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제품 개발 소식을 발표할 때부터 현재까지 철저하게 신비주의 콘셉트를 유지한 신생 스마트폰 제조사가 있다. 낫싱테크놀로지(Nothing Technology)라는 영국 회사다. 스타트업인데도 큰 관심을 받는 회사다. 각계 유명 인사들이 투자했고,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원플러스(OnePlus) 공동창립자인 칼 페이(Carl Pei)가 최고경영자(CEO)다.
그동안 낫싱테크놀로지는 자사 첫 스마트폰인 낫싱 폰(1) 디자인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일체 공유하지 않았다. 디자인 특징을 선으로 나타낸 추상적 이미지를 제공하거나, 오로지 외신 인터뷰를 통해 말로 전달할 뿐이었다. 처음부터 그랬다. 첫 발표 당시 이 회사는 낫싱 폰(1) 윤곽을 의도적으로 보여주지 않았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낫싱 폰(1)의 후면 디자인이 드러났다. 15일(현지시간) 해외 IT 전문 매체 더 버지(The Verge)는 낫싱테크놀로지 CEO 칼 페이가 자신의 트위터에서 낫싱 폰(1) 후면 디자인을 공유했다고 전했다. 이전처럼 일부 형태만 담은 이미지가 아니다. 낫싱 폰(1)의 전체적인 모습을 담았다.
기대했던 것과 달리 낫싱 폰(1) 후면은 구형 아이폰을 빼닮았다. 지난 2017년 출시된 애플 아이폰 X 시리즈와 2020년 출시된 아이폰12 시리즈를 연상케 한다. 듀얼 카메라와 로고 배치, 굴곡진 모서리는 아이폰 X와 비슷하다. 아이폰 12부터 다시 적용하기 시작한 평탄한 측면도 보인다. 종합하면 낫싱 폰(1)은 측면이 평평한 아이폰 X처럼 생겼다.
낫싱 폰(1)만의 특징도 있다. 바로 투명한 후면 덮개다. 어떤 재질인지는 불분명하다. 무선 충전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유리 재질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당초 예상과 달리 모든 부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디자인은 아니다. 각 부품을 모두 흰색 판으로 마감 처리했기 때문이다. 어떤 부품인지 유추할 정도는 된다.
특히 이번 이미지 공개로, 낫싱테크놀로지가 줄곧 강조해 왔던 선들의 정체가 밝혀졌다. 낫싱테크놀로지는 알파벳 C·G, 사선, 느낌표를 조합한 정체불명의 이미지를 공개한 바 있다. 이는 카메라, 무선 충전 등 각 부품을 둘러싼 선이었다. 후면의 부품을 추상적으로 표현했던 것. 처음 이 선들이 공개됐을 때 밝게 빛났기에, 조명 효과를 지원할지 주목됐다.
낫싱테크놀로지는 왜 지금에서야 후면 디자인을 공개했을까. 칼 페이는 “요즘에는 제품 유출을 억제하기 어렵고, 많은 이들이 오랫동안 낫싱 폰(1)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본인이 하지 않았더라도 곧 낫싱 폰(1) 디자인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고, 그간 유발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는 의미로 읽힌다.
낫싱 폰(1)은 오는 7월 12일 예정된 행사에서 전체 모습이 공개될 전망이다. 그때까지 남은 시간은 한 달이 채 되지 않는다. 아마 이 시점에서 어느 정도 디자인을 공개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칼 페이는 행사에서 더 많은 것이 공개될 예정이니 기다려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이제 막 제품 디자인이 공개됐을 뿐이다. 낫싱 폰(1)이 어느 정도 사양을 갖출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낫싱 폰(1)이 보급형 스마트폰이며, 스냅드래곤 778G와 같은 중급형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가 탑재할 것으로 추측했다. 이 AP는 2~3년 전 플래그십폰에 쓰인 스냅드래곤 855 정도 성능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낫싱 폰(1)이 중급기라면 구글 픽셀 6a, 갤럭시 A시리즈, 애플 아이폰SE 시리즈와 경쟁할 듯하다. 가격대도 중급기에 걸맞게 60~70만원 사이로 추정된다. 앞서 독일 IT 전문 매체 올라운드PC(AllroundPC)는 낫싱 폰(1) 가격이 500~550달러 사이라고 주장했다.
이외 낫싱 폰(1)에 대한 정보는 제한적이다. 안드로이드 기반 독자 운영체제(OS)인 ‘낫싱OS(NothingOS)’와 전용 ’낫싱 런처(Nothing Launcher)’가 탑재된다는 것뿐이다. 낫싱 런처는 지난달 베타 버전으로 공개된 바 있다. 그간 감춰져 왔던 낫싱 폰(1)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곧 열릴 행사에서 모두 밝혀질 전망이다. 낫싱 폰(1) 공개 행사는 내달 12일 런던에서 열리며,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시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