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쇼우즈 틱톡 CEO가 미 의회 청문회에 참석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최근 미국에서는 인기 소셜미디어 틱톡을 퇴출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 공산당 정부가 틱톡을 통해 미국 사용자들의 정보를 수집하고, 알고리즘으로 여론 조작할 것을 우려해왔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ByteDance)의 중국 직원들이 미국 기자의 틱톡 데이터에 접근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려는 더 커졌죠.
급기야 지난 3월 24일(현지 시간)에는 미국 의회에서 이른바 ‘틱톡 청문회’가 진행됐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추쇼우즈 틱톡 최고경영자(CEO)는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가 중국 정부 소유가 아님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미 의원들은 중국 공산당이 미국 전체를 조종하는 데 틱톡을 사용할 수 있다며 맹공세를 펼쳤어요.
공화당 소속의 캐시 맥모리스 로저스(Cathy McMorris Rodgers) 하원 의원은 틱톡이 위치 정보와 생물학적 정보까지 모조리 수집한다며 “미국인은 틱톡이 우리 국가와 개인 안보에 가하는 위협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추쇼우즈 CEO는 미국인의 데이터를 모두 미국 내에서 관리한다며 진땀 해명을 이어갔지만, 미 의회의 우려를 불식시키기엔 역부족이었어요.
틱톡 퇴출 위기에…갑자기 앱스토어에 등장한 ‘이 앱’
(출처: 레몬8)
그런데, 틱톡이 퇴출당할 위기일 때 뜬금없이 미국 앱스토어 상위권에 등장한 앱이 있습니다. 바로 바이트댄스의 또 다른 앱 ‘레몬8(Lemon8)’인데요. 지난 29일, IT 매체 테크크런치(TechCrunch)는 레몬8이 미국 앱스토어 상위 10위 내에 안착했다고 전했어요.
해당 앱은 인스타그램과 유사한 사진 게시형 소셜미디어(SNS)로 지난 2020년에 출시됐습니다. 시장조사기관 데이터에이아이(data.ai)에 따르면 레몬8은 지난 3년간 미국 앱스토어 200위권에도 든 적이 없었다고 해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앱이 극적인 순위 변화를 보인 건데요.
레몬8은 틱톡 금지 후 대비책? 최근 틱톡서 늘어난 홍보 영상
(출처: 레몬8)
테크크런치는 바이트댄스가 퇴출 위기인 틱톡의 대안으로 레몬8을 앱스토어 상위권에 끌어들이고 있다고 습니다. 또한 레몬8의 유입을 늘리고자 틱톡을 홍보 수단으로 사용한다고 주장했는데요. 실제로 최근 많은 틱톡 크리에이터가 레몬8에 대한 영상을 게시했습니다.
4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거느린 한 틱톡 크리에이터는 레몬8에 대해 만족스럽다고 추천하는 영상을 게시했어요. 70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한 크리에이터는 아예 대놓고 “앱스토어로 가서 다운받길 추천한다”라고 말하기도 했죠. 갑자기 쏟아지는 레몬8 관련 영상에 일부 사용자는 홍보가 아니냐며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내기도 했어요.
틱톡에 올라온 레몬 8 관련 영상 (출처: 틱톡 캡쳐)
그런데, 이런 의심에 근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지난 2월, 비즈니스 인사이더(BI)에 따르면 바이트댄스는 레몬8에 미국 콘텐츠를 늘리고자, 인플루언서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게시물을 올렸다고 해요. 이에 테크크런치는 틱톡에서 늘어난 레몬8 관련 영상도 인플루언서에게 돈을 주고 진행하는 ‘뒷광고’일 가능성을 제기했어요.
앱스토어 상위 5개 앱 중 4개가 중국 앱…경쟁력 올라왔다고 봐야
(출처: AFP 연합뉴스)
물론 일각에서는 중국산 앱의 경쟁력이 그만큼 올라온 거라고 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3월 미국에서 인기 있는 앱 상위 5개 중 4개가 중국 앱이었어요. WSJ는 사람들이 종종 중국 앱이 자국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거쳤다는 사실을 간과한다고 말했는데요. 그러면서 중국 앱들은 미국으로 오기 전에, 중국의 10억 인터넷 이용자를 대상으로 테스트하고 최적화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앞으로도 새로운 중국 앱이 미국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다는 걸 의미해요. 미국 의회가 틱톡을 완전히 금지해도, 또 다른 ‘틱톡’이 나올 수도 있다는 걸 시사하죠. 그런 의미에서 레몬8의 급상승도 바이트댄스의 의도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다만, 하필이면 틱톡 퇴출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떠올랐다는 점이 조금 절묘하게 느껴지긴 합니다. 그래서인지 중국 바이트댄스가 레몬8로 또 다시 미국 시장을 침투하고 있다는 시선이 끊이질 않고 있는데요. 과연, 레몬8의 급부상은 우연일까요. 아니면 바이트댄스에 의해 만들어진 필연일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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