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치하 아프간인들 더 위험해졌다···미군이 남긴 첨단 기기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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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아프간인들이 미군의 생체인식기기와 DB로 인해 더 위험해진 것 같다. (사진=탈레스)

▲홍채, 손가락 및 얼굴을 스캔하는 휴대용 생체 인식 장치 ‘하이드’. (사진=휩소)

아프가니스탄 국토 대부분을 탈환한 극단적 수니파 무장세력 탈레반이 여성과 아프간에 주둔하던 미군에 협력한 아프간인들을 처벌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전 세계인이 우려하던 일은 이미 현실이 됐다.

이들은 지난 17일 “이전 정부 혹은 외국을 위해 일했던 사람들에게 복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이전 탈레반의 악명 높은 잔혹성 그대로였다. 반대세력 군경과 언론인, 정부 관계자는 물론 여성들까지 살해하고 있다는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 BBC 방송 등은 지난 19일(현지 시각) 유엔에 위험 지역 정보 등을 제공하는 노르웨이 국제분석센터(RHIPTO)가 작성한 유엔 내부 기밀 문건을 인용해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탈레반은 수도 카불 등 아프간 주요 도시를 점령하기 전부터 사전조사를 통해 해당 리스트를 작성했다. 점령 후 수도 카불 등에서 이들을 집집마다 찾아가 리스트에 적힌 인물들의 색출에 나섰다. 특히 문건은 탈레반이 “자수하지 않으면 가족을 살해하거나 체포할 것”이라며 시민들을 협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데 정작 주목할 점은 이들이 첨단 생체인식기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일부 보도는 많은 아프간인들이 탈레반이 자신들을 어떻게 대할지, 것인지 그리고 그들이 미군이나 이전 정부를 도운 것에 대해 처벌받을 것인지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불행히도 탈레반은 이것을 알아내는 쉬운 방법을 확보했다고 한다.

최근 디인터셉트는 탈레반이 적발 리스트에 있는 사람들을 색출하는 과정에서 미군이 테러리스트와 아닌 사람을 구별하고, 미국 대사관 등에서 일하길 원하는 사람들의 신원확인을 위해 사용했던 첨단 휴대용 생체 인식 장치와 이를 통해 구축했던 생체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이 매체는 “탈레반이 미군용 생체 인식 장치를 압수했다”고 전했다. ‘하이드(HIIDE)’로 불리는 이 장치는 미군의 급작스러운 철수 직전까지 미-연합군과 함께 일했던 많은 아프간인들의 홍채 스캔, 지문, 얼굴 사진 등 민감한 정보를 담고 있다. 하이드는 ‘휴대용 각 기관 간 신원 검색장비(Handheld Interagency Identity Detection Equipment)’의 약자다.

보도에 따르면 미군이 아프간 철군 이전에 미군이 수집한 아프간인들의 홍채 스캔과 지문 DB가 이젠 탈레반의 통제 하에 넘어갔을 것으로 보인다.

◆아프간 저항세력 구별 위해 전인구 80% DB화 목표로 도입… 이젠 시민 잡는 덫

▲카불시로 진입한 탈레반. (사진=CNN 영상)

미군은 지난 2010년부터 테러리스트들을 기록하고 저항세력을 추적하기 위해 아프간 현지인들의 생체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이는 곧 미군의 정보 수집을 돕고 있던 현지인들에게도 적용되기 시작했고, 하이드(HIIDE)라는 장치는 그들을 확인하는 도구가 됐다.

최근 NPR 보고서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아프간 현지 인구의 80%를 생체정보 DB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제 탈레반 세력이 이 도구에 접근할 수 있게 됐으므로 그들은 누가 어떤 자격으로 미군과 함께 일했는지 파악하기 위해 이 기기의 용도를 바꿀 수 있게 됐다.

로이터통신, BBC 등은 탈레반이 이미 과거 정부 관계자와 언론인, 심지어 비영리단체 및 인권단체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을 찾아 가가호호 방문 수색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 퍼스트(Human Rights First)는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장악한 후 휴대폰과 기타 전자기기에서 디지털 역사를 삭제하기 위한 조치들을 상세히 설명하는 현지어 파르시(Farsi)로 된 안내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군이 구축한 생체 인식 DB에서 자신의 생체정보 항목을 삭제하는 것은 현지인의 능력 밖이다. 미국이 이 DB를 파괴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생체 인식 프로그램의 설계자이자 구현자로서 데이터 오남용을 막기 위해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분명해 보인다.

기술적으로 뒤떨어진 탈레반이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할 수 있는 전문지식이 없을 수도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탈레반은 중국, 파키스탄 등지에서 협력자들을 신속히 찾아내왔으며, DB에 저장된 엄청난 정보를 해독하기 위해 인력을 투입할 수도 있다.

탈레반은 시민들에게 “생명과 재산, 명예를 보호하고 평화롭고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간 탈레반의 만행은 이들 치하의 아프간인들이 특별한 위험에 처해 있음을 말해 준다.

◆홍채, 손가락 및 얼굴을 스캔하는 휴대용 생체 인식 장치 ‘하이드’는?

▲휴대용 생체 인식 장치 ‘하이드’는 즉석에서 홍채, 지문 및 얼굴을 인식해 DB를 구축하고 DB가 구축된 사람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사진=휩소)

이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에게는 미군이 남기고 간 이 생체인식기기 ‘하이드’가 탈레반의 총보다도 더 무서운 게 돼 버렸다.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사용하던 휴대형 생체 인식 장치는 아프간에서 미군이 아군과 협력자가 누군지, 테러리스트는 누군지 식별하기 위해 만든 “생체 식별을 위해 개발된 가장 강력한 도구”로 알려져 있다.

L-1 신원 인식 솔루션인 하이드(HIIDE)는 홍채, 지문, 안면인식 등 3가지 별도 생체측정기를 이용해 신원 DB를 구축하고 확인할 수 있도록 튼튼하게 만들어진 휴대용 신원 인식 장치다.

이 장치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우 XP가 내장돼 있으며 현장에서 작동하거나 PC에 연결할 수 있다. 또한 여권 판독기, 키보드 또는 마우스와 같은 주변 장치를 추가해 사용자 맞춤형으로 설정할 수도 있다. 일단 가동되면 최대 2만 2000명에 대한 전체 생체 인식 프로필을 저장할 수 있으며, 각 프로필에는 홍채 템플릿 2개, 지문 10개, 얼굴 이미지, 인명 데이터 등이 들어간다.

미 국방부는 지난 5월에만도 1000만 달러(약 117억 원)어치 상당의 기기들을 주문했을 정도다. (그리고 급작스레 철군해 버렸다.)

◆간단한 생체 인식 장치 사용법으로 남아있는 아프간인들 더 위험해져

▲카불공항에서 미군 수송기로 탈출하는 아프가니스탄 난민. (사진=CNN 영상)

▲이제 미군이 남기고 간 휴대용 생체 인식 장치 ‘하이드’는 아프간 사람들에게 탈레반의 총보다 더 무서운 것이 됐다. 이 기기는 즉석에서 홍채, 지문 및 얼굴을 인식해 DB를 구축하고 DB가 구축된 사람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사진=휩소)

이 첨단 생체 인식 장치 사용 방법은 디인터셉트가 보도한 것보다도 훨씬 더 쉽다. 그만큼 많은 아프간인들이 위험에 처했다는 뜻도 된다.

이 장치를 사용하려면 640⨯480 화소 카메라로 피사체의 홍채 사진을 찍고, 내장된 500dpi(인치당 화소) 센서로 지문을 채취한 후 얼굴 사진을 촬영하면 된다.

하이드를 신원 확인을 위해 사용하는 경우 기기에 탑재된 256메가바이트(MB) DB를 통해 확인하거나, 무선으로 전 세계 DB를 검색할 수도 있다. 검색 결과 일치하는 항목이 발견되거나 일치하지 않는 경우를 알려준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6만 5000대 이상의 L-1 하이드가 사용되고 있으며 대부분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사용되고 있다. 하이드를 설계한 회사는 미국 휩소(Whipsaw)사다.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면서 그동안 아프간인들을(자신들을 포함) 보호하기 위해 도입하고 만든 편리한 생체인식장치와 DB 구축 결과가 그 반대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소가 물을 마시면 우유가 되고, 뱀이 물을 마시면 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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