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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갑, 잘 가! 모바일 운전면허증 어서 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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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갑의 존재 이유를 고민해야 할 시기가 됐다. 한때 지갑 가득 현금을 넣고 다니는 건 부의 상징이자 일종의 플렉스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은 의아한 행동쯤으로 비친다. 아니면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으로도 보여진다. 동전은 찾아보기 힘들어졌고 쿠폰과 카드가 빼곡히 들어찼던 모습도 사라졌다. 그나마 아직은 신분증과 자주 쓰는 카드 한두 장 정도는 가지고 다녀야 한다. 그런데 지갑 속 공간은 더 늘게 생겼다. 실물 신분증을 디지털로 대체하는 계획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당장 관심이 쏠리는 곳은 모바일 운전면허증이다. 정부는 2021년 말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2019년 ‘디지털 정부혁신 발전계획’에서 발표했던 2022년보다 1년 더 앞당겨 수정된 계획이다. 이제 2021년이다.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는 모바일 공무원증을 우선 도입해 안전성을 검토하고 문제가 없다면 연말에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발급하게 된다.

    모바일 운전면허증의 장점은 실물 운전면허증을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일단 분실 위험이 줄어든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7년 운전면허증 분실 건수는 104만 건을 넘었다. 혹시라도 스마트폰을 분실하거나 도난당하더라도 실물보다는 더 안전하다. 대부분 스마트폰을 비밀번호나 지문 등으로 잠가놓고 있으며 원격으로도 기기를 제어할 수 있다. 항상 소지하는 스마트폰에 디지털 형태로 이식되다 보니 물리적인 공간을 차지할 일도 없다.

    (출처:도로교통공단)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모바일 운전면허증 도입으로 지갑 없는 시대를 앞당겨 운전면허증이 범죄에 악용되거나 재발급 비용을 발생시키는 일은 사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모바일 운전면허증이 벌써 나왔다고 알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온 건 맞지만 진짜 모바일 운전면허증은 아니다. 지난해 7월 나온 모바일 운전면허증은 정확하게는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 서비스’다.

    정보통신기술(ICT) 규제샌드박스로 인해 민간 기업도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 서비스 시작하는 길이 열렸다. SK텔레콤, KT, LGU+ 이동통신 3사는 모바일 본인 인증 시스템을 통해 등록한 모바일 운전면허증이 기존 운전면허증과 동등한 효력이 부여되도록 임시허가를 받았다. 지난해 7월부터 이동통신 3사가 만든 PASS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다.

    이동통신 3사 이후 임시허가를 획득한 네이버, 카카오, 한국정보인증, 신한카드, 아이콘루프와 같은 후발업체도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일부 업체는 개발을 완료했음에도 제도적 문제와 의견 대립으로 서비스를 시작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경찰청 서버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이동통신 3사가 구축해놓은 기존 시스템을 거쳐야 하는데 후발업체들은 통신사가 시스템 사용료 요구를 들어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정부에서 올해 말에 출시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엄연히 다르다. 현재 PASS의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 서비스는 앱을 통해 경찰청에서 받은 정보를 가져와 운전면허 사실 여부를 따지다 보니 실시간 갱신이나 업데이트는 불가능하다. 편의점이나 운전면허시험장으로 사용도 제한적이다. 앞으로 국내 항공 탑승 등 사용처는 확대될 예정이다.

    어디까지나 실물 운전면허증에 종속적인 존재다. 실물 카드가 발급된 상태여야 하며 실물 카드를 분실하거나 신고, 재발급하면 효력도 정지된다.

    카카오와 네이버가 준비하는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 서비스 (출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부의 모바일 운전면허증은 실제 카드와 차이가 없다. 일단 실물 운전면허증을 발급하지 않고 디지털로만 발급하는 것이 가능하다. 필요하다면 실물과 디지털 둘 다 발급할 수도 있다.

    둘의 차이는 기술에서도 구분된다.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 서비스는 통신사가 구축해놓은 시스템을 통해 경찰청 서버에 운전면허증 정보를 전송하며 일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실물 카드에 존재하는 주민등록번호나 주소와 같은 중요 정보도 빠져있기에 필수적인 과정이다.

    정부의 모바일 운전면허증에 적용되는 기술이 있다. 바로 블록체인 기반 기술인 DID(Decentralized Identity)다. DID는 기존 정부나 기관과 같은 중앙에서 관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사용자 기기에 저장해두고 사용하는 본인 인증 기술이다. 중앙집중형에 가까운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 서비스와는 반대된다. 신원정보를 사용자가 직접 관리하게 돼 기업에 내 정보를 제공할 일도 없어진다. 물리적인 운전면허증을 완벽히 대체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가 많이 봐왔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위변조가 어려워 향상된 보안을 제공하는 미래 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사실 생활하다 보면 운전면허증을 제시하는 일이 그리 많은 건 아니다. 모바일 운전면허증이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지금 나와 있거나 서비스될 예정인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 서비스도 경쟁력은 있다. 각종 혜택이나 높은 앱 범용성 등 더 높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모바일 운전면허증 못지않은 확장을 기대해볼 수 있겠다. 물론 서비스 제공 업체가 제휴한 곳에 따라 사용처에 차이는 보일 것이다.

    지갑도 디지털 지갑이 나오는 시대. 언젠가 우리는 실물 지갑과 작별해야 한다. 동시에 디지털 운전면허증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모바일 운전면허증이 확산되기 전에 이를 뒷받침할 환경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사용자는 이미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가지고 있는데도 실물 운전면허증까지 동시에 들고 다녀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모바일 운전면허증 도입은 ‘전 지구적인 일’

    모바일 운전면허증은 전 세계 트렌드다. 해외에서도 모바일 운전면허증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호주는 모바일 운전면허증 도입에 발 빠르게 움직인 국가 중 한 곳이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는 2015년 11월 스마트폰 앱에 운전면허증을 저장해 실물 운전면허증을 대체하는 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2013년에 도로교통법 정비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후 시범 운영과 평가를 거친 뒤 2018년 법 개정을 통해 모바일 운전면허증의 효력을 인정했다. ServiceNSW 앱을 다운로드 받아 모바일 운전 면허증에 등록해서 사용한다. 실물 운전면허증과 동등한 효력이 부여된다. 경찰이나 사업자가 신분을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모바일 운전면허증 앱을 실행하면 QR코드를 인식해 신분을 확인한다. 주류 구매에도 모바일 운전면허증이 신분 증명 용도로 활용된다. 이뿐만이 아니라 낚시 면허나 주류 판매증 등도 디지털로 전환돼 이용되고 있다.

    ServiceNSW

    다른 주인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는 2016년 4월, 퀸즐랜드는 2019년 9월 운전면허증을 디지털 신분증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주는 2017년 말 디지털 운전면허증을 시작했다.

    미국에서도 모바일 운전면허증 도입을 준비해왔다. 루이지애나 주에서는 2016년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모바일 운전면허증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경찰, 공공안전부, 차량관리국은 공동으로 LA Wallet 앱을 개발해 운전면허증에 담긴 모든 정보를 그 안에 담았다. 앱을 이용하면 교통 검문 등에 활용할 수 있다.

    LA Wallet

    미국 내 다른 주도 모바일 운전면허증 시스템 구축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콜로라도, 아이다호, 메릴랜드, 와이오밍, 워싱턴 D.C.는 사이버보안 회사 젬알토(Gemalto)와 제휴했고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로부터 200만 달러 보조금 지원을 받아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 운전면허증 사업을 추진 중이다. 면허 세부 정보, 교통 정보 데이터베이스와 안전하게 연계되는 모바일 앱 개발이 목표다. 집 주소나 면허 번호와 같은 불필요한 개인 정보 노출 없이 바코드만 스캔하도록 하며 경찰 검문, 주류 구입, 카지노, 공항 출입 등에 사용되도록 설계한다.

    델라웨어, 오클라호마 등 35개 주에서도 프랑스 보안 솔루션 탈레스(Thales)와 함께 모바일 운전면허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플로리다주는 2021년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사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유럽에서도 모바일 운전면허증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영국 운전면허청(DVLA)은 2016년 5월 스마트폰에 이식하는 디지털 운전면허증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르웨이는 2019년 10월 1일 새 디지털 운전면허증 앱을 출시했다.

    덴마크는 2020년 11월 모바일 운전면허증 앱을 출시했다. 덴마크에서는 최초로 디지털화된 신분증으로 기록됐으며 올해는 의료카드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코소보는 2018년 2월 세계 최초 전국 단위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출시를 발표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나유권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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