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로봇은 생각보다 ‘서울’ 가까이 있다

세계적인 인공지능(AI) 허브하면 언급되는 도시가 있다.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파리, 토론토, 런던, 베이징… 아쉽게도 서울은 찾을 수 없다. 이유를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다. 서울이 주는 이미지를 떠올려보라고 하면 대개 한강, 남산서울타워, 경복궁이 튀어나오지 인공지능이나 로봇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연히 접하게 한 권의 간행물을 보고 난 뒤로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책은 아니고 잡지다. ‘AI와 로봇 그리고 서울’을 주제로 다룬 <서울메이드> 매거진 2호였다. 매거진은 껍질을 벗겨 내 보지 못했던 서울의 속살을 드러내 줬다.

구체적인 설명도 좋다. 하지만 백 번 듣는 것은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 실제 로봇과 인공지능을 만날 수 있는 장소가 있는지 없는지가 우리에게는 더 중요하다. 매거진은 섣부르게 가르치려 들지 않고 먼저 보여주는 방법을 선택했다.

잡지 초반에 다룬 ‘서울에 로봇이 산다’ 코너에서는 실제 로봇이 적용된 현장이 잘 정리돼있다. 로보티즈 메이커스페이스, 라운지엑스, 국립중앙박물관, 로봇카페 등 총 7개 공간을 소개했다. 역삼, 성수, 용산 등 익숙한 장소지만 로봇이 있다는 건 몰랐다. 생각보다 서울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집집마다 로봇이 활개치는 날이 오려면 더 많은 밤이 지나야 하겠지만 적어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만날 수 있는 거리까지 왔다.

누구나 로봇과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은 가지고 있다. 더러는 구체적인 물음을 품고 있을 것이다. 로봇에 대한 궁금증은 한재권 한양대학교 로봇공학과 교수의 인터뷰를 참고한다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다. 그는 인간과 인간의 약속, 인간과 로봇의 협력을 이야기했다. 로봇을 향한 두려움을 제도적 아이디어로 극복하려 할 때 문명이 생겨나고, 로봇이 인류를 멸망시킨다는 암울한 예측은 아직 제도적 장치가 만들어지지 않았기에 가능한 합리적인 걱정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일자리 문제도 로봇 도입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주제다. 한 교수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라며 로봇이 대체하는 분야 종사자들은 직업을 잃게 되겠지만, 로봇을 개발하려면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며 결국 직업의 형태가 바뀌는 것일 뿐 새로운 직업이 생겨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간은 임기응변이나 꼼꼼한 일을 잘하고 로봇은 반복되는 작업에 적합하기에 누군가 하나 사라지는 것이 아닌 어떻게 서로 협업해야 하는지를 논의해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 산업에 대한 거시적 조망은 김영환 인공지능연구원 원장의 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인공지능을 산업에 적용해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새로운 인력을 양성하는 것만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재교육해 전문 인력으로 성장시켜야 하며 관련 법안 마련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서울미래교육 정책자문관이자 교육학자인 임완철 성신여대 교수는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하면 새로운 교육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답했다. 현재 교육계는 오래된 제도와 기술 활용이 유연하지 않은 환경 탓에 신기술 도입에 어려움이 있다. 교육과 인공지능 모두에 능숙한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전문기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렇듯 학자, 기술 행정가, 기업가의 입을 빌려 인공지능과 로봇의 현재와 미래를 그리고 있다. 모두 기술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산업의 분위기와 산재한 문제,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무엇인지 선명해진다.

기업도 빠질 수 없다. 패션 인공지능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드컨셉’, 자연어 처리 전문기업 ‘NHN다이퀘스트’, 자율주행 기반 모빌리티 로봇기업 ‘클로봇’ 등 로봇·인공지능 분야에서 뛰고 있는 기업들의 성장 스토리와 개발 기술을 잘 담아내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 산업에 뛰어든 이들에게는 참고될만한 내용이 많다. 새로운 기술 개발을 위해 기업이 이렇게나 다양한 부분에서 부단히 노력 중이라는 것도 새삼 놀라게 되는 지점이다.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서울을 대표하는 기술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서울의 잠재력을 너무 얕본 건 아니었는지 반성하게 된다. <서울메이드>를 읽고 나니 못할 것도 없겠다. 서울의 모습을 변화시키기 위해 많은 사람과 기업이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편하게 앉아 매거진 한 권으로 알게 된 사실이 미안할 정도다. 서울이라는 지역으로 한정해 로봇과 인공지능을 다룬 잡지는 <서울메이드> 말고는 아직 보지 못했다.

표지를 보면 빠르게 지나가는 버스와 높게 뻗은 빌딩 숲 사이 정류장에 로봇 홀로 서 있다. 낯선 도시에 떨어진 듯 보이는 로봇은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해 보인다. 로봇과 인공지능에 서울은 여전히 낯선 도시일지도 모른다. 그들이 위협적인 존재라는 생각도 우리 머릿속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이제는 직접 다가가 손을 내밀어 줄 때인 듯싶다. 로봇·인공지능과 손을 잡고 함께 존재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서울메이드>는 서울산업진흥원(SBA)에서 발간하는 잡지로 매월 서울의 우수한 상품을 알리는 브랜드인 ‘서울메이드(SEOUL MADE)’와 서울의 산업과 인물과 기업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2호에서는 인공지능과 로봇에 대해 다뤘지만 매번 같은 주제를 다루는 것은 아니다. ‘서울의 가치를 만드는 사람들 99+1’을 시작으로 ‘잃어버린 여행을 찾다’, ‘세상을 바꾸는 크리에이터’, ‘서울의 맛 미래의 맛’ 등 서울의 모습을 다각도로 조명해왔다. 같은 잡지를 집어도 읽는 맛은 늘 색다르다.

<서울메이드> 매거진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서울산업진흥원 서울메이드사업단 유진영 단장의 입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서울산업진흥원 서울메이드사업단 유진영 단장

<서울메이드>는 어떤 잡지인가?

‘서울메이드’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인터뷰이 섭외와 다양한 콘텐츠 구성으로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는 단행본 형식의 정기 간행물이다. 매월 독립적인 주제를 다룬다.

특히, 서울의 산업과 문화를 다양한 테마를 통해 조명한다. 서울 산업계 참여자들, 밀레니얼 세대, 서울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서울메이드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미디어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 감성’을 담는 것도 잊지 않는다.

<서울메이드> 매거진은 런칭 초기부터 서울메이드 파트너사를 사전 발굴해 소개해왔다. 대내외 소통 창구 역할을 하며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 형성을 주도해왔고 앞으로도 통합적 브랜드 메시지 발신의 주요 매체로서 꾸준히 성장하고자 한다.

잡지를 대표하는 주제가 매달 다르다. 읽힐만한 주제를 선정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나.

기획, 취재, 편집, 콘텐츠 가공 등 전 과정은 MZ 세대에게 맞춰져 있다. 연간 기획 및 월간 기획, 주제 구상도 그렇다. MZ 세대가 좋아하고 즐길 수 있고, 흥미로워할 서울의 가치, 서울의 매력, 서울다움을 반영한 상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기업, 브랜드, 사람들을 중점적으로 찾아왔다.

작년 12월 브랜드를 런칭하고 올해 1월 매거진을 창간했다. 브랜드 취지를 산업 관점에서 소개하는 첫 시도였다. 발행인인 서울산업진흥원(SBA) 장영승 대표가 전반적인 방향성과 새도운 시도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서울메이드 사업단 구성원은 서울 산업에 대한 지식과 애정으로 바탕을 서울의 모습을 보여주는 콘텐츠를 발굴하는 안목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트렌드를 선도하고 창조적 에너지가 넘치는 현장에 대한 관심과 경험을 바탕으로 매거진을 제작한다. 현장은 기업일 수도 있지만 요즘 뜨는 장소나 지역, 나아가 소개할 가치가 있는 산업 현상일 수도 있다.

콘텐츠 전달 경로는 다양해졌다. 그래서 종이 매거진을 선택한 것은 의외다. 선택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 소비자의 자발성을 통해 체험할 ‘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필수인 시대다. 이를 실현하려면 공간, 미디어, 멤버십 등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는 다양한 매개체가 필요하다. 디지털 시대 키워드, 브랜드 콘셉트와 강력한 콘텐츠 큐레이션 집약체로서 매거진을 활용한 브랜딩 기법이 강조되는 추세다.

매거진에는 수많은 정보 가운데 엄선된 것만 담는다. ‘디지털 시대 소통 방식인 큐레이션과 가장 맞닿은 미디어’이면서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브랜드 관리의 기본 전략’에 부합한다.

온라인 상에 올려진 콘텐츠와 물리적인 매장, 제품만으로는 브랜드의 철학과 가치를 보여주는 데 한계가 있다. 종이로 인쇄돼 발간하는 매거진은 디지털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촉각 경험을 제공한다. 즉, 경험마케팅의 시너지를 촉발시킨다. 실제 국내외 유명 브랜드는 브랜드의 가치를 전달하는 주요 수단으로 매거진을 활용한다.

모든 기사에 애착이 갈 테지만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기획이 있다면?

도시제조업을 주제로 한 매거진 4호에 실린 ‘슬기로운 세대교체’ 코너를 소개하고 싶다. 서울메이드는 손으로 만들던 제조업에서 머리로 창작하는 모든 문화, 상품, 산업, 콘텐츠를 아우르는 플랫폼이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가졌다. ‘슬기로운 세대교체’는 그런 의미에 들어맞는 기획으로 생각된다.

기계 소리와 쇳가루 냄새 가득한 문래동에 기존에 없는 새로운 첨단 기술을 접목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업체가 하나둘 늘고 있다. 변화의 기로에 선 철공소 거리의 소공인들은 신기술을 개발하고 젊은이들은 가업을 잇고 협동조합을 세우는 등의 노력으로 내일을 개척한다는 내용을 잘 담고 있다.

잡지를 발간해오면서 느낀 점이 많을 것이다. 앞으로 더 보여주고 싶은 점은?

정기간행물을 발간하는 시도는 처음이다. 지금까지 10호를 발간해오면서 새롭게 배우고 깨닫는 부분도 참 많다. 첫해는 <서울메이드> 매거진을 선보이고 발행체계를 구축하는 단계였다면, 2021년도는 인터뷰이 섭외와 구성, 디자인 등에서 <서울메이드> 만의 참신성과 희소성을 보여줘 충성고객층을 많이 확보하고자 한다.

고객 분석과 고객 의견 청취 기능을 강화해 고객의 적극적인 참여도 이끌어 낼 것이다. 매거진을 매개로 서울메이드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을 높이고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고객 체험을 확장시켜주는 미디어 브랜드로 자리 잡고자 한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나유권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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