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잘 준비해 서류 심사를 통과해도 이제 한고비 넘겼을 뿐이다. 취업 준비생이 가장 부담스러워 한다는 면접이 기다리고 있다. 이 관문을 뚫기 위해 해볼 수 있는 건 모두 해봐야 한다. 적지 않은 이들이 스터디 그룹에 참여해 준비에 만전을 기한다.

올해 안 그래도 힘든 구직 활동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했다. 기업이 공개 채용을 없애고 수시 채용으로 전환했던 것.

설상가상으로 이름만으로도 당황스러운 ‘인공지능(AI) 면접’까지 도입됐다. AI 면접관은 목소리, 표정 변화 등 지원자의 비언어적 요소를 빅데이터로 분석해 해당 지원자를 신뢰해도 되는지 여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게 된다.

기업 입장에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릴 필요는 없다. 인공지능을 채용 과정에 도입하는 방식도 언젠가는 마주해야 할 일이었을지 모른다. 주관적인 판단을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지원자를 파악하는 이점을 누리고 싶었을 테다. 국내 기업만으로도 LG, SK, CJ 등 지난해 기준으로 450개가 넘는 기업이 벌써 AI 면접을 직원 채용에 도입했다.

그런데 지원자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생소한 면접 방식에 대한 데이터가 거의 없는데다 준비 과정도 쉽지 않다. 그래도 일반 면접관은 사람이다 보니 여러 방면으로 의중을 살필 수 있으나 감정이 없는 인공지능 면접관은 그 속을 알 길이 없다.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기업을 보는 구직자는 한없이 작아진다.

(출처 : 구글)

하지만 이제 구직자도 AI의 힘을 빌릴 길이 열리고 있다. 17일(현지 시간) 구글은 AI 기반의 ‘인터뷰 웜업(Interview Warmup)’이라는 면접 준비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원래는 구글 직무 교육 서비스인 ‘구글 커리어 서티피케이트(Google Career Certificate)’ 학습자가 취업 준비를 하는 데 도움을 주려 고안된 기능이지만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더 많은 구직자가 AI의 분석을 바탕으로 면접을 준비하게 됐다.

구글은 인터뷰 웜업 사이트를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을 통해 공개했다. 인터뷰 웜엄은 공통 질문을 비롯해 다양한 직무별 질문을 제공하고 답변을 연습할 수 있다. 또한 AI가 구직자의 답변을 분석하고 더 나은 답변을 제공해준다. 구직자는 예상 질문에 마이크를 이용해 말로 답변하거나 키보드로 텍스트를 입력해 답변할 수 있다.

(출처 : 구글)

이때 AI가 제공한 더 나은 답변으로 같은 질문에 반복 연습이 가능하고, 새로운 질문을 연습해볼 수도 있다. 또한 AI는 구직자의 답변 중 사용된 직무 관련 용어,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 답변의 주제 등을 정리해 스크립트로 보여준다.구직자는 자신의 답변에서 빼야 할 단어를 알 수 있고, 중요한 단어는 더 강조해 답변을 준비할 수 있다.

구체적인 면접 질문은 크게 배경 질문, 상황 질문, 기술 질문 총 3가지 카테고리로 준비된다. 배경 질문을 통해 과거의 경험, 관심사, 목표 등과 관련된 질문을 연습할 수 있다. 상황 질문을 통해 상황 대처 능력을 평가하는 질문을 연습할 수 있다. 기술 질문은 직무와 관련된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질문을 제공한다. 구글은 추후에 질문을 더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I 면접이 확대되는 와중 구글의 인터뷰 웜업은 지원자가 온라인 면접에 익숙하도록 도와주고, AI의 객관적 분석을 바탕으로 면접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 유용한 기능으로 보인다.

(출처 : 구글)

인터뷰 웜업은 답변을 더 매끄럽게 준비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AI 면접뿐만 아니라 대면 면접 준비에도 폭넓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시간적 여유가 없어 면접 스터디를 구성하기 힘든 사람에게도 집에서 면접을 연습할 수 있는 유용한 기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완벽하다고 볼 순 없다. 면접 스터디 그룹에서 빈번히 이뤄지는 정보 교환이나, 함께 준비한다는 동질감까지 선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부족한 부분은 별도 커뮤니티가 개설돼 사람들이 자신의 직무나 기업과 관련해 정보를 나누면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아쉽게도 해당 서비스는 미국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사용이 어렵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AI 면접의 추세에 발맞춰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구직 사이트 잡코리아의 ‘AI 면접 모의고사’와 AI 면접 서비스 ‘몬스터’가 있다. 두 플랫폼 모두 면접 답변 영상을 녹화해 답변과 표정 등 세세하게 분석해주기 때문에 어쩌면 구글이 출시한 서비스보다 더 많은 기능을 제공받을 수 있다.

구직자는 AI 면접관에 대항하기 위해 자신만의 AI 어시스턴트와 면접 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AI 면접관, 그리고 AI의 도움을 받은 구직자의 대결 구도가 흥미롭게 느껴진다. 이제 인공지능은 더는 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수현, 나유권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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