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Pixabay)

오픈AI(OpenAI)가 내놓은 인공지능 챗봇 챗GPT(ChatGPT) 열풍이 지속되고 있다. 챗GPT는 대형언어모델(LLM) GPT-3.5와 GPT-4를 기반으로 한 대화형 생성 인공지능이다. 사용자가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그에 맞는 대답을 내놓는다. 단순 질의응답부터, 논문·기사 작성, 작사, 프로그램에 필요한 코드를 만들어내는 일까지 가능하다.

챗GPT가 이처럼 다양한 정보를 자연스러운 대화 형태로 제공할 수 있는 건 GPT 모델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전 세대 GPT-3만 보더라도 웹에 있는 4100억개 이상 단어를 학습했다. 논문, 보고서는 물론 말뭉치도 수백억개 수집했다. 챗GPT는 여기에 사용자 피드백을 기반으로 더 정확한 대답을 내놓을 수 있는 강화학습까지 더했다.

즉 챗GPT는 방대한 데이터를 사전 학습했고, 사용자와 대화를 통해 점점 더 정교한 대답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오픈AI도 이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챗GPT에 사용된 데이터는 서비스 개선, 연구,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을 비롯한 인공지능 모델 고도화에 쓰일 수 있다. 다시 말해 챗GPT가 사용자가 입력한 민감한 정보를 활용할 수도 있다는 것.

(출처:OpenAI)

이에 최근 챗GPT 데이터 수집이 도마 위에 올랐다. 개인정보나 기업 내부 정보처럼 민감한 데이터가 오픈AI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용자는 데이터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고, 이를 거부할 수도 없다. 그러다 보니 정부, 기업, 학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챗GPT 데이터 수집을 경계하고 있다.

지난달 말, 이탈리아 정부는 자국민 개인정보 유출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서방 국가 최초로 챗GPT 접속을 잠정 차단했다. 이탈리아 챗GPT가 유럽연합(EU) 개인정보보호법(GDPR)을 어겼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또 20일 이내 방지책을 내놓지 않으면 GDPR에 따라 매출액의 4%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엄포했다.

이탈리아 당국이 강경책을 선택한 건, 앞서 챗GPT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오픈AI에서 곧바로 사과문을 올렸지만, 이탈리아 정부는 챗GPT가 학습 목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는 행위가 정당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이탈리아 당국은 무분별한 데이터 수집으로 13세 미만 어린이들에게 부적절한 정보가 제공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챗GPT에 대한 조사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비슷한 시기 독일 정부 역시 챗GPT 사용을 차단할 수 있다고 시사했으며, 가장 최근엔 프랑스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외 미국, 캐나다 등 서방 국가에서도 비슷한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출처:Pixabay)

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오픈AI가 달갑지 않다. 삼성전자 사례만 봐도 그렇다. 지난달 삼성전자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은 챗GPT를 통해 정보 유출을 겪었다. 유출된 데이터에는 반도체 설비 계측, 수율과 관련된 정보가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이후 삼성전자는 긴급 조치를 통해 질문 용량을 제한했다.

다른 국내 기업은 챗GPT 사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중이다. SK하이닉스는 회사 안에서 챗GPT 사용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했고, 포스코의 경우 사내망에서만 챗GPT를 쓸 수 있도록 조치했다. 챗GPT 사용을 제한한 해외 기업도 눈에 띈다. JP모건, 뱅크 오브 아메리카, 시티그룹, 골드만삭스 등 미국 금융권은 챗GPT 사용을 원천 봉쇄했다.

단 모든 업체가 챗GPT 사용을 막고 있진 않다. 챗GPT가 혜성처럼 등장했기에 마땅한 사용 지침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Gartner)가 기업 인사담당자(HR) 6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직 지침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48%에 달했다.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 없다는 대답도 34%로 나타났다.

(출처:OpenAI)

챗GPT 등장에 가장 먼저 반응한 학계도 고민에 빠졌다. 외신 포브스(Fobes)에 따르면 미국 대학생 1000명 중 51%는 대학교 과제나 시험에 챗GPT를 사용하는 걸 부정행위라고 봤다. 그러나 43%는 챗GPT를 학업에 사용한 경험이 있었다. 학계는 일찍이 챗GPT로 인해 골머리를 앓았다. 챗GPT가 사람이 쓴 것처럼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과제를 대신해줘서다. 이에 옥스퍼드 대학교와 케임브리지 대학교, 프랑스 파리정치대학 등 일부 교육 기관은 챗GPT 사용을 금한 상태다.

하지만 챗GPT 사용 제한이 완전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진 미지수다. 학생의 61%는 앞으로 챗GPT와 같은 생성 인공지능이 새로운 기술 표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 차원 규제도 그렇다. 이탈리아에서 챗GPT 사용을 막자, 이를 우회하기 위해 가상사설망(VPN) 사용이 늘었다. 현명한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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