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연일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경쟁자들이 늘어나면서 구독자 확보가 녹록지 않아서다. 이에 넷플릭스가 게임에 더 많은 역량을 쏟으려는 듯하다. 거대 게임사와 손잡고 게임 라인업을 강화하고, 게임 기반 동영상 콘텐츠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13일(현지시간) IT 전문 매체 아르스테크니카(ArsTechnica)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유럽 최대 비디오 게임 회사로 꼽히는 유비소프트(Ubisoft)와 협업에 나선다. 유비소프트는 PC·콘솔용 대작 게임을 만드는 게임사다. 어쌔신크리드, 파크라이, 레인보우 식스 등 유명 게임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유비소프트 비디오 게임을 그대로 넷플릭스에 이식하는 건 아니다. 넷플릭스가 추구하는 방향에 따라 유비소프트는 자사 게임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모바일 게임을 제공할 방침이다. 넷플릭스에 들어갈 게임은 총 3종이며, 오는 2023년 출시된다. 광고나 소액 결제는 없고, 타 넷플릭스 게임처럼 구독자만 이용 가능하다.
먼저 가장 큰 주목을 받는 게임은 모바일판 어쌔신크리드다. 어쌔신크리드 시리즈는 유비소프트의 대표 프랜차이즈 게임 중 하나다. 특수한 기기를 이용해 과거 암살자의 삶을 체험하는 스토리다. 인기가 상당한 편이며, 주기적으로 새로운 타이틀이 나오는 게임이다. 지난 2020년 기준 1억5500만장 누적 판매됐다.
넷플릭스에 들어갈 어쌔신크리드는 오래전 출시한 모바일판과 다른 게임으로 보인다. 유비소프트 측에서 현재 넷플릭스에 들어갈 오리지날 어쌔신크리드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기 때문. 유명 게임 어쌔신크리드를 어떻게 구현했을지 주목된다. 또 명성에 맞는 게임성을 갖췃을지도 관심사다.
다음 게임은 1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한 발리언트 하츠(Valiant Hearts) 후속작이다. 발리언트 하츠는 횡스크롤 방식 퍼즐 어드벤처다. 마지막 게임은 모바일 핵앤슬래시 게임 마이티 퀘스트(Mighty Quest)다. 새로 개발된 버전일지, 기존 모바일 게임을 그대로 이식할진 알 수 없다.
이뿐 아니라, 넷플릭스는 유비소프트 게임을 배경으로 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할 계획이다. 앞서 언급한 인기작 어쌔신크리드 시리즈를 실사 드라마로 만든다는 것. 사실 어쌔신크리드 드라마 제작은 지난 2020년 처음 나왔다. 당시 넷플릭스는 협업 소식을 전하며 어쌔신크리드를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콘텐츠로 각색하겠다고 약속했었다.
넷플릭스가 게임을 기반으로 드라마를 제작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9년 넷플릭스는 대작으로 꼽히는 게임 위쳐 3(The Witcher 3)를 활용한 실사 드라마를 제작한 바 있다. 위쳐 3 드라마는 기대와 달리 혹평도 적지 않았다. 어쌔신크리드 드라마는 당시 지적된 단점을 개선했을지 지켜봐야 겠다.
넷플릭스가 플랫폼 내 게임을 제공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말부터다. 처음에는 단순히 구독자를 끌어모으기 위한 작은 혜택으로 치부됐다. 그러나 넷플릭스의 행보를 보면 게임에 진심인 듯하다. 최근 넷플릭스는 친구와 함께 게임을 즐기거나, 순위를 경쟁하는 새로운 기능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능 명칭은 게임 핸들(Game Handle)이다.
단순 기능 확장뿐 아니라, 넷플릭스는 클라우드 게임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클라우드 게임은 넷플릭스 주력 사업인 동영상 스트리밍처럼, 외부 서버에 저장된 게임을 스트리밍으로 즐기는 방식이다. 이를 이용하면 높은 성능을 요구하는 게임을 저사양 기기에서 구동할 수 있다. 넷플릭스가 클라우드 게임을 도입한다면, 모바일 게임이라는 한계를 벗어날 수 있다.
다만 게임이 넷플릭스의 돌파구가 될진 미지수다. 넷플릭스가 게임을 도입한지 아직 1년이 채 지나지 않았고, 투자한 금액에 비해 눈에 띄는 성과도 없다. 넷플릭스가 게임사 넥스트게임즈를 인수하는 데 사용한 비용만 94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지난달 앱 분석 업체 앱토피아(Apptopia)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넷플릭스 게임 일일 사용자 수는 전체 구독자 수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지난해 그렉 피터스(Greg Peters) 넷플릭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게임 사업을 장기적으로 보고 지속해나가겠다는 의사를 전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넷플릭스가 게임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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