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과 함께 반가운 손님처럼 찾아오는 것이 있다. 바로 애플의 신제품이 그 주인공이다. 매년 이맘때쯤 되면 애플의 신제품을 두고 여러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다. 특히 새로운 아이폰은 출시 전부터 다양한 소문을 양산해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Counterpoint Research)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애플은 미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50%를 기록했다. 이는 아이폰 출시 이후 가장 높은 점유율이다. 아이폰을 향한 사람들의 관심은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애플은 지난 7일(현지 시간), ‘파 아웃(Far Out)’이란 이름으로 가을 이벤트를 개최했다. 회사는 이 자리에서 아이폰 14 라인업과 애플워치 시리즈 8, 에어팟 프로 2세대 등의 신제품을 공개했다. 가장 주목받은 것은 역시나 아이폰 14 시리즈다. 출시를 앞두고 미니 모델이 단종될 것이라는 소문도 사실로 확인됐다. 애플은 라인업에서 미니를 제외시켰고, 그 빈자리는 크기가 더 커진 ‘아이폰 14 플러스’가 채웠다. ‘아이폰 14 프로’와 ‘아이폰 14 프로맥스’도 연이어 공개됐다. 특이점은 애플이 이번에 처음으로 같은 라인업에 기기별로 다른 모바일 프로세서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새로운 아이폰 = 새로운 모바일 칩 전환’ 공식 깬 애플
애플은 매년 새로운 아이폰에 새로 설계한 모바일 칩을 탑재하곤 했다. 애플은 일종의 ‘반도체 기초 설계도’인 ARM의 아키텍처에 시스템 온 칩(SoC)을 설계한다. SoC의 대표적인 예가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다. AP는 별도의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 이미지 프로세서 등 다양한 기능을 별도의 장치가 아닌, 하나의 칩에 담고 있다. 다양한 연산, 처리, 제어를 수행하기 때문에 스마트폰의 ‘두뇌’라고 평가받는다.
그동안은 같은 라인업 내 프로 모델을 사든, 미니 모델을 사든 동일한 성능을 얻을 수 있었다. 모두 같은 프로세서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폰 14부터는 이 공식이 깨져버렸다.
지난해 아이폰 13은 일반 모델부터 프로맥스까지, 모두 같은 ‘A15 바이오닉 칩’이 탑재됐다. 하지만 아이폰 14는 그렇지 않다. 아이폰 14·아이폰 14 플러스는 A15 바이오닉 칩이, 아이폰 14 프로·아이폰 14 프로맥스에는 ‘A16 바이오닉 칩’이 탑재된다.
일반적으로 애플은 최신 프로세서에 탑재와 함께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그렇기에 아이폰 14 라인업 중 어떤 모델을 선택할 지 고민 중인 사람이라면, 그 어떤 때보다 A15 바이오닉 칩과 A16 바이오닉 칩의 차이점을 잘 알아야 할 것이다. 차이가 크다면, 구매할 모델 선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A16 바이오닉 VS A15 바이오닉…달라진 점 뭐길래
애플의 새로운 모바일 프로세서는 4나노 공정으로 양산된 6코어 CPU를 기반으로 한다. A15 칩이 5나노 공정에서 양산된 점을 감안하면,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칩을 미세화하면 트렌지스터 회로의 집적도가 높아지면서 작업을 더 효율적으로 처리한다. 따라서 이는 아이폰 14 프로 제품군을 선택하려는 사람들에게 좋은 소식일 수 있겠다.
A16 칩은 2개의 성능 코어와 4개의 효율성 코어가 있는데, 이는 A15 칩과 동일하다. 마찬가지로 5코어 GPU도 동일하다. 트랜지스터 수는 A15의 150억 개에서 A16의 160억 개로 소폭 증가했다.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가지고 있어 이전보다 더 빠르고 효율적인 작업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칩의 성능은 여러 작업을 처리하는 속도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속도 향상은 크게 없어…디스플레이, 카메라에 집중
IT 매체 폰아레나(Phone Arena)가 인용한 트위터 사용자 아이스유니버스의 긱벤치(Geekbench) 테스트에 따르면 A16 칩의 작업 처리 속도는 전작보다 향상됐지만 큰 차이는 없었다. 실험은 아이폰 13 프로맥스와 아이폰 14 프로맥스로 진행했다. A15 칩 싱글 코어 점수는 1734점, A16 칩은 1,887점을 얻어 9%의 성능 향상을 기록했다. 이는 경쟁 제품인 삼성 갤럭시 Z폴드 4와 비슷한 수준이다.
멀티 코어 점수는 A15 칩이 4818점, A16 칩이 5455점으로 이전보다 13% 향상됐다. 지난해 아이폰 13 출시 후, 아이폰 12와의 긱벤치 테스트에서 A15 칩의 멀티 코어 점수는 A14 칩보다 21%나 높았다. 이를 감안하면 아이폰 14 라인업에서의 CPU 속도 향상은 크게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애플 역시 칩을 발표하면서 A15 칩보다 얼마나 더 빠른지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이미 경쟁사인 삼성보다 우수하고 CPU 속도는 충분히 빠르다고 판단한 셈이다.
애플은 아이폰 13에서 일어난 카메라, 디스플레이 등 대대적인 하드웨어 변화에 주목했다. 오히려 관련 성능 개선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봤다. 회사는 A16 칩의 핵심은 16코어 ‘뉴럴 엔진(Neural engine)’이라고 강조했다. 뉴럴 엔진은 일종의 AI 계산기로, 컴퓨터 사진 촬영이나 음성 명령 처리와 같은 AI 작업의 속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는 아이폰 14 프로 제품군의 고급 사진·비디오 기능을 제공하는 핵심이다. 칩의 뉴럴 엔진은 초당 17조 개의 연산을 처리할 수 있다. 이는 A15 칩의 15.8조보다 1.2조나 늘어난 수치다.
그래픽 성능도 신경 쓴 모습이다. 폰 아레나가 인용한 중국 스마트폰 벤치마크앱 ‘안투투(Antutu)’ 결과에 따르면 아이폰 14 프로에 탑재된 A16 칩의 GPU 성능은 전작 대비 28% 향상됐다. 이는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큰 GPU 성능 향상이다. 또한 CPU와 GPU간 대역폭도 50% 증가했다. 두 장치 간의 흐를 수 있는 데이터 양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따라서 전보다 그래픽 집약적 앱과 게임을 사용할 때 성능 향상을 경험할 수 있다.
어떤 것을 선택해야 옳을까? 아이폰 14, 후회없이 선택하려면
아이폰 14 라인업은 기기별로 다른 프로세서를 사용해 특정 기능의 차이가 있다. 물론 작업 속도에 차이는 크게 없어 가시적인 성능 차이는 크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아이폰 14와 아이폰 14 플러스에 이전과 같은 A15 칩이 탑재된다고 하지만,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다. 애플은 아이폰 13 프로에 탑재한 A15 칩을 조금 더 발전시킨 형태로 차기작에 탑재하기로 했다. 아이폰 14에 탑재되는 A15 칩은 5코어 GPU로 훨씬 더 나은 그래픽 성능을 제공한다.
아이폰 14와 아이폰 14 플러스 등의 표준 모델도 충분히 원하는 중요한 기능을 모두 제공할 것이다. 하지만 아이폰 14 프로 제품의 A16 칩은 더 나은 배터리 수명과 고급 카메라 기능을 제공한다. 또한 그래픽 집약적인 앱과 게임에도 특화된 경험을 제공한다. 그렇기에 고급 카메라 기능을 누리고 싶은 사용자, 휴대폰 게임을 자주 즐기는 사용자라면 프로 모델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될 지도 모른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수현
tech-plus@naver.com
[fv0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