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Qualcomm)

스마트폰의 핵심은 운영체제(OS)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다. 운영체제는 스마트폰 사용 경험과 직결돼 있고, AP는 기기 성능을 나타내는 척도다. 애플은 두 가지 요소 모두 자체 개발해, 경쟁 제품과 차별화를 뒀다. 이는 애플만 가능한 전략이다. 경쟁 제품은 두 요소를 외부 업체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폰 외 스마트폰은 거의 모두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한다. AP는 퀄컴 스냅드래곤 시리즈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미디어텍과 같은 선택지도 있지만 비주류다. 또 삼성전자 엑시노스처럼 자체 개발 AP도 있으나, 퀄컴 제품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렇다 보니 안드로이드 진영 스마트폰은 사양이나 사용성이 큰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에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맞춤형 칩이라는 새로운 전략을 구사했다. 퀄컴과 손을 잡고 갤럭시 맞춤형 칩을 탑재하기 시작한 것. 올해 상반기 출시된 플래그십 갤럭시 S23 시리즈는 퀄컴 ‘스냅드래곤8 2세대 포 갤럭시(for Galaxy)’를 품었다. 포 갤럭시 버전은 일반 스냅드래곤8 2세대 대비 CPU, GPU 최대 클럭이 높다. 쉽게 말해 성능이 더 좋다.

(출처:삼성전자)

과거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는 보급형 기기가 주력이었다. 허나 이제는 매년 프리미엄 제품을 쏟아내면서 갤럭시와 차이를 좁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스냅드래곤8 2세대 포 갤럭시라는 맞춤형 칩으로, 차별화를 꾀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출시할 폴더블폰에도 갤럭시 맞춤형 칩을 탑재해, 중국 제품과 격차를 벌릴 것이라고 알려졌다.

단 맞춤형 칩은 삼성전자만 구사할 수 있는 전략이 아니다. 다른 제조사도 퀄컴과 전략적 협업을 맺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자사 제품에 맞춤형 칩을 탑재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럼 삼성전자는 언제까지 맞춤형 칩으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까. 최근 예상보다 일찍 경쟁사들이 삼성전자와 비슷한 수를 구사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5월 22일(현지시간) 외신 나인투파이브구글(9to5google)은 팁스터(정보유출가) 디지털챗스테이션(DigitalChatStation) 주장을 인용하며, 조만간 다른 제조사에서도 맞춤형 AP를 탑재한 제품이 출시될 수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챗스테이션은 웨이보에서 활동하는 팁스터로, 주로 중국 제품 소식을 전한다. 그는 “일부 중국 제품이 고사양 버전을 사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출처:Qualcomm)

단 디지털챗스테이션은 구체적인 설명을 생략했다. 어떤 제조사에서 얼마나 향상된 맞춤형 칩을 사용할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후보군으로 샤오미, 오포, 원플러스 등 주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를 지목하고 있다. 모두 삼성전자 갤럭시 S에 버금가는 고사양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업체다.

중국 제조사들이 포 갤럭시 버전처럼 맞춤형 칩을 사용할지, 아니면 단순히 성능 개선 버전을 활용할지 판단하기 어렵다.

퀄컴은 보통 매년 상반기 말에서 하반기 초에 클럭을 높인 플러스(+) 버전을 선보인다. 올해는 스냅드래곤8 플러스 2세대를 발표할 차례다. 포 갤럭시 버전은 사실상 플러스 버전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즉 플러스 버전을 탑재해 포 갤럭시 버전과 격차를 줄인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중국 업체들도 맞춤형 칩을 탑재한다는 건지 해석하기 애매한 측면이 있다.

폰아레나(PhoneArena) 등 일부 외신은 삼성전자와 같이 맞춤형 칩이라는 데 무게를 실었다. 또 시기상 맞춤형 칩은 퀄컴이 조만간 공개할 스냅드래곤8 플러스 2세대를 기반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 경우 삼성전자는 맞춤형 AP로 얻은 전략적 이점을 상실하게 된다. 애써 벌려놓은 스마트폰 성능 격차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것이기 때문.

(출처:삼성전자)

결국 애플처럼 AP를 독자 설계하지 않는 한, 갤럭시는 경쟁 제품과 격차를 크게 벌리기 어렵다. 삼성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GOS 논란 이후 독자 AP 개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내년 출시할 갤럭시 S24 시리즈 일부 모델에는 다시 삼성전자 엑시노스 AP가 탑재된다고 알려졌다.

반면 중국 제조사들은 자체 AP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최근 오포는 자체 AP 개발을 포기했다. 샤오미는 오래전 AP 개발에 손을 뗐다. 화웨이 기린 칩을 개발해왔으나, 미국 제재 이후 이렇다 할 신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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