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가 스마트폰을 향한 야심만 가졌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큰 오산이다. 중국 대기업 샤오미는 이미 오래전부터 휴머노이드에 강한 열망이 있었다. 이런 회사의 열망은 로봇 진공청소기부터 시작해 지난해 공개한 로봇 강아지 ‘사이버 도그(Cyber Dog)’로 이어졌다. 휴머노이드는 인간의 신체와 유사한 모습을 갖춘 로봇을 말한다. 인간의 행동을 가장 잘 모방할 수 있어, 인간형 로봇으로 불린다.
휴머노이드를 개발 중인 또 다른 회사는 최근 트위터와의 분쟁으로 시끄럽다. 바로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8월, 자사 행사인 AI 데이(AI Day)에서 휴머노이드 ‘옵티머스 봇(Optimus Bot)’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올해 안으로 휴머노이드의 프로토타입을 준비할 계획도 전했다. 머스크는 사람이 하기 어렵고, 위험한 작업을 수행하는 휴머노이드 도입을 적극 지지하는 입장이다. 많은 사람이 테슬라가 가장 먼저 휴머노이드를 공개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샤오미가 한 발 더 빨랐다.
‘두 발로 걷고 꽃도 건네주고’…샤오미 ‘사이버원’
지난 11일 오전, 베이징에서 열린 샤오미의 대규모 제품 출시 행사에서 회사는 휴머노이드 ‘사이버원(CyberOne)’ 프로토타입을 공개했다. 사이버원은 두 발로 걸어서 무대 위로 등장해 레이쥔(Lei Jun) 샤오미 회장 옆에 섰다. 그는 레이쥔 회장과 함께 사진을 찍고, 꽃을 건냈다.
레이쥔 회장은 “사이버원의 인공지능(AI)과 기계 기능은 모두 샤오미의 로보틱스랩(Robotics Lab)에서 자체 개발한 것”이라며 기술력을 자랑했다. 회사는 로봇을 구성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알고리즘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연구·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고 밝혔다.
공개된 사이버원은 키 177cm, 몸무게 52kg으로 별명은 ‘메탈 브로(Metal Bro)’다. 곡면 OLED 패널 형태의 얼굴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몸은 13개 관절로 구성돼 다양한 포즈를 취할 수 있다. 아직 걷는 법을 배운 지 얼마 안 돼 하체가 안정적이지 않다. 걸음걸이가 다소 어색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이버원은 쿵푸를 배우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응답 속도도 0.5초밖에 되지 않아 빠르게 명령을 처리하고 3차원 공간을 인식한다. 또한 마이크 두 대로 소리를 듣고, 처리할 명령을 인식할 수 있다. 사이버원은 자체 개발한 ‘미AI(MiAI) 환경 의미 인식 엔진’과 ‘미AI 음성 감정 식별 엔진’을 탑재해 85가지의 환경 소리와 45가지의 인간 감정을 식별한다. 따라서 개인의 제스처와 표정을 인식해 환경을 보고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사람이 슬픈 순간을 감지해 위로할 수도 있다고 한다. 모든 기능은 사이버원의 처리 장치에 통합돼 로봇의 얼굴인 OLED 모듈에 실시간 대화형 정보를 표시한다.
비싼 가격이 현실적 장벽…대량 생산까지 시간 걸릴 것
깜짝 공개로 사람들의 이목을 산 사이버원이 상용화되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사이버원이 현재 약 8만 9000달러에서 10만 4000달러의 가격표를 갖는다. 이는 한화로 1억원이 훌쩍 넘는 가격이다. 레이쥔 샤오미 회장은 사이버원을 제작에 상당한 비용이 들기에, 대량 생산에 적합하다고 말할 순 없다고 했다. 하지만 레이쥔 회장은 대량 생산할 수 있을 때를 대비해 휴머노이드 사이버원에 계속해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샤오미는 AI를 핵심으로 하는 휴머노이드를 미래 기술 생태계를 대비하는 핵심이자, 회사의 새로운 돌파구로 보고 있다. 결국 샤오미는 또 다른 휴머노이드 야심가 테슬라보다 먼저 프로토타입을 공개하는 데 이르렀다. 일각에서는 샤오미가 테슬라의 옵티머스 봇을 적극적으로 견제하고자 사이버원을 빠르게 출시했다고 추측한다. 사이버원이 테슬라의 AI 데이를 앞두고 발표된 것을 보면, 이는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테슬라의 AI 데이는 다음달 30일로 예정됐다. 머스크가 옵티머스 봇 프로토타입을 AI 데이에 공개하겠다는 의지로 행사 날짜를 연기한 만큼, 이 날 프로토타입이 공개될 가능성은 높다. 샤오미와 테슬라 중 휴머노이드 경쟁의 승자는 누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수현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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