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은 남을 속이기 위해 가벼운 거짓말을 하거나, 농담을 던져도 용서받을 수 있는 날이다. 그러다 보니 만우절에는 유쾌한 거짓말이 줄을 잇는다.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목을 끌기 위해 이른바 ‘만우절 마케팅’을 펼친다. 주로 출시하지 않을 가짜 제품을 발표하거나, 만우절 한정 상품을 판매하곤 한다.
만우절을 역으로 이용하면 어떻게 될까. 출시 계획이 잡혀있는 제품을 일부러 만우절에 공개해서 이목을 끄는 것이다. 그러면 사용자들은 제품의 정체를 두고 찬반 논쟁을 펼칠 테고, 제품은 출시 전부터 큰 주목을 받을 것이다. 만약 그 제품이 최근 떠오르는 분야라면 더 큰 관심을 받을 거고. 재미있는 상상 같지만, 최근 진짜 이런 일이 발생했다.
에이수스는 올해 출시 예정인 휴대용 게임기 ‘얼라이(Ally)’를 이런 방법으로 공개했다. 에이수스의 전략은 성공했다. 소식을 접한 사용자들이 예상대로 제품 진위를 두고 갑론을박하면서 큰 조명을 받게 됐다. 기세를 몰아 에이수스는 얼라이의 정체가 진짜라고 밝혔다. 그리고 얼마 전 얼라이를 전 세계에 출시할 것이라고 못을 박아버렸다.
얼라이는 에이수스가 스팀덱 대항마로 개발한 휴대용 게임기다. 스팀덱은 전 세계 최대 PC 게임 플랫폼 ‘스팀’을 운영하는 밸브에서 출시한 휴대용 게임기다. 스팀에 있는 다양한 게임을 구동할 수 있어, 출시 이후 꾸준히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출시 2년차인 올해까지 총 300만대 이상 판매될 거라고 한다.
에이수스 얼라이가 스팀덱에 우위를 점하려면 더 좋은 사양과 더 많은 게임 타이틀을 지원해야 한다. 얼라이의 사양은 어느 정도일까. 해외 매체 비디오카드즈에 의하면 얼라이는 AMD Zen 4 기반 중앙처리장치(CPU), RDNA 3 아키텍처를 사용한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탑재될 전망이다. 쉽게 말해 스팀덱보다 한 세대 앞선 핵심 부품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라이너스 태크 팁스’라는 유명 유튜브 채널이 있다. 1540만 구독자를 거느린 IT 전문 채널이다. 이곳에서는 에이수스 얼라이가 한 세대 진보한 연산 부품을 사용할 경우 스팀덱보다 훨씬 바른 성능을 보여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동일한 전력을 사용했을 때 최대 두 배 가까이 성능 차이가 날 것이고, 프레임 속도는 50% 정도 앞지를 거란 설명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사양을 종합해 보면 에이수스 얼라이는 7인치 FHD 해상도에 120Hz 주사율을 지원하는 디스플레이를 탑재할 전망이다. 무게는 스팀덱보다 61g 가벼운 608g, 운영체제(OS)는 윈도우 11을 채택했다고 한다. 아쉽지만 이외 사양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에이수스에서 출시한다고 약속했으니, 조만간 자세한 사양이 나올 듯하다.
문제는 가격과 운영체제다. 스팀덱은 용량별로 가격대가 나뉘는데, 용량이 가장 작은 64GB 모델은 399달러에 불과하다. 스팀덱과 경쟁하려면 얼라이도 비슷한 가격대로 나와야 할 것이다. 운영체제가 윈도우라는 점도 조금 우려된다. 윈도우는 PC 시장을 지배하고 있지만, 그 외 전자 제품에선 잘 쓰이지 않는다. 당초 PC에 최적화된 운영체제이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 내부에서 열린 해커톤에서 윈도우가 휴대용 게임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그래서 요즘 마이크로소프트가 휴대용 게임기용 윈도우를 개발할 수도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물론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 그저 지나가는 루머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스팀덱이 성공을 이루자 로지텍, 레이저 등 다양한 업체에서 휴대용 게임기에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스팀덱의 아성을 뛰어넘은 제품은 없었다. 스팀덱 이전에 있었던, 윈도우 기반 휴대용 게임기도 마찬가지다. 얼라이는 에이수스가 각 잡고스팀덱을 겨냥한 제품으로 평가된다. 과연 얼라이는 스팀덱을 넘어설 수 있을까.
에이수스에서 만든 제품이라는 점에서 기본기는 갖췄을 것으로 보인다. 에이수스는 게이밍 전문 브랜드 로그(ROG)를 보유하고 있다. 에이수스는 로그 브랜드를 통해 다양한 게이밍 용품을 출시하고 있는데, 대체로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