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대표하는 전기차 업체가 있다. 바로 비야디(BYD)다. 비야디는 강력한 중국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전기차 업계에서 급부상한 업체다. 지난해 총 187만대를 판매하면서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 점유율을 뛰어넘었다.
그래서인지 비야디는 전기차 업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데 사실 비야디의 시작은 전기차가 아니었다. 비야디는 휴대전화 배터리 제조로 시작한 업체다. 이후 휴대전화 부품 제조와 전자제품 위탁생산으로 외연을 확장했고, 전기차까지 만들게 된 것이다.
이제 비야디는 그동안 쌓은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제품을 만들려 한다. 웨어러블 기기, 스마트워치다. 아마 비야디 스마트워치를 기억하는 이들도 있을 듯하다. 과거 비야디는 지난 2021년 자체 스마트워치를 내놓겠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그 뒤로 아무 소식이 없어서, 정말 비야디가 스마트워치를 개발 중인지 의문이 커졌다. 일각에선 개발 중단도 의심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나 보다. 최근 비야디는 자체 스마트워치 출시를 위해 중국에서 20명 규모 1차 체험단을 모집했다고 한다.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멈추지 않고 제품을 개발해 왔다는 것.
체험단에 들어가 제품을 받은 일부 사용자는 틱톡과 같은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비야디 스마트워치 실물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들이 공개한 언박싱 영상을 보면, 제품은 2년 전 발표한 것과 똑같이 생겼다. 스마트워치는 삼성전자 갤럭시워치처럼 동그란 형태가 많다. 비야디 스마트워치도 그렇다. 원형 베젤을 채택한 여타 스마트워치와 다르지 않다.
외형은 그렇다 치고, 중요한 건 기능이다. 비야디 스마트워치는 자동차 디지털 키를 지원한다. 제품 좌우 측면에 총 세 개의 버튼이 있는데, 그중 우측에 달린 버튼 두 개가 자동차 잠금·해제 버튼이다. 상단이 잠금 해제, 하단이 잠금 버튼으로 쓰인다고 알려졌다.
실제 작동 모습을 봐야겠지만, 자동차 키 버튼을 바깥으로 뺀 건 꽤 편리해 보인다. 디지털키 앱을 뒤적일 필요 없이, 바로 버튼을 눌러주면 되니 말이다. 내부 소프트웨어로도 자동차를 잠그거나, 잠금을 풀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키라는 인터페이스 메뉴가 확인된다.
폼팩터가 2년 전 발표와 같다는 건, 전체적인 스마트워치 기능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앞서 비야디는 스마트워치 발표 당시 심박수와 운동량 그리고 수면 상태를 측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외 시간과 날짜, 배터리 상태 확인할 수 있고 전화·메시지를 수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기능은 다른 스마트워치도 기본으로 제공한다.
여기까지 보면 기능은 별 볼 일 없어 보인다. 물리 버튼 자동차 키를 제외하면.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자동차 디지털 키 자체도 딱히 특별한 기능이 아니다. 디지털 키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은 이전부터 많았다. 애플 애플워치는 이전부터 자동차 디지털 키를 지원했다.
제품 개념만 놓고 보면, 3년 전 현대모비스에서 출시한 ‘스마트 키 밴드’와 상당히 유사하다. 스마트 키 밴드는 스마트워치처럼 손목에 부착하는 스마트 키다. 차량 잠금, 트렁크 잠금, 원격 시동, 운동 데이터 기록, 메시지 알림 등 기능을 지원한다. 단 이 제품은 스마트워치 형태를 띤 스마트 키에 가깝다.
비야디 스마트워치가 관심을 받으려면, 기존 제품과 차별화된 기능을 제공해야 할 듯하다. 전기차 특화 기능이면 더 좋지 않을까.
이외 비야디는 스마트워치로 알코올 섭취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특허도 확보했다고 알려졌다. 또 비야디는 스마트폰으로 차량 공조 상태를 확인하는 특허를 등록했다고 한다. 비야디 스마트워치가 두 기능을 지원한다면, 조금 다르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오랜 기간 연기된 비야디 스마트워치를 실제 확인할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중국 매체 IT홈(IT Home)에 따르면 비야디는 오는 4월 스마트워치를 출시할 계획이다. 몇 주만 더 기다리면 실물을 볼 수 있다.
비야디 스마트워치가 그저 그런 양산형 제품으로 나올지, 아니면 무언가 독특한 기능을 품고 출시될지 주목된다. 만약 별 특징 없는 중국제 스마트워치로 출시된다면, 실망이 클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