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개월 동안 이어지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트위터의 갈등이 반전 드라마를 쓰며 극적으로 봉합됐다. 이제 머스크의 인수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면서 며칠 안에 거래는 완료될 예정이다.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 프로필에 트위터 최고권위자를 뜻하는 ‘치프 트윗(Chief Twit)’이라는 새로운 직함을 내걸었다. 지난 26일(현지 시간)에는 트위터 사옥에 싱크대를 들고 다소 우스꽝스러운 첫 방문을 마치기도 했다. 과연 괴짜 머스크다운 ‘입장 쇼’였다.
머스크가 웃으면서 트위터 사옥에 들어설 때,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운 집단이 있다. 다름 아닌, 트위터 직원들이다. 앞서 지난 6월, 머스크는 트위터 직원과의 질의응답(Q&A)에서 좋지 않은 성과를 낸 직원이 회사에 남아있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트위터 내부 인력 감축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다.
머스크 체제 아래 살아남을 25% 누가 될까…잘리는 사람만 75%
이제 머스크의 트위터 시대가 열렸고, 상당수의 직원이 그의 체제 아래서 살아남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20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는 현재 트위터 직원의 75%를 해고할 계획이다. 머스크는 이런 계획을 이미 예비 투자자들에게 밝혔다고 한다. 현재 트위터 직원은 7500명이다. 머스크는 이 중에서 5500명을 해고하고, 2000명만을 남길 생각이다.
이는 기존 트위터 경영진의 해고 계획보다 훨씬 더 큰 규모다. 경영진은 본래 내년 말까지 8억 달러의 인건비 삭감을 계획하고 있었다. 이는 전체 직원의 25% 규모에 해당한다. 물론 25%도 큰 규모이긴 하지만, 이는 최근 기술 고용 시장이 위축되면서 다른 회사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규모다. 하지만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면서 그동안 어떤 기업에서도 볼 수 없던 대규모 인력 감축이 예고됐다. 기존보다 해고 인원이 무려 3배나 늘어난 것이다.
물론 정리 해고는 아직 머스크만의 계획에 불과할 뿐이다. 21일 블룸버그(Bloomberg)의 보도에 따르면, 트위터는 아직 정리 해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블룸버그가 본 내부 자료에서 숀 에젯(Sean Edgett) 트위터 법률 고문은 직원들에게 인수 과정에서 여러 소문과 추측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로선 회사의 공식 입장을 기다리는 것이 좋다고도 말했다. 트위터 역시 현재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잠재우고자 의례적인 이야기를 하는 걸 수도 있다. 따라서 정확한 입장이 나올 때까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잘리기 전에 먼저 나갑니다’…지난 3개월 동안 퇴사한 직원만 약 530명
그런데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에 나서면서 자진 퇴사하는 직원의 비율도 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26일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에 따르면 자진 퇴사는 지난 7월, 트위터와 머스크의 법정 공방이 시작된 후 가장 많이 일어났다. 3개월 동안 트위터를 떠난 직원은 약 53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겠다고 제안하기 전보다 무려 60%나 증가한 수치다. 게다가 최근 양측의 갈등이 극적으로 봉합되며 머스크의 인수 가능성이 커지자, 이번 달에만 무려 50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링크드인(Linkedin)의 데이터에 따르면 이들 중 30%는 경쟁사인 메타와 구글로 향했다. 이외에도 틱톡, 스냅(Snap) 등 다양한 소셜미디어 플랫폼으로 이탈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지난 6월 머스크는 이미 정리해고를 예고한 바 있다. 이런 예고가 직원들의 퇴사에 더 불을 지폈다. 그러나 직원들이 단순히 불안정한 고용 상태를 걱정해 지레 겁먹고 회사를 떠난 것은 아니다. 직원들을 떠나게 만든 데엔 복합적 원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머스크 행차 = 기업 문화 변화…복잡한 사정으로 퇴사 선택한 직원들
업계에서는 머스크의 인수 사실이 직원들에게 기업 문화 변경 신호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본다. 실제로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로 기업 내 대대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면서 재택근무에 익숙했던 직원들을 사무실로 다시 불러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머스크는 사무실 근무를 중시하는 사람이다. 앞서 그는 테슬라에서도 근무 방식을 전면 사무실 근무로 전환한 바 있다. 해당 조치로 테슬라에서도 많은 직원이 퇴사하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는 괴짜 같은 얼굴 뒤에 숨은 완벽주의 형 리더다. 그는 일할 때 집요하게 성과를 요구하는 스타일로, 직원들에 대한 높은 기대치를 갖는 것으로 유명하다. 앞서 지난 6월 트위터 직원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도 머스크는 직원들을 철저히 성과로 평가하겠다는 모습을 내비쳤다. 이런 머스크의 성향이 직원들에게 부담이 됐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이러한 탈출 행렬은 궁극적으로 머스크의 계획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어쩌면 대규모 인력 감축을 하겠다는 그의 계획이 이행되기도 전에 더 많은 직원이 회사를 먼저 떠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이탈한 직원들 대다수가 트위터 경쟁사로 이동했다. 유능한 인재가 경쟁사로 이직한 상황은 회사 입장에서 그리 좋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머스크 인수의 부작용으로 촉발된 ‘트위터 엑소더스’, 한동안 계속될지도 모르겠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수현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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