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음주운전으로 인한 국내 사건사고가 잇따르고 있어요. 이달 초 음주 운전자가 대낮에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 있던 한 초등학생을 쳐 사망에 이르게해 많은 사람들에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사고를 낸 운전자를 당시 만취 상태였어요.
음주운전은 특히 재범률이 높습니다. 처벌을 받더라도 언제든 다시 운전대를 잡을 수 있어요.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음주운전 재범률은 2018년 43.7%, 2020년 45.5%, 2021년 44.8%로 10명 중 최소 4명이 같은 행각을 반복할 정도로 심각해요.
전문가들은 음주운전이 처벌보다 방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해요. 실제로 세계 각국에서 음주운전의 심각성을 느끼고 이를 방지하는 기술을 차량에 도입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요. 어떤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고 해외에서는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함께 살펴보도록 할게요.
(출처: giphy)
점화 연동 장치란?
음주운전을 막기 위한 대표적인 장치에는 점화 연동 장치(BAIID 또는 IID)가 있어요. 쉽게 말해 차량과 연결된 음주 측정기죠.
BAIID 장치는 운전석 근처 차량 내부의 시동 장치 앞에 위치하며 엔진의 점화 장치와 직접적으로 연결돼있어요. 운전자가 운전대 앞에 있는 마우스피스에 숨을 불어넣으면 장치에 있는 백금 전극에 닿게 돼요. 만약 운전자가 내쉰 숨에 알코올 분자가 있다면, 알코올 분자가 장치 안에 있는 백금 전극의 양(+)극에 달라붙으면서 전류가 흐르는 화학반응을 일으키게 됩니다. 알코올 분자의 양이 많을수록 전류의 세기가 거세지면서 더욱 높은 혈중 알코올 농도를 나타내게 되죠.
만약 운전자의 혈중 알코올 농도가 일정 수준 이상이라고 판단되면 엔진 시동을 완전히 차단하죠. BAIID는 어디까지나 시동이 걸리기 전 예방하는 장치인 셈이에요.
자동차에 설치돼있는 BAIID (출처: 뉴욕타임즈(NewYorkTimes))
그렇다고 여기서 모든 측정이 끝난 건 아니에요. 차량 주행 중 다시 한번 마우스피스에 숨을 불어 넣으라고 요청하거든요. 표시등을 깜빡이거나 경적을 울려 사용자에게 신호를 보내요. 경보는 혈중 알코올 농도가 프로그래밍된 수치보다 낮거나 엔진의 자동차 점화 장치가 꺼지기 전까지 계속 이어져요.
혈중 알코올 수치가 높다고 달리는 차를 강제로 멈추게 할 순 없어요. 갑작스러운 엔진 차단은 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해요. 사고로 이어지게 되면 제조업체에서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죠.
BAIID는 많은 국가가 도입하고 있어요. 국내에도 법적인 의무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요. 프랑스, 호주, 캐나다, 미국, 뉴질랜드, 네덜란드, 스웨덴 등 국가의 일부 지역에서는 BAIID를 의무적인 도입하고 있어요. 미국 애리조나주에 따르면 BAIID 의무 시행 후부터 7년 새 음주운전 사망률 절반으로 줄 만큼 재범 방지에 큰 효과를 보였어요.
DADSS 호흡 센서 시스템 (출처: DADSS 홈페이지)
공중에서 비분산 적외선 방식도 가능해!
점화 연동 장치말고도 비분산 적외선(NDIR) 센서도 음주 운전 방지를 위해 효과적인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어요. 센서 기술은 크게 접촉식과 비접촉식으로 나눌 수 있는데 분산 적외선 기술은 비접촉식으로 분류돼요.
비분산 적외선 센서는 앞서 언급했던 BAIID처럼 번거롭게 마우스피스에 숨을 불어넣을 필요가 없어요. 그저 운전자가 차량에 탑승 후 평소처럼 숨을 내쉬면 스티어링 휠 부근에 부착된 센서가 음주 여부를 판정하거든요.
호흡 센서 시스템에서 이산화탄소와 에탄올 (출처: DADSS 홈페이지)
센서의 원리는 다음과 같아요. 음주를 한 운전자의 숨에는 이산화탄소 분자와 에탄올 분자가 섞여있는데 센서는 적외선 빛을 흡수하는 흡수율로 에탄올 분자를 식별해요. 이산화탄소 분자와 에탄올 분자가 서로 다른 특정 파장의 적외선을 흡수하는 특성을 이용합니다. 이산화탄소 분자는 약 4.6μm(마이크로미터) 적외선을 흡수하고, 에탄올 분자는 3.5μm 적외선을 흡수하죠.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도 알코올 감지 센서를 차량에 탑재하기 위한 DADSS(Driver Alcohol Detection System for Safety)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어요. 17개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포함된 자동차 안전연합(ACT)과 함께 말이죠.
미 도로교통안전국에서 준비 중인 두 가지 센서 중 하나가 바로 비분산 적외선 방식이에요. 스웨덴의 적외선 센서 제조업체인 센스에어(Senseair)와 자동차 공급업체인 오토리브 디벨롭먼트(Autoliv Development)가 개발 중인 센서를 이용하죠.
DADSS 터치 센서 시스템 (출처: DADSS 홈페이지)
‘터치’로도 알코올 감지하는 기능?
터치만으로 알코올을 감지한다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실현되기 어려울 것만 같은 기능을 미 도로교통안전국에서는 실제 개발 중이라고 해요. 센서는 시동 버튼 또는 스티어링 휠처럼 자연스러운 위치에 부착될 것이라고 해요.
원리는 이렇습니다. 센서가 장착된 터치 시스템이 적외선 빛을 쏘면 운전자의 피부 표면에 닿습니다. 피부 표면 아래 혈중 알코올 분자는 빛의 강도에 따른 특정 파장의 빛만 흡수한 후 나머지 빛은 반사해요. 이때 터치 시스템은 반사된 빛을 이용해 모세혈관 속 혈중 알코올 농도를 측정하게 됩니다. DADSS 시스템은 모든 파장이 아니라 알코올이 발견되는 파장을 구분해 1초 이내의 빠른 속도로 혈중 알코올 농도를 측정할 수 있다고 해요.
운전자의 손가락이 터치 센서 시스템에 닿은 사진 (출처: DADSS 홈페이지)
‘조수석에 앉은 사람이 대신해줄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궁금증을 가지는 사람도 분명 있을거예요. 이를 방지하기 위해 미 도로교통안전국은 시동 거는 사람이 운전자가 맞는지 식별하는 감지기도 앞 좌석에 설치할 것으로 보여요. 운전자가 시동을 걸고 끄는 버튼을 누르거나 센서가 부착돼있을 때, 감지기는 테스트를 수행한 사람과 버튼을 터치한 사람이 동일한지 확인할 수 있어요.
(출처: giphy)
결론
국내 기업에서는 자신들의 기술을 국내가 아닌 유럽 시장에 출시를 준비하고 있어요. 한 기업은 비분산 적외선 센서를 개발했지만 국내가 아닌 음주측정 설치가 의무화되고 있는 일본이나 일부 유럽 시장에 출시를 준비하고 있어요. 현재 국내는 음주운전 방지 관련 법안만 5개가 계류 중이며, 장치 설치도 의무화되지 않고 있죠. 국내에서 법으로 의무화돼야 더 많은 장치와 기술이 상용화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보여요.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음주운전으로 소중한 사람을 잃지 않도록 방지하는 일이에요. 자신을 제어할 수 없다면 강제적인 기술 또는 장비로 제어되는 것은 개인과 사회를 위해 당연한 일일거예요. 하루 빨리 법적인 기반이 마련된 후 앞선 기술들로 음주운전 재범 방지에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최현정
tech-plu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