레이몬도 상무부 장관은 지난 9월 “보조금은 기업에 건네는 백지수표가 아니다”라며 사용처를 엄격히 감독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계획된 프로젝트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기업은 자금을 회수하는 옵션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분명한 건 인텔이 정리해고를 예고하면서, 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금 조달 심사는 더 엄격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반도체 기업 전반이 수요 감소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이 상황을 미국 정부가 얼마만큼 감안하느냐에 따라 지원금 조달 심사의 방향은 달라질 수 있다. 내년 2월부터 본격적인 신청이 시작되는 만큼, 아직 시간은 조금 더 남았다.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보자.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수현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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