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폰이 뜨거워지면서 성능이 느려진 경험이 있으신지. 전자 제품은 연산을 담당하는 부품의 성능이 좋을수록 전력 소비가 많고 발열이 심해진다. 고사양 게임을 하거나 충전 중에도 뜨거워진다. 과열되면 제품이 망가질 수도 있다. 그래서 전자제품 대부분은 열로 인한 손상을 막기 위해 방열 부품을 탑재하고 있다.
대표적인 스마트폰 방열 부품은 히트파이프, 베이퍼 챔버가 있다. 히트파이프와 베이퍼 챔버 안에는 냉매가 들어간다. 냉매는 액체와 기체 상태로 변하면서 스마트폰에서 발생한 열을 식힌다. 그래도 발열이 심하면 기기 손상을 막으려 성능을 강제로 낮추는 이른바 스로틀링 현상이 발생한다.
스마트폰은 크기가 작아서 두 방법 외 열을 식힐 방법이 마땅치 않다. PC의 경우 커다란 공랭식 쿨러를 달거나, 액체를 순환시켜 온도를 내리는 수랭식 쿨러를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수랭식 쿨러는 액체를 사용하는 특성상, 소음이 없고 부품에서 발생한 열을 내리는데 효과적이다. 액체가 흐르면 부품이 망가질 위험은 있지만, 효과는 탁월하다.

스마트폰에 수랭식 쿨러를 탑재할 방법은 없는 걸까. 있다. 최근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원플러스에서 수랭식 쿨러를 넣은 스마트폰을 공개했다. 원플러스 11 콘셉트라는 시제품이다. ‘액티브 크라이오플럭스(Active CryoFlux)’라고 이름 붙인 수랭식 냉각 시스템을 탑재했다.
스마트폰 뒷면을 보면, 튜브 열 가닥이 지나가고 있다. 세라믹 마이크로 펌프라고 한다. 이 안에 액체를 넣고, 순환시켜 스마트폰에서 발생한 열을 식히는 방식이다. 각 튜브 크기는 0.2cm²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게 얇은 튜브를 스마트폰에 그냥 넣었을 리 없다. 원플러스는 튜브를 고정할 수 있는 넓은 판을 넣는 방법을 택했다.
원플러스 11 콘셉트는 수랭식 쿨러 덕에 온도를 최대 섭씨 2.1도 낮출 수 있다고 한다. 충전 중 온도는 1.6도 정도 내릴 수 있다. 게임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초당 프레임이다. 프레임이 높아야 원활한 게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원플러스 11 콘셉트는 초당 프레임 수를 3~4정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의미 있는 수치는 아닌 듯하다. 고작 1~2도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왜 그런 걸까.
외신 아르스테크니카(Arstechnica)는 스마트폰 폼팩터의 한계를 꼽았다. PC 수랭식 쿨러의 액체는 뜨거워진 부품 주위를 지나면서 온도가 오르고, 라디에이터라는 부품을 지나면서 열을 식힌다. 반면 스마트폰은 크기가 작아서 이런 순환 시스템을 똑같이 구현하기 어렵다.
대신 원플러스에서 선보인 또다른 제품, ’원플러스 45와트(W) 수랭식 쿨러‘라는 제품은 꽤 쓸만해 보인다. 이 제품은 스마트폰 뒷판에 장착해서 사용하는 수랭식 쿨러인데, 쿨러 내부의 액체가 순환하면서 열을 식힐만한 커다란 본체가 있다. 방열 성능도 뛰어나다고 한다. 원플러스에 따르면 스마트폰 온도를 20도까지 낮출 수 있다.
한편 원플러스와 한 가족인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오포도 비슷한 콘셉트를 지닌 쿨러를 선보였다. 사실상 거의 같은 제품 같은데, 스마트폰 무선 충전을 지원한다는 점이 다르다. 최대 10와트 속도로 충전할 수 있다고 한다.

충전 기능이 없는 원플러스 쿨러보다 좀 더 나아 보인다. 스마트폰 충전과 쿨링을 동시에 할 수 있기 때문. 앞서 지난해 몇몇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발열을 잡기 위해 소프트웨어로 인위적인 성능 제약을 걸어 뭇매를 맞았다. 쿨링과 배터리 충전이 동시에 가능하다면, 배터리 부족이나 스로틀링 현상을 걱정해도 되지 않을까.
수랭식 쿨러를 내장한 원플러스 11 콘셉트에 45와트 외장 수랭식 쿨러를 함께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 지금껏 볼 수 없었던 발열 해소 능력을 보여주지 않을까.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종종 이처럼 참신한 아이디어를 적용한 제품을 선보인다. 물론 이런 아이디어 제품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시도만으로 눈여겨볼 만하다. 애플이나 삼성전자, 구글처럼 내로라하는 빅테크는 내놓지 않는 제품이니 말이다. 과거 샤오미가 선보인 라이카 렌즈를 탑재한 스마트폰도 그렇다. 삼성전자 뒤를 추격 중인 중국 제조사가 마냥 반갑진 않지만, 아이디어 구현만큼은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