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기술] (21)12g 짜리 화장실, 비료는 덤

- Advertisement -

아무 데나 X 싸지 말고 여기다 싸는 건 어때요?

화장실이 없는데 어찌할까. 아프리카 일부 등 빈곤 국가에는 화장실을 찾아보기 힘들다. 가정마다 화장실이 설치돼 있는 우리와는 딴판이다. 경제적 어려움이 많다 보니 화장실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 한 가정 안에 한 개의 화장실은 어불성설이고, 여러 명이 같이 사용하는 공중 화장실도 절대적으로 수가 적다. 일부 지역에서는 수백 명이 하나의 공중 화장실을 사용한다고 한다.

긴 도랑에 배변하기도 하는데, 사실상 화장실이라고 부르기도 힘들다. 그저 물이 흐르는 곳 어드메 볼일을 볼 뿐이다. 공중 화장실이 번잡하면 사람들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 대충 일을 본다. 그나마 조금 신경 쓴다면 비닐봉지에 볼일을 보고 안 보이는 곳에 버려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위생 관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공중 화장실의 대소변은 흘러 흘러 가까운 내나 강에 섞여 들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 물을 생활용수로 사용한다. 어떨 때는 식수로 마시기도 한다.

대소변에 오염된 물을 마시면 건강에 치명적이다. 세계 인구 가운데 18억명이 배설물로 오염된 물을 마신다고 한다. 대소변에 있는, 그리고 추가적으로 발생한 병원균 때문에 각종 감염병에 노출되기 쉽다. 설사병이 대표적이다. 비 위생적 환경으로 설사병에 걸린 아이들(5세미만) 수십만~수백만명이 죽어 나간다. 1년 기준이다.

오염뿐만 아니라 범죄에도 노출된다. 대부분 여성 대상이다. 밤늦은 시간 볼일을 보기 위해 공중 화장실을 찾은 여성을 노린 성범죄도 만연하다. 자연스러운 생리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상황이다.

비닐봉지에 배변하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이 또한 임시방편이다. 버려진 배변 비닐봉지를 관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곳곳에 싸인 봉투가 터지거나 한다면 역시 지역 생태계를 오염시킨다. 무엇보다 썩지 않는다. 배설물이 자연에 방치되면 분해되는데 2~3년의 시간이 걸린다. 비닐봉지에 담긴 배설물은 분해의 기약이 없다.

이런 배설물 지옥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제시한 사람이 있다. 스웨덴 건축가 안데르 빌 헬손이다. 그는 한 빈민가에서 사람들이 비닐봉지에 배변을 보고 아무 데나 버려두는 것을 목격했다. 당연히 그 빈민가의 위생 상태는 최악이었다. 그는 어떻게 하면 배설물로부터 빈민가의 위생을 지킬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 결과물이 ‘피푸(PeePoo)’ 백이다.

아주 단순한 이름이다. 소변을 뜻하는 ‘피(Pee)’, 대변을 의미하는 ‘푸(Poo)’를 합쳐 놓았다. 이름만큼이나 피푸 백 구성도 단순하다. 겉으로 보면 두 겹의 봉투일 뿐이다. 정확히는 2겹의 외부 봉지와 1겹의 봉지로 구성돼 있다.

외부 봉지 기준으로 크기는 폭 15cm, 길이 38cm, 무게는 12그램에 불과하다. 안에 있는 녹색 내지를 뽑아 둥글게 말아 사용한다. 입구를 넓혀 배변을 보고 내지는 돌돌 말아 외지 안에 밀어 넣는다.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외지를 묶어 버리면 된다. 지금까지는 두 겹 비닐봉지에 배변하고 버리는 것과 진배없다.

피푸 백의 핵심은 두 가지다. 봉지 소재와 안쪽 봉투에 발린 요소다. 우선 봉지 소재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다. 퇴비화 포장재에 관한 유럽 표준 ‘EN 13432’를 준수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다. 알리파틱 아로마틱 코폴리에스터(Ecoflex)와 폴리라틱 에시드로 이뤄졌다. 알리파틱 아로마틱 코폴리에스터는 생분해성 조성물이고 폴리라틱 에시드는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친환경 수지다. 왁스와 라임 첨가물이 약간 섞여 있다.


생분해성 친환경 소재 덕분에 피푸 백은 자연에 노출됐을 때 신속히 분해된다. 피푸 백을 만드는 피플레(Peepoople)에 따르면 2~4주면 분해가 어느 정도 분해 작업이 끝난다고 한다. 분해된 피푸 백은 이산화탄소, 물, 메탄가스 등이 된다.

이 봉투 소재의 무게가 6그램이다. 나머지 6그램이 바로 요소(Urea)다. 소변 속 질소 화합물인데, 1828년 인공적으로 합성에 성공했다. 이 요소 파우더를 안쪽 봉투(녹색)에 발라뒀다. 요소의 역할은 배설물에 있는 병원균을 억제하는 것이다. 요소가 대변이나 소변과 접촉하면 병원균을 무력화할 수 있다. 아무 데나 싼 대소변보다 위생적이란 의미다.

양동이에 피푸 백을 씌우고 볼일을 본 뒤 묶어 버리면 된다. 물은 손 씻을 때만 필요하다. 피플레는 피푸 백을 씌워 사용하기 좋은 180그램의 작은 용기도 키트로 개발했다.

피플레는 피푸 백 전용 키트 외에도 학계와 협력해 다양한 키트 디자인을 연구 개발 중이다. 피푸 백을 씌워서 사용하는 이 바스켓(키트)는 피푸 백 편의성을 극대화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접근성을 높이는 취지인데, 불편한 적정 기술은 외면 받기 쉽기 때문이다.

대소변이 담긴 피푸백이 어느 정도 분해되면 비료로 사용할 수도 있다. 오래 묵혀둬야 인분을 비료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과는 다르다. 피푸백의 요소들이 배설물을 비료에 적합한 물질로 탈바꿈 시켰기 때문이다. 비료는 빈민 국가의 농업 활동에 도움을 준다.

개발 도상국에서는 비료가 많이 필요하다. 개발 도상국에서는 농사를 짓더라도 생산량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과실이나 곡식을 수요에 맞게 수확하기 힘들다. 비료가 부족한 경우도 태반이다. 피푸 백이 분해되면서 비료로 탈바꿈하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유통 체계만 잘 갖추면 사용 후 피푸 백 자체를 판매할 수도 있다.

위생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다.

피플레는 2006년부터 피푸 백 프로젝트를 가동, 케냐와 방글라데시 등 국가의 지역 공동체에 피푸 백을 공급했다. 그 사용성을 검증하기 위해서다. 2009년에는 독일 대외기술협력기구(GTZ)로부터 피푸백 효과를 인증받았다. 피플레는 공급 국가를 점차 확대하고 있다. 안데르 빌 헬손은 피푸 백 개발 당시 가격을 3센트로 책정했다. 1센트는 보증금이다. 사용한 피푸 백을 수집소로 가 돌려주면 1센트를 돌려받는 방식이다. 수집소에서 피푸백을 비료로 만들어 공급하면 된다. 단순히 위생 관리뿐만 아니라 지진 등 재해·재난 지역에서도 일회용 화장실로 활용할 수 있다.

안데르 빌 헬손은 말했다. “빈민가의 위생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유연하고 단순해야 한다” 적정 기술로 피푸 백이 주목받는 이유기도 하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권동준

tech-plus@naver.com

*네이버 테크 구독하기*

*테크플러스 텔레그램 구독하기*

- Advertisement -

Related Stories

Enable Notifications    OK No than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