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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가 멸망해도 살아남는다, 현대판 노아의 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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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한 지진이나 핵폭발에도 견딜 수 있는 곳이 있다. 북극에서 1300km, 민간 항공기가 다닐 수 있는 한계 지점인 외딴곳에 위치한 ‘스발바르 국제 씨앗 저장고’가 바로 그곳이다. 정확한 위치는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 스피르겐 섬.

    스발바르 국제 씨앗 저장고는 이름처럼 ‘씨앗’을 보관하는 저장고다. 모든 씨앗을 다 보관하는 건 아니고 ‘식량’ 작물 위주의 종자를 저장하고 있다. 보관된 종자만 총 42만여 종, 개수로 따지면 2억 개를 훌쩍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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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이 창고는 꽤 단단하게 생겼다. SF 영화에서 보던 비밀기지처럼 특이한 모양새다. 실제로 저장고의 벽은 모두 강화 콘크리트로 제작됐다.

    저장고를 설립한 ‘세계작물다양성재단’은 “수 세기 내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재난과 재해를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라고 밝힌 바 있다.

    홍수나 태풍, 지진 등 자연재해에 대비한 건 물론 폭탄, 폭발사고에도 견디도록 견고하게 설계했고 예비 전력 장치도 설치됐다. 예비 전력 장치는 영하 18도의 보관 온도가 0도까지 가는 데 200년이 걸리도록 설계됐다. 저장고가 해발 130m, 높은 곳에 지어진 이유도 빙하가 다 녹더라도 침수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렇게 안전한 장소를 만들어 놓고 고작 보관하는 게 씨앗이라니…!? 왜 씨앗을 이렇게 소중하게 보관하는 걸까.

    스발바르 국제 씨앗 저장고는 종자 멸종을 대비해 만들어진 장소다. 지구온난화나 환경오염, 전쟁과 테러 등 여러 재앙이 발생해 특정 식물 종자가 사라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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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과학 매체 mongabay에 따르면, 현재 식량 작물의 다양성은 감소하고 있는 상태다. 현재 인류의 칼로리 섭취량 90%는 쌀, 옥수수, 밀이다. 이렇게 편향화된 탓에 식물 종의 40%가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

    어차피 섭취하는 식물만 재배하면 되는데… 굳이 종자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

    세계작물다양성재단은 “식물 다양화 유지는 식량 안보와 직결됐다”라고 말하고 있다.

    가뭄과 질병과 같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기초 재료로 사용돼야 하는 식물이 다양해야 새로운 품종을 개발할 수가 있어서다.

    씨앗은 단순히 ‘먹을거리’를 위한 게 아니라 의약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기 때문에 종자 유지는 꼭 필요한 일이다. 또 요즘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로 작물 분포가 급격히 변하고 멸종할 확률이 높아지면서 스발바르 국제 저장고의 중요성이 더 강조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강낭콩, 귀리, 녹두, 밀, 벼, 보리, 완두 등 토종 종자 1만 3000여 개를 보관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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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알다시피 씨앗은 적당한 온도와 수분, 햇빛이 갖춰지면 싹을 틔우기 마련이다. 싹이 아닌 씨앗 상태로 보관해야 의미가 있는데, 어떤 식으로 보관을 하는 걸까?

    먼저 씨앗을 6~8% 건조하고, 산소와 물기를 제거한다. 발아를 막기 위한 단계다. 그리고 밀봉된 봉투에 넣는다. 수분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네 겹의 알루미늄 패킷 안에 넣어 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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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낮은 온도에서 씨앗 상태를 유지하면 오랜 기간 보관이 가능하기 때문에 영하의 상태에서 씨앗을 얼린다. 영하 18도. 과냉각 상태에서 종자를 보관해야 발아를 억제할 수 있다.

    북극에 이 보관소를 만든 데엔 이런 이유도 있다. 재단은 만약 예비 전력이 작동하지 않더라도 몇 년간 얼어있는 얼음이 영하의 온도를 유지해 줄 거라고 추정했다.

    보관할 씨앗을 바로 영하 18도에 보관하는 건 아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갑작스러운 환경 변경에 생명력을 잃을 수도 있어서다. 1~2시간 정도는 0도에 보관해뒀다가 온도를 서서히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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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장된 씨앗은 냉각시설이 계속 유지가 된다면 적어도 200년 길게는 몇 천년을 보관할 수 있다.

    이렇게 많은 재산이 들어있는 저장고가 열리는 일은 흔치 않다. 각국에서 제공받은 보관 용도의 씨앗이 들어가는 걸 제외하고는 씨앗이 다시 반출되는 일은 없었다. 때문에 이 저장고가 실제로 쓸모가 있는 것이냐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꽤 있었다. 자세한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매년 유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장고의 쓸모가 증명된 일이 있었으니, 바로 시리아 내전이다. 전쟁으로 종자가 훼손됐고, 내전으로 레바논에 저장된 종자를 다른 국가에 나눠줄 수 없게 되자 저장고에 SOS를 요청한 것이다.

    SBS

    국제건조지역농업연구센터(ICARDA·개발도상국의 농업 기술 발전을 돕는 국제기구)는 보관된 325상자의 씨앗 중 일부를 돌려달라고 요청했고, 재단은 이를 받아들여 저장고의 문을 열었다.

    세계작물다양성재단은 “이런 방식으로 세계 생물 다양성을 지키는 일은 이 저장고의 목적에 정확하게 부합한다”라면서 저장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하지만 이 단단하고 견고한 저장고에도 최근 문제가 생겼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WEF

    지난해 7월, 저장고가 있는 입지가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기이한 폭염이 해당 지역의 얼음을 녹이고 있다면서 기온이 21.7도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기상연구소는 “1979년 21.3도를 기록한 이후 역대 최고 기록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평년 기온은 5~8도였다고 덧붙였다. 이상 온도는 비단 스발바르만의 일은 아니었다. 시베리아 역시 기온이 38도를 넘어섰다.

    환경 전문가들은 북극의 지구 온난화가 나머지 부분보다 2배 빠른 속도로 발생하고 있단다. 과학매체 Sciencealert에 따르면, 북극의 영구동토층이 빠르게 녹고 있다. 영구동토층은 오랜 기간 토양 온도가 0도 이하로 유지된 땅을 말한다.

    Global Seed Vault

    기온 변화에 재단과 노르웨이 정부도 바빠졌다.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출입구로 물이 유입되는 일까지 발생한 것. 설계 당시 빙하가 녹아도 침수되지 않도록 건설하긴 했지만, 창고가 설계된 지반(영구동토층) 자체가 녹는 건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다행히도 종자가 손상되진 않았지만 터널과 외부 배수관에 방수 벽을 새로 설치해야 했다. 노르웨이 정부는 변압기의 위치를 재배치해 온도를 낮추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발바르의 얼음처럼 차갑고 단단한 곳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라면서 현재의 기후 위기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여름마다 이런 불상사가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전다운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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