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외식보다는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할 때가 많아졌다. 배달 서비스 앱에 비대면 결제 기능이 잘 구축돼 있다 보니 배달 기사와 마주칠 일은 없지만, 지역화폐나 법인카드를 사용할 때면 부득이하게 대면 결제를 이용해야 했다.
이때 배달 기사가 카드 결제를 진행하는 방법은 대략 3종류로 나뉜다.

첫 번째는 벽돌 크기 정도의 카드 결제 단말기를 가지고 다니는 경우다. 보기만 해도 무겁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고 부피가 커서 휴대하기 번거롭다.
두 번째는 소형 카드 단말기를 스마트폰에 연결하는 경우다. 크기는 제조사와 제품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작은 건 카드의 절반도 안 되는 것도 있고 아무리 커도 스마트폰보다 크진 않다. 앞서 이야기한 카드 결제 단말기보다 휴대성은 좋다.
세 번째는 배달 기사의 스마트폰 앱을 통해 직접 카드 정보를 입력하고 결제하는 경우다. 앱을 실행하고 카드번호와 유효기간 같은 정보를 일일이 입력한다. 단말기가 필요 없어 가장 편할 것 같지만 가장 번거로워 보였다. 카드를 긁거나 꽂기만 하면 되는 단말기에 비해 시간도 오래 걸린다.

3가지 방법 중 가장 편한 건 두 번째 방식이었다. 단말기가 필요하지만 그나마 부피가 작은 편이고, 스마트폰에 직접 카드 번호를 입력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 애플, 카드 단말기 필요 없고 속도 빠른 결제 방법 개발 중?
만약 단말기도 필요 없고 속도까지 빠른 결제 방법이 생긴다면 어떨까. 배달 기사는 불편하게 단말기를 챙겨 다닐 필요가 없는 데다 배달 시간도 절약할 수 있고, 소비자도 현장 결제가 불가피한 경우 대면 시간을 최소화하면서 결제할 수 있어 만족할 수 있을 듯하다.
이런 기술이 필요하다면 애플의 낭보를 기다려 보자.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Bloomberg)는 애플이 별도의 단말기 없이 아이폰에서 직접 카드 결제를 진행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이폰 뒷면에 카드를 가져다 대는 것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기술이다.

해당 기술은 2020년 7월 애플이 인수한 스타트업 ‘모비웨이브(Mobeewave)’가 가지고 있었다. 모비웨이브가 개발한 앱은 결제 금액을 입력하고 아이폰 뒷면 NFC 단자 부근에 카드를 대는 것만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당시 애플은 모비웨이브를 약 1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번 블룸버그의 보도 내용을 보면 해당 기능을 개발한 팀은 현재 애플 결제 관련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다. 매체는 이 간편결제 기능이 애플페이에 통합될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일반 소비자보다는 판매자나 영세 사업자가 필요로 하는 기능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기술이 정식으로 도입된다면 기존 아이폰 사용자도 써볼 수 있을 전망이다. NFC로 통신하기 때문에 NFC 단자가 탑재된 기존 아이폰도 이론상 기술 구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올봄에 출시할 예정인 iOS 15.4 운영체제를 포함해 향후 몇 개월 안에 이 기능이 추가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카드 단말기를 추가로 구매하지 않아도 되므로 개인 사업자나 소기업에서 간편하고 경제적인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거운 카드 단말기를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되고, 카드번호를 일일이 입력하는 단계도 생략되므로 대면 결제에 소요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 한국서 벌써 7년 전에 개발한 기술… 보급 안 된 이유는?

한편, 한국에서는 이미 거의 같은 기술이 오래전부터 구현됐다. 2015년 한국NFC가 출시한 ‘NFC간편결제’ 서비스다. 스마트폰 뒷면에 NFC 카드를 대고 비밀번호 앞 2자리만 입력하면 결제가 진행된다. 기술 원리와 진행 과정 모두 모비웨이브의 기술과 같다. 처음에는 아이폰의 NFC 기능이 개방되지 않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만 지원했으나 비슷한 기능을 2020년 초부터 iOS도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편한 기술이 왜 아직까지 보편화되지 않았을까. 호환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NFC를 통한 간편결제는 기술 특성상 NFC 칩이 내장된 카드만 호환된다. 그러나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카드는 NFC가 아닌 IC 칩이나 마그네틱(MST) 방식으로 통신한다. 그렇다 보니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카드가 대부분 NFC 방식으로 바뀌지 않는 이상 해당 기술에만 전적으로 의존하기 어렵다. 게다가 NFC 기반 카드 단말기는 다른 방식에 비해 보급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적극 도입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따라서 애플이 아이폰 기본 기능으로 NFC 카드 간편결제 기능을 추가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①카드사가 기존 IC·MST 방식 대신 NFC 카드 보급을 적극 추진해야 하며 ②대부분의 소비자가 NFC 카드로 교체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조건이다. 단기간에 보편화되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병찬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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