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는 빅테크의 무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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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관심을 모으던 구글의 사업부 한 곳이 문을 닫을 준비를 하고 있다. 바로 ‘헬스케어’ 사업부다. 구글과 같은 대기업이 헬스케어 사업에 뛰어드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손을 뗀다는 소식에 의문이 든다. 팀을 이끌어왔던 총책임자도 9월 1일 회사를 떠난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인사이더(Insider)는 구글이 헬스케어 조직을 해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글은 헬스케어 사업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했던 것으로 알려져 해체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데이비드 파인버그 (출처:Reuters)

외신은 구글 헬스케어 사업부를 이끌던 데이비드 파인버그(David Feinberg)도 회사를 떠난다고 전했다. 파인버그는 2018년에 구글에 영입돼 헬스케어 사업을 총괄해오던 핵심적인 인물이다. 파인버그의 행선지는 이미 정해졌다. 그는 전자의료기록 기업 서너(Cerner)의 최고경영자(CEO) 자리로 이동하게 됐다.

헬스케어 조직의 변화는 지난 6월에도 감지됐었다. 130명이 넘는 구글 헬스 직원들이 핏비트(Fitbit)이나 검색 관련 부서로 이동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당시 사업에 균열이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와 성장통 정도로 봐야 한다는 관측이 혼재했다.

구글 헬스케어 사업 해체를 두고 빅테크 기업이 헬스케어 분야에 진출하는 일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헬스볼트 (출처:venturebeat)

헬스케어가 어려운 건 구글만은 아니야

고전하는 건 구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기업에서도 헬스케어 사업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시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건강 정보와 의료 기록을 관리하는 ‘헬스볼트(HealthVault)’를 2007년 출시했다. 헬스볼트는 병원에서 다루는 방대한 의료 데이터를 한 곳에서 관리하게 해주는 온라인 개인건강기록(PHR) 플랫폼이다. 사생활 침해를 우려해 의료 정보에는 가족이나 의사들만이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관심을 끄는 데 실패한 헬스볼트는 별다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2019년 서비스가 중단됐다.

올해 초 아마존도 헬스케어 사업 ‘헤이븐(Haven)’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헤이븐은 아마존과 JP모건체이스, 버크셔 해서웨이 3사가 합작해서 만든 헬스케어 벤처로 주목을 받았다. 사업 성공을 위해 유명 외과의사이지 베스트셀러 작가인 아툴 가완디(Atul Gawande)를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하기도 했다.

헤이븐은 직원들의 건강 관리와 의료비를 줄이겠다는 목표로 시작됐다. 특히, 미국에서는 급여나 물가보다도 의료비가 더 빠르게 상승하는 문제로 인해 의료비 지출을 줄이는 일이 화두다. 의료비는 가정이나 고용주 모두에게 큰 부담이다.

(출처:Reuters)

그러나 의료비를 획기적으로 낮춰줄 것으로 기대됐던 프로젝트는 결국 시작한 지 3년 만에 문을 닫았다. 미국 경제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헤이븐 사업이 중단된 것을 두고 자국 내 헬스케어 시스템을 개선하는 일은 어렵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굴지의 기업들이 뭉쳤으나 오히려 이러한 방식이 독이 됐던 것으로 알려진다. 각자에게 맞는 해결책이 나와야 하는데 하나의 사업부에서 문제를 풀어내려다 보니 어려움에 봉착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애플도 헬스케어 사업 축소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에서는 ‘헬스해빗(HealthHabit)’ 앱을 개발해왔다. 헬스해빗은 자사 직원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로 의사와 직원을 연결시켜 건강 목표를 달성하도록 돕는 앱이다. 하지만 직원들의 참여가 저조해 만족스러운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앱을 다운로드한 직원 절반은 실제 프로그램에 등록조차 하지 않았다.

50명이 넘는 직원들이 헬스해빗 개발에 참여했는데 최근 이들 중 일부는 몇 주 안으로 애플 내 다른 부서에서 이동해야 한다는 내부 증언이 나왔다. 마땅한 부서를 찾지 못하면 해고 절차를 밟게 된다. 헬스해빗 팀은 더 적은 인원으로 운영되거나 최악의 경우 중단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연평균 29.6%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5년에는 5044억 달러(약 587조원) 규모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며 특히, 북미 지역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2197억 달러(약 255조원)로 전 세계 40%에 해당하는 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망한 산업인 헬스케어에 빅테크 기업이 관심을 가지는 건 자연스러워 보인다. 연구개발과 투자도 아끼지 않아 왔다. 하지만 유독 헬스케어 사업에서 고전하는 이유는 한두 가지로 압축되지 않는다.

아마존의 경우에는 인력 부족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아마존에서는 직원에게 원격의료를 제공하는 ‘아마존 케어(Amazon Care)’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원활한 사업 운영을 위해 필요한 직원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천 명의 직원을 배치해야 하는데 의료 전문 인력이 부족한 탓에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기업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사항은 있다. 개인 의료 정보는 민감한 정보이다 보니 유출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기업은 더욱더 신중할 수밖에 없다. 빅테크 기업이 모든 자원을 헬스케어 사업에 쏟을 수 없어 사업 추진력이 더디다는 주장도 있다. 그 밖에도 의료기술이나 의료기기 특성상 허가 기관의 심사가 오래 걸린다는 점도 지적된다.

유명 디지털 의료 경영자인 글렌 툴먼(Glen Tullman)은 빅테크 기업이 기술력에 중심을 둔 전략을 펼치다 보니 헬스케어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꼬집었다. 그는 환자의 문제는 기술보다는 종합적인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패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

구글의 헬스케어 사업부는 해체되나 헬스케어 관련 프로젝트가 모두 종료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인사이더가 입수한 메모에 따르면 해당 사업부 직원 700여 명은 구글 내 다양한 부서로 이동한다.

아마존이 주도하는 헤이븐 사업도 중단됐지만 헬스케어와 관련된 프로그램 설계를 위한 비공식적인 협력은 계속된다고 밝혔다.

지금 아니라고 앞으로도 아닐 이유는 없다. 빅테크 기업이 헬스케어 사업에서 실패를 맛봤어도 미래를 낙관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대외적으로는 헬스케어 사업을 중단한 것으로 보여지나 내부적으로는 손을 떼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빅테크 기업은 실패에 익숙하다. 대신 실패에서 멈추면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그랬듯 지금의 문제점을 딛고 다른 해결책을 가지고 헬스케어 시장에 재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나유권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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