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새로운 제품 출시 전엔 다양한 정보가 먼저 유출되고, 추측이 뒤따른다. 물론 모든 예상이 맞아떨어지는 건 아니다. 개중엔 틀린 정보도 상당하지만, 사전 유출된 정보를 마냥 무시하긴 어렵다. 신뢰도 높은 이들 입에서 나온 정보인 경우도 있고, 제품을 고대하는 이들에게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여서다.
하지만 지나친 정보 유출은 오히려 독이 된다. 제품에 대한 기대감을 반감시킨다. 아직 출시하지 않은 구글의 차세대 스마트폰 픽셀 7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픽셀 7 시리즈는 지난 5월 구글이 발표한 차기 플래그십 스마트폰이다. 구글의 일정대로라면 올해 가을께 공식 출시해야 하는 제품이다.
일부 제품 정보가 미리 유출되는 건 일반적이나, 픽셀 7 시리즈는 선을 넘었다. 6일(현지시간) 해외 IT 전문 매체 더 버지(The Verge)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스마트폰 매장 가젯풀 BD(GadgetFull BD)가 픽셀 7 프로 언박싱 영상을 공개했다. 출시를 앞둔 제품을 박스째 리뷰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이 업체는 페이스북에 언박싱 동영상을 게재했다. 영상에는 한 사용자가 픽셀 7 박스를 개봉하고, 제품을 꺼낸 뒤 구동하는 장면까지 담겼다. 제품 박스는 애플 아이폰 시리즈처럼 구글 로고와 제품명, 픽셀 7 프로 모습이 그려져 있다. 박스 안엔 픽셀 7 프로 본체와 충전용 케이블이 동봉돼 있다.
본체 전면엔 흰색 종이가 붙어 있는데, 디스플레이 보호와 각 버튼의 기능을 알려주는 용도로 보인다. 종이를 제거하기 쉽도록 하단에 손가락을 끼워 넣을 수 있는 공간도 눈에 띈다. 제품을 켜면 애니메이션 효과를 지닌 구글 로고가 등장한다. 이어 영문으로 ‘Welcome to your Pixel’이라고 쓰인 환영 문구가 나타난다.
제품 전면은 삼성전자 갤럭시 S22 울트라를 연상케 한다. 상·하단, 양 측면 베젤이 굉장히 얇고, 디스플레이 상단에는 전면 카메라가 위치한다. 갤럭시 시리즈 특징인 엣지 디자인도 엿보인다. 제품 뒷면은 그간 유출된 픽셀 7 프로와 동일하다. 다른 점은 구글 제품을 뜻하는 대문자 알파벳 ‘G’가 선명하게 인쇄돼 있다는 것이다.
픽셀 7 프로는 다양한 방법으로 유출됐다. 지난달 말 구독자 1820만여명을 보유한 유튜버 언박스 테라피(Unbox Therapy)는 픽셀 7 시리즈 시제품을 공개했다. 그가 입수한 픽셀 7 후면에는 알파벳 ‘G’ 대신 의미를 알 수 없는 문양이 인쇄돼 있었다. 그는 기존 픽셀 6 시리즈와 픽셀 7 시리즈 시제품의 디자인 차이를 중심으로 리뷰했다.
지난 6월 미국 최대 커뮤니티 웹사이트 레딧(Reddit)의 한 사용자는 픽셀 7 일반 모델을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MarketPlace)에서 구매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는 페이스북에서 만든 온라인 중고 시장이다. 사용자가 공개한 제품은 유튜버 언박스 테라피가 공개한 제품처럼 시제품인 듯하다. 후면 로고가 동일하기 때문.
지난 5월 세계 최대 오픈 마켓 이베이(Ebay)에 픽셀 7 일반형과 픽셀 7 프로 제품 판매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외신에서 이를 집중 보도하자, 판매 글은 곧바로 삭제됐다. 이게 끝이 아니다. 구글의 첫 스마트워치 픽셀워치는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유출됐다. 정체불명의 사람이 식당에 픽셀워치 시제품을 두고 간 것이다.
픽셀 7 시리즈와 픽셀워치가 처음 유출됐을 때만 해도 그저 스쳐 지나가는 해프닝으로 보였다. 혹은 구글이 관심을 끌기 위해 잠깐 제품을 유출한 것처럼 보였다. 이젠 잘 모르겠다. 픽셀 7 시리즈는 벌써 크게 유출된 것만 세 번째다. 픽셀워치는 아예 실물 사진이 통째로 알려져 버렸다. 두 제품은 올해 가을께, 즉 3분기 출시하기로 예정돼 있다.
이번 유출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외신 톰스가이드(Tom’sGuide)는 픽셀 7 시리즈 출시가 거의 다 준비됐기에, 이 정도 유출은 당연하다고 바라봤다. 반면 외신 안드로이드센트럴(AndroidCentral)은 픽셀 7 프로 언박싱 영상 유출로 인해 공식 출시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게 됐다고 지적했다. 둘 다 일리 있는 말이다. 과연 픽셀 7 시리즈는 출시 날 여타 플래그십 제품처럼 큰 조명을 받을 수 있을까. 두고 볼 일이다.
한편 픽셀 7 시리즈는 구글이 독자 개발한 텐서(Tensor) 2세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탑재한다고 알려졌다. 기본 모델은 90Hz 주사율에 2400×1080 해상도, 프로 모델은 120Hz 주사율과 3120×1440 해상도 디스플레이를 탑재할 전망이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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