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일상 많은 부분에 비대면 문화가 스며들었다. 업무는 원격으로 하게됐고 비대면으로 즐기는 여러 문화 활동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새로운 일상은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모두 원래대로 돌아갈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은 좀처럼 막을 내리지 않고 있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비대면 문화도 일상에 뿌리를 깊게 내리는 모습이다.
아직 초창기인 메타버스도 코로나19를 계기로 많은 조명을 받고 있다. 팬데믹 이후 현실에서나 가능할법한 다양한 활동이 가상현실인 메타버스 안에서 열리고 있어서다. 실제 회의, 면접, 입학식, 발대식, 예배와 같이 이전에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야 했던 일들이 메타버스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외 종류 불문 여러 행사와 이벤트도 메타버스에서 치러진다.
메타버스 안에서 공연하는 ‘메타버스 콘서트’도 마찬가지다. 원래 콘서트는 소비자가 티켓을 구매한 뒤, 현장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엔터테인먼트다. 메타버스 콘서트는 현장의 무대를 가상현실로 옮겨왔다. 코로나19로 시작된 메타버스 콘서트는 최근까지 계속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내로라하는 아티스트들은 물론, 권위 있는 음악계 시상식까지 메타버스 콘서트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지난달 말 세계적 그룹 블랙핑크는 크래프톤과 함께 게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에서 메타버스 콘서트 더 버추얼(The Virtual)을 열었다. 3D 아바타로 등장한 블랙핑크 멤버들은 게임 속에서 공연을 펼쳤다. 단순 공연에 그치지 않았다. 메타버스 속에서 새로 만든 신곡을 선보이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미국의 음악 전문 방송 MTV는 시상식 비디오뮤직어워드(VMA)에 ‘베스트 메타버스 퍼포먼스상’을 신설하기로 했다. VMA는 대중 음악계 권위 있는 시상식 중 하나다. 국내에선 매년 방탄소년단(BTS)가 VMA에서 상을 수상할 때마다 대서특필되곤 한다. 메타버스 콘서트가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음악계에서도 주목하는 중요한 행사로 인정받은 셈이다.
MTV 측이 메타버스 퍼포먼스상을 도입한 이유는 뭘까. MTV 관계자는 “우리는 가장 훌륭하고 영향력 있으며 존경할 만한 기회를 봤다”며 “이런 공간(메타버스)을 사용하기 위해 창의적인 방법을 발견한 예술가들을 위해 올해 최고의 메타버스 공연을 꼽는 상을 카테고리에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메타버스가 끼치는 영향력을 고려해 새로운 상을 만들게 됐다는 의미다.
팬데믹 이후 메타버스 공간에서 콘서트를 연 가수들은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유명인들이다. 방탄소년단은 마인크래프트에서 저스틴 비버는 가상 콘서트 플랫폼 웨이브(Wave.watch)에서, 트래비스 스콧과 아리아나 그란데는 포트나이트에서 각각 메타버스 공연과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블랙핑크 포함 이들은 모두 MTV 베스트 메타버스 퍼포먼스상 후보로 거론된다.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도 콘서트 유치에 적극적이다. 메타(Meta)의 메타버스 플랫폼 호라이즌 월드, 가상 부동산 메타버스 플랫폼인 디센트럴랜드와 더 샌드박스가 대표적이다. 호라이즌 월드는 지난달 15일 세계적 팝가수 포스트 말론 초청 공연을 열었다. 디센트럴랜드는 데드마우스, 그라임스와 같은 가수 공연을 유치했고, 더 샌드박스는 워너 뮤직 그룹과 콘서트를 기획하고 있다.
왜 메타버스 콘서트는 지속되는 걸까. 먼저 가상 공간이라는 메타버스의 특징이 콘서트를 열기에 적합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만드는 듀빗(Dubit)의 최고경영자(CEO) 존 블라소풀로스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메타버스 콘서트 성장을 가속했고 현재 정착되는 중”이라며 “방대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메타버스는 이전엔 불가능했던 방식으로 아티스트들과 팬을 연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웨이브(Wave.watch)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제러드 케네디도 이에 동의했다. 그는 아티스트들이 메타버스 콘서트 안에서 그동안 상상만 했던 공연 방식을 실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라이엇게임즈의 가상 밴드 그룹 펜타킬은 지난해 말 거대한 성처럼 생긴 공간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포트나이트는 트래비스 스콧을 빌딩처럼 크게 확대하거나, 우주 공간을 날아다니는 기상천외한 콘서트를 구현했다.
메타버스 콘서트가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관점도 있다. 아티스트들이 투어 콘서트를 열지 않더라도, 전 세계 팬들을 한 번에 모을 수 있어서다. 두바이 마케팅 회사 루나(Luna)는 “물리적 공간 제한이 사라져 더 낮은 티켓 비용으로 수백만명을 끌어모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오프라인 콘서트를 열기 위해 큰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플랫폼 입장에선 메타버스 콘서트에서 수익이 발생하지 않아도 상당한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 메타버스 콘서트를 자신들의 플랫폼을 홍보하는 일종의 마케팅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실제 블랙핑크 메타버스 콘서트는 사전 예약만 500만명에 달했다. 공연 이후 유튜브에 올린 영상은 6일 만에 4400만 조회수를 달성했다. 트레비스 스콧 콘서트에는 1230만명의 유저가 참여했고, 유튜브 영상은 1억9000만 조회수를 돌파했다.
메타버스 플랫폼이 반드시 수익을 노리지 않더라도, 자연스레 매출 증대로 이어지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레비스 스콧 콘서트는 무료로 열렸는데도 포트나이트는 캐릭터 스킨, 이모티콘과 같은 아이템을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블랙핑크 콘서트도 마찬가지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개최 당일 미국 애플 앱스토어 매출 순위 5위를 달성했다. 그전까진 41위에 불과했다.
일각에서는 메타버스 콘서트가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며, 팬데믹 종료 후에도 지속가능하다고 본다. 메타버스 광고 회사 베르사덱스(Versadex)는 세계적으로 코로나 봉쇄 완화가 메타버스 콘서트의 막을 내리진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 시장 전망도 밝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테크나비오(TechNavio)는 메타버스 콘서트와 행사로 인해 소비자 지출이 증가하면서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오는 2026년까지 289억2000만달러(약 37조원)에다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콘서트와 행사에 참석하는 사람들의 수는 시장을 더욱 발전시킬 것”이라고 부연했다.
현재까진 메타버스 콘서트 앞에 장밋빛 미래만 그려져 있는 듯하다. 앞으로도 메타버스 콘서트가 지속되고, 일반적인 콘서트 유형으로 자리를 잡을지 두고 봐야겠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tech-plus@naver.com
[fv0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