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개발 중인 MR 헤드셋 3D 예상도 ( 출처 : 그래픽 디자이너 Antonio De Rosa )
3월 12일(현지시간) 영국 경제 매체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는 애플 내부에서 1세대 혼합 현실(MR) 헤드셋 출시일을 두고 대립하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의 1세대 MR 헤드셋의 출시 시기는 이전부터 애플 내부에서 뜨거운 논쟁거리였다.
애플의 산업 디자인 팀에 의하면, 애플의 1세대 MR 헤드셋은 올해 출시해도 될 만큼 완벽한 모습을 갖추지 못했다. 그리고 이들은 가벼운 무게의 증강 현실(AR) 안경을 출시해도 될 정도로 충분한 개발을 마친 다음에 1세대 MR 헤드셋을 출시하길 희망했다. 즉, 첫 MR 헤드셋에 대한 출시일을 연기하고자 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애플의 운영팀은 상반된 입장을 보인다. 애플 운영팀은 △3차원(3D) 동영상 시청 △단체 운동 종목 수행 △가상 아바타로 페이스타임(FaceTime) 화상 통화가 실현되도록 제작된 가상 현실(VR) 중심의 스키 고글형 MR 헤드셋을 먼저 올해 중으로 출시하라고 촉구했다.
뿐만 아니라 팀 쿡(Tim Cook) 애플 최고 경영자(CEO)와 제프 윌리엄스(Jeff Williams) 최고 운영 책임자(COO)도 올해까지 1세대 MR 헤드셋을 출시하라고 재촉했다. 즉, 이들은 애플 디자이너의 반대를 무시하고 더 제한된 기능과 품질로 조기 출시를 희망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반대되는 양상을 보이는 애플의 내부 사정이 폭로된 가운데, 전과 달라진 애플의 사업 운영 체계도 이번 보도를 통해 밝혀졌다.
현재 애플의 운영 체계는 전과 어떻게 다를까. 2019년까지는 애플 디자인 팀이 구상한 제품을 디자인 총 책임자였던 조니 아이브(Jony Ive)에게 보고하는 식으로 운영됐다. 하지만 조니 아이브가 애플을 떠나면서 디자인 팀은 디자인 총 책임자가 아닌 애플의 운영 책임자(COO) 직책을 맡은 제프 윌리엄스에게 직접 보고하게 됐다.
또,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애플 경영을 총괄하던 시기에는 디자인 팀이 애플 제품의 방향을 거의 주도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팀 쿡이 사업 경영을 주도한 이후부터는 그의 엄격한 통제 하에 제품 개발이 이뤄지는 상황으로 변했다. 이러한 체계 변화는 애플 디자인 팀의 불만이 증폭되는 데 크게 일조했다.
애플 MR 헤드셋 3D 예상도 ( 출처 : 산업 그래픽 디자이너 David Lewis X Marcus Kane )
파이낸셜 타임스 인터뷰에서 MR 헤드셋 개발을 담당했던 전직 애플 개발자는 위로부터 “해당 기기 출시에 대한 엄청난 압력을 받았다”는 말을 전하면서 MR 헤드셋의 빠른 출시를 위해 애플 직원들을 향한 경영진들의 ‘압박’이 이뤄지는 내부 상황을 다시한번 확인시켜줬다.
그렇다면 팀 쿡이 이렇게까지 MR 헤드셋 출시에 서두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팀 쿡이 애플 CEO로 재임하는 동안 또 다른 신제품을 출시하길 희망하는 그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된다. 팀 쿡의 바람대로 올해 1세대 MR 헤드셋이 출시된다면, 그의 재직 기간동안 선보였던 애플 워치(Apple Watch)에 이어 두 번째 주요 신제품이 될 것이다. IT 전문 매체 나인투파이브맥(9to5mac)은 이번에 출시될 헤드셋은 퇴임까지 10년 정도 남은 팀 쿡의 마지막 주요 제품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애플의 1세대 MR 헤드셋은 약 7년이라는 시간동안 활발하게 개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해당 기기는 ‘리얼리티 프로(Reality Pro)’라는 명칭을 얻게 될 전망이다.
리얼리티 프로 1세대에는 듀얼 4K 화질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와 ‘인에어(In-Air)’ 키보드 타이핑이라는 신기술을 도입해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에어 키보드 타이핑 기술은 리얼리티 프로 1세대 헤드셋에서 구현되는 주요 핵심 기술 중 하나다.
( 출처 : 9to5mac )
인에어 키보드 타이핑 기술은 허공에 띄워진 가상 키보드에 손을 얹어 입력하는 방식으로 구동되는데, 이는 안구 움직임 추적 기능과 사용자의 손동작 추적 기능을 통해 구현된다.
하지만 지난 달 마크 거먼(Mark Gurman) 미국 블룸버그(Bloomberg) 기자의 보도에 따르면, 애플이 아직 인에어 키보드 타이핑 기능을 완벽하게 구사할 정도의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이를 테스트 하는 과정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애플의 첫 번째 MR 헤드셋은 상대적으로 부피가 크고 수명이 짧은 배터리가 탑재된 채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충분한 개발 기간을 거치지 않고 올해 중으로 출시하라는 애플의 내부 압력 때문으로 짐작된다.
애플의 첫 번째 MR 헤드셋 출시일을 두고 경영진과 디자인 팀 사이에는 대립의 골은 깊어져 가고 있다. 그렇지만 지난 7년 동안 공들인 기기의 출시가 무산되지 않기 위해선 원만한 합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김혜인, 나유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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