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인텔)

미국의 반도체 강호 인텔이 비즈니스 수난 시대를 겪고 있다. 그동안 중앙처리장치(CPU)에만 몰두했던 인텔은 최근 들어 수익성이 부각된 파운드리에도 집중하는 모습이다. 해당 분야는 이미 오랜 기간 TSMC가 독점하고 있고, 삼성은 우수한 기술력을 토대로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세 회사 중 인텔의 비메모리 반도체 위탁생산 기술은 가장 뒤처진다고 평가됐다. 경쟁사를 따라잡으려면 많은 투자와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인텔은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며 관련 비즈니스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회사가 주력 사업 외에도 다른 사업 확장을 벌이고 있는데, 효자 노릇을 하던 CPU도 경기 침체를 피하지 못했다. 인텔의 지난 2분기는 인플레이션으로 PC 수요가 감소하면서 타격을 입었다. 실망스러운 분기를 보낸 회사는 결단이 필요했다. 팻 겔싱어(Pat Gelsinger)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회사의 손실을 줄이고자 수익성이 없는 다수의 사업부를 폐기했다. 폐기한 사업부는 옵테인(Optane), 맥아피(McAfee), 드론 사업부, 낸드 사업부, 러시아 사업부, 스포츠 사업부 등 6개다. 해당 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인텔은 15억 달러를 절약했다고 한다.

‘손실만 무려 21억 달러’…인텔의 GPU 사업부


(출처 : 인텔)

수익성이 없는 사업부는 또 있었다. 바로 인텔의 독립형 그래픽 카드(GPU) 사업부다. GPU에는 독립형(외장용) GPU와 중앙처리장치(CPU)에 내장된 ‘통합형 GPU’가 있다. 인텔은 그동안 압도적인 CPU 점유율을 내세우며 통합형 GPU에서 성과를 보였다. 반면 독립형 GPU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인텔은 해당 사업에 진출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올해 초부터 그래픽카드에 대한 야심을 드러냈던 인텔은, 지난 4월 노트북용 인텔 ‘아크(Arc) 3’를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독립형 GPU 사업에 뛰어들었다.

CPU 강자 인텔의 시장 진출에 그동안 AMD와 엔비디아(Nvidia)가 독점했던 외장용 GPU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기대를 받은만큼 잘 진행되지 않은 모양이다. 올해 2분기 회사 손실에 크게 기여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독립형 GPU 아크 제품군이었다. 게다가 당초 올여름 출시 예정이었던 PC용 아크는 윤곽조차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인텔은 수익성 없는 사업을 접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지난 몇주 동안, 인텔의 개별 GPU 사업부도 매각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외신을 장악했다.

‘우린 아무 데도 안가’…외장 GPU 포기하지 않겠다는 인텔


(출처 : 인텔)

막대한 손실에도 불구하고 인텔은 독립형 GPU 사업 확장에 대한 야심을 버리지 않겠다는 의지다. 지난 1일(현지 시간) 영국과 미국의 게임 매거진 PC 게이머(PC Gamer)와 인터뷰를 가진 톰 피터슨(Tom Petersen) 인텔 GPU팀 펠로우는 회사가 독립 GPU 사업을 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개별 GPU 사업은 데이터 센터와 통합 GPU 모두에 적용되는 기본 기술을 개발하는 사업이라며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서 그는 “우리는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것”이라며 사업부 존폐 위기를 일축했다.

그는 인텔의 차세대 아크 제품 개발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차기작의 구체적인 제품명인 ‘아크 A750’과 ‘아크 A770’을 언급하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이어서 차기작의 사양도 간단히 설명했다. 두 제품 모두 동일한 ‘ACM-G10’ 칩을 사용한다. 아크 A770은 32개의 Xe 코어를 제공하고 아크 A750는 28개만 제공한다고 한다. 코어 개수가 더 많으면 여러 가지 작업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그래서 코어 개수가 성능을 좌우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 두 제품은 개수 차이가 크진 않지만, 아크 A770에서 조금 더 나은 성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엔비디아 GPU 위협할 자신 있어’…인텔의 도전은 계속될 것


(출처 : 인텔)

인텔은 아크 제품군의 레이 트레이싱 성능을 자랑하며 경쟁사를 위협하기도 했다. 레이 트레이싱은 말 그대로 빛(Ray)이 어디서 오는지, 어떻게 반사되는지 계산해 광원의 위치를 역추적(Tracing)하는 기술이다. 현실감 있는 그래픽을 제공하는 데 필수 요소다.

회사는 차세대 아크 A770의 레이 트레이싱 성능이 경쟁사 엔비디아의 ‘RTX 3060’을 능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톰 피터슨은 “우리가 보유한 레이 트레이싱 장치(RTU)는 실제 레이 트레이싱 성능을 제공하는 데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인텔은 엔비디아의 제품과 자사 제품을 두고 여러 번 내부 테스트를 수행했다. 테스트 결과를 근거로 회사는 차기작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팻 겔싱어 인텔 CEO (출처 : 인텔)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내부 테스트일 뿐이다. 아마도 통제된 조건에서 실험을 수행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실제로 인텔의 외장용 GPU가 경쟁사를 압도할 수 있는 성능일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GPU 시장이 전반적으로 흔들리는 상황이지만, 인텔은 계속해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파운드리와 GPU까지 점점 더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인텔은 원대한 GPU 야심을 이룰 수 있을까.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수현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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