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인수한 일론 머스크(Elon Musk). 그는 스스로를 ‘표현의 절대 자유자’로 부르며, 영구 정지와 같은 트위터 제재에 불만을 표출해왔다. 이에 일각에서는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면, 트위터 내부 정책이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동시에 트위터에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콘텐츠가 늘어날 수 있다는 주장도 함께 제기돼왔다.
이 같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트위터 내부 정책이 변하지 않았는데, 벌써 악의적인 게시물이 트위터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3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지(The Guardian)는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뒤, 플랫폼에 조직적인 트롤링(Trolling)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트롤링이란 타인을 자극할만한 악의적인 공격 유발 행위다. 즉 혐오성 콘텐츠가 늘어났다는 말이다.
요엘 로스(Yoel Roth) 트위터 안전 책임자에 따르면 이틀 전부터 비방과 경멸적인 표현을 사용한 소수 계정이 다수 게시물을 게재했다. 악의적인 게시물을 올린 계정은 총 300여개며, 이들이 올린 트윗은 5만여개에 달한다. 특히 이들은 진짜 계정이 아니었으며, 현재 드러난 트롤링 캠페인 계정은 금지 사용 금지됐다. 트위터는 향후 문제 해결에 집중할 방침이다.
트위터에서 혐오적인 게시글이 늘어난 정황은 더 있다. 비영리기관 네트워크확산연구소(Network Contagion Research)는 며칠 전 트위터에서 ‘N-워드(N-Word)’를 언급한 게시글이 이전보다 50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N-워드란 미국에서 흑인들을 비하하는 용어를 나타낸다. 니그로(Negro), 니거(Nigger)와 같은 비하 표현이 대표적인 N-워드다.
트위터가 부적절한 콘텐츠를 제재하는 정책을 완화하지 않았는데, 이런 게시글이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 외신 더 버지(The Verge)는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면서, 플랫폼 콘텐츠 제재 정책이 관대해질 것이라는 일부 사용자들의 믿음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이번에 적발된 혐오성 콘텐츠는, 이들이 트위터 정책 변화를 확인하려는 움직임 중 하나라는 것이다.
AP통신에 의하면, 실제 미국에서는 트위터 정책 변화를 간보려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예컨대 일부 보수 지지자들은 ‘이버멕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선거에서 이겼다’ 등 허위 내용이 담긴 게시물을 트위터에 올리기 시작했다. 동물 구충제인 이버멕틴은 과거 공화당 의원들과 보스 인사들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 약품이다.
이 같은 현상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직후, 미국 내 평가는 반으로 나뉘었다. 공화당과 보수 지지자들은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를 환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트위터가 “제정신이 됐다”며 환영 의사를 내비쳤다. 반대 세력에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 지지자들은 보수 극단주의, 백인 우월주의 등 가짜 뉴스와 혐오성 발언이 늘어날 것을 경계했다. 일부 민간 인권 단체도 같은 주장을 펼쳤다. 인권 단체 울트라바이올렛(UltraViolet)은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이라며 “폭력적인 보수 극단주의자들과 백인 우월주의자 그리고 트럼프 전 대통령 금지를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머스크 인수가 트위터와 미국 내 혼란을 불러일으킨 셈이다. 머스크는 이를 잠재우기 위해 몇 가지 카드를 꺼냈다. 첫 번째는 ‘콘텐츠 조정 위원회’다. 콘텐츠 조정 위원회는 영구 정지 계정 복원과 같이 트위터 내부 정책을 논의하는 내부 기구인 듯하다. 머스크는 “위원회 소집 전까지 콘텐츠 정책, 계정 복원 결정은 내려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게시물에 콘텐츠 등급을 부여해, 트위터를 여러 섹션으로 분할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사용자들은 영화 상영 등급에 맞는 영화를 고르는 것처럼, 자신에게 맞는 트위터 버전을 선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머스크는 트위터의 주 수익인 광고주들을 다독이기도 했다. 그는 인수 전 “트위터가 지옥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머스크가 내놓은 대안과 달래기가 무색하게, 트위터 안에서 혐오성 발언과 가짜뉴스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대책을 내놓겠다는 머스크 본인도 구설수에 올랐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관련된 음모론을 펼친 뒤, 비난이 일자 게시글을 삭제한 것이다.
외신 헐리우드리포터(The HollyWood Reporter)에 따르면 머스크 인수 이후 일부 유명 인사들이 트위터를 떠날지 고민하거나, 이미 떠났다. 제너럴모터스(GM)는 향후 트위터 방향을 가늠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 광고를 일시 중단했다. 인수 직후 삐걱대는 머스크의 트위터. 과연 앞으로 운명은 어떻게 될까. 자유로운 의사소통 공간이 될지, 혼돈의 도가니가 지속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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