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달 중순 신제품 공개 행사를 열고 다양한 서피스 신제품을 선보였다.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제품이 ‘서피스 프로 9’이다. 다른 제품과 달리 인텔 모델과 Arm 모델로 나뉘었기 때문이다. 두 모델은 겉보기에는 비슷하지만,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내부에 탑재된 핵심 부품은 완전히 다르다.
이는 두 제품이 사실상 이름과 외관만 같을 뿐, 실제 성능은 다르다는 말이다. 서피스 프로 9 인텔 모델과 Arm 모델 간 성능 격차는 어느 정도일까. 다행히 최근 외신을 통해 두 제품을 대상으로 진행한 다양한 성능 측정 결과가 공개되고 있다. 이들은 긱벤치, 3D 마크, 시네벤치, 게임 구동 등 다양한 방법으로 측정한 값을 공유했다.
27일(현지시간) IT 전문 매체 톰스가이드(Tom’sGuide)는 서피스 프로 9 인텔, Arm 모델을 대상으로 진행한 긱벤치 벤치마크 측정 결과를 전했다. 매체가 사용한 인텔 모델은 저전력 12세대 코어 i7-1255U CPU, 16GB 램(RAM), 256GB 저장 용량을 지닌 고급형 제품이다. Arm 모델 역시 SQ3 CPU, 16GB 램, 512GB 저장 용량을 갖춘 고가 라인업이었다.
긱벤치 벤치마크 점수 측정 결과 인텔 모델은 싱글코어 1633점, 멀티코어 8541점을 기록했다. 반면 Arm 모델은 싱글코어 1125점, 멀티코어 5849점에 그쳤다. 싱글코어(45%↑), 멀티코어(46%↑) 모두 인텔 모델이 크게 앞선 것이다. Arm 서피스 프로 9 점수는 다른 인텔 기반 고급형 노트북과 비교해도 확연히 뒤처지는 수준이다.
외신 엔가젯(Engadget)에 따르면 지난해 출시한 서피스 프로 8(인텔 11세대)의 경우 싱글코어 1289점, 멀티코어 5217점을 기록했다. 한 세대 전에 나온 제품보다 Arm 모델 성능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놀라긴 이르다. Arm 서피스 프로 9 모델 점수는 마이크로소프트 보급형 제품인 서피스 랩탑 고 2세대(싱글코어 1349점, 멀티코어 3764점) 보다도 낮다.
다른 벤치마크 측정 프로그램인 시네벤치 R23에서는 오히려 격차가 더 커졌다. 서피스 프로 9 Arm 모델은 싱글코어 575점, 멀티코어 1866점을 나타냈다. 서피스 프로 8의 경우 싱글코어 620점, 멀티 코어 4619점을 기록했다. Arm 모델은 시네벤치에서도 서피스 랩톱 고 2세대(싱글코어 1127점, 멀티코어 3115점)를 넘어서지 못했다.
3D 마크 실험 결과도 눈여겨볼 만하다. 3D 마크는 그래픽처리장치 성능을 측정하는 프로그램이다. 아드레노 8cx 3세대를 탑재한 Arm 서피스 프로 9 점수는 2959점이었는데, 이는 인텔 내장 그래픽카드 아이리스 XE(2800~3000점)와 비슷한 수준이다. 내장 그래픽 카드는 낮은 성능으로 사용에 제약이 많다. 제아무리 요즘 성능이 높아졌다 해도, 외장 그래픽카드에 미치지 못한다.
게임 구동 성능은 언급할 필요도 없다. 톰스가이드가 FHD 해상도에서 시드마이어 문명 6을 실행한 결과, Arm 서피스 프로 9의 초당 프레임 수는 14.3fps에 불과했다. 인텔 내장 그래픽을 탑재한 인텔 모델도 사정은 비슷했으나, 적어도 Arm 모델보단 나았다. 인텔 모델은 같은 조건에서 24.1fps를 보여줬다. 두 모델 다 게임용은 아니기에 당연한 결과다.
한 가지 Arm 모델이 앞서는 게 있다. 배터리 지속 시간이다. 화면 밝기 150니트, 와이파이를 켠 상태에서 Arm 모델은 총 11시간 17분을 버텼다. 반면 인텔 모델은 9시간 50분이 한계였다. 같은 조건이라면 Arm 모델을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단 9시간 50분도 결코 적은 지속 시간이 아니라 유의미한 결과는 아닌 듯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2011년부터 Arm 생태계에 관심을 가져왔다. 실패한 사례도 많지만, 최근 다시 고삐를 쥐려는 모습이다. 예컨대 최근 ‘윈도우데브키트 2023’이라는 Arm 기반 개발자용 미니 PC를 출시했다. 기존 윈도우에서 사용하던 소프트웨어를 Arm 기반 제품으로 가져오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서피스 프로 9 Arm 모델은 이 같은 과정에서 나온 제품이다. 하지만 벤치마크 측정 결과를 보면 굳이 Arm 모델을 선택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소프트웨어 호환성도 문제여서다. 엔가젯은 Arm용으로 만들어진 기본 앱을 잘 작동했으나, 기존 앱을 에뮬레이션한 앱은 그렇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Arm 윈도우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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