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셀 수 없이 많은 새로운 전자 제품이 나온다. 이때마다 항상 주목받는 건 신제품의 디자인과 성능이다. 제품 내부를 유심히 살펴보는 일은 드물다. 수리·분해 전문 웹사이트 아이픽스잇(ifixit)은 그렇지 않다. 항상 새 전자 제품이 나올 때마다, 이를 분해하고 소비자들에게 공개한다.
3일(현지시간) 해외 IT 전문 매체 테크더리드(TechTheLead)는 아이픽스잇이 애플이 새로 공개한 13인치 신형 맥북 프로를 분해하는 영상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애플의 세계개발자콘퍼런스(WWDC)에서 선보인 그 제품이다. 디자인 변화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내부는 어떨까. 많이 달라졌을까.
아쉽지만 13인치 신형 맥북 프로 내부 설계는 2년 전 출시한 이전 세대 맥북 프로와 거의 같다. 뒷판을 고정하는 나사부터 부품 배열까지 같다. 분해한 두 제품을 좌우로 나란히 두면 어떤 게 신형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뒷판 아래에 레이저로 각인한 제품 번호(A2338)도 마찬가지다.
동일한 폼팩터를 공유하는 만큼, 내부 설계도 거의 변하지 않은 듯하다. 해외 IT 전문지 나인투파이브맥(9to5mac)은 “여전히 공급망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애플이 주력 제품이 아닌 이전 세대 부품을 대부분 재사용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봤다. 굳이 다른 점을 찾자면 방열판 정도다. 신형 맥북 프로 방열판이 조금 더 각져있다.
이외 사소한 변화로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구성이다. 아이픽스잇에 따르면 256GB 저장 용량 기준, 신형 맥북 프로는 한 개의 낸드 플래시 칩을 갖고 있다. 반면 구형 맥북 프로의 SSD는 한 쌍의 128GB 낸드 칩을 탑재했다. 낸드 칩 구조가 복수인 쪽이 읽기와 쓰기 속도가 더 빠르다. 이 때문에 최근 신형 맥북 프로 SSD 속도가 한 차례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SSD 속도가 기기 성능을 대변하진 않는다. 당연히 M2를 탑재한 신형 맥북 프로가 더 빠르다. 이미 벤치마크 성능 테스트를 통해 M1과 M2 칩의 성능 차이는 입증됐다. 외신 맥루머스(MacRumors)가 공개한 벤치마크 점수를 보면 싱글코어, 멀티코어 모두 M2가 20% 정도 더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아이피스잇은 내부 설계가 거의 같은 두 제품을 두고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신형 맥북 프로에 있는 M2 칩을 빼서 구형 모델에 장착해 본 것. 결과는 실패였다. M1이나 M2 칩을 교체한 맥북 프로는 트랙패드, 키보드, 터치아이디(TouchID)가 작동하지 않았다.
앞서 테크 유튜버 루크 미아니(Luke Miani)도 같은 시도를 했으나 역시나 성공하지 못했다. 아이픽스잇 측은 이에 대해 “애플이 소프트웨어 잠금을 통해 수리 및 교체를 차단하려는 노골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리 용이성은 어떨까. 이 역시 크게 개선되지 않은 듯하다. 아이픽스잇은 신형 맥북 프로 트랙패드 시리얼 넘버가 시스템온칩(SoC)에 묶여 있어, 따로 교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최소 애플의 수리·분해 도구가 있어야 부품을 교체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단, 신형 맥북 프로에서 갑자기 수리 용이성이 나빠진 건 아니다.
아이픽스잇은 전자 제품에 수리 용이성 점수를 부여하는데, 대부분 맥북 제품군은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예컨대 지난 2019년 출시한 맥북 프로 15인치 모델은 10점 만점에 1점을 받았다. 외신 안드로이드어쏘리티(AndroidAuthority)는 맥북 키보드를 두고 “시간과 노력이 너무 많이 들어 애플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
애플이 스마트폰 수리권 보장 차원에서 가장 먼저 자가수리 프로그램을 내놓은 업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내부 설계 변화가 없는 신형 맥북 프로는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서피스 랩탑 분해 영상을 공개한 마이크로소프트(MS) 사례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4월 플래그십 노트북인 서피스 랩탑 스튜디오를 단 14분 만에 모두 분해하는 영상을 배포했다.
한 가지 희소식은 애플이 자가수리 프로그램에 맥북 프로 포함할 계획이 있다는 것이다. 애플은 두 달 전 아이폰 자가수리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맥북과 같은 다른 자사 제품까지 대상 제품군을 확대하겠다고 전한 바 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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