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기술] (30)사탕수수 숯의 건강과 환경 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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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하기 위해 도시가스와 연결된 가스레인지를 켜는 것이 익숙하다. 최근에는 전기를 이용한 인덕션도 인기다. 대부분 집안에서 요리를 하는데, 가스와 전기 등을 이용하기 때문에 연기가 발생하지 않는다. 집 안에서 요리할 때마다 연기가 나는 것도 큰일이다.

그러나 일부 개발도상국에서는 땔감을 이용한다. 가스와 전기와 같은 연료, 에너지 공급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나 남미의 빈민촌이 대표적이다.

땔감을 구하는 것부터 문제다. 주변에 나무가 많지 않을 경우 수~수십 km를 걸어가 땔감을 구해야 한다. 대부분 여성과 아이들의 몫이다. 땔감 수급이 용이하지 않은 경우 대규모 벌채도 이뤄진다. 나무의 수는 지속적으로 줄면서 환경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국가에서 벌목을 금지하기도 하지만, 이들은 생존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다. 가령 아이티 같은 나라에서는 과거 음식 조리를 위해 매년 520만톤의 나무를 잘라냈다. 국토의 산림 대부분이 파괴됐다.

땔감을 직접 구매하기도 한다. 그나마 여유가 있을 때 일이다. 땔감을 사는데 소득의 상당량을 지출한다. 일부는 한 끼 식사 비용보다 연료 비용이 더 많이 들기도 한다. 빈곤의 악순환이다. 연료를 얻는 과정이 이렇게 고되다.

어렵게 땔감을 구했다고 하자. 가정 내에서 요리를 하거나 난방을 위해서 나무에 불을 붙여야 한다. 나무는 물을 머금고 있다. 수분 외에 탄소와 수소, 섬유질도 있다. 대부분 나무는 이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연소 과정에서 연기를 많이 발생시킨다.

요리를 하는 사람은 이 연기를 쉽게 피할 수 없다. 결국 연기를 마시며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폐 손상이 우려되는 이유다. 이런 과정 역시 대부분 여성이 맡는다. 힘들게 나무를 구해서 불을 피우고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 전체가 여성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건강과 환경을 위협하지만 당장의 생존을 위해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해결 방법은 없지 않았다. 연료를 바꾸면 문제의 상당 부분을 개선할 수 있다. 바로 숯이다. 숯은 나무 등을 불완전 연소 시켜 만든 고순도의 탄소 덩어리다. 이물질은 대부분 연소되고 탄소가 남아 있는 것이기 때문에 숯을 태우면 연기를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다. 나무를 태울 때보다 열효율도 좋다. 집안에서 요리할 때 연료를 숯으로 대체하면 건강과 열효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이제 의문이 생긴다. 그렇다면 숯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우선 원료를 찾아야 한다. 정답은 세상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사탕수수다. 아프리카에서도 상당량의 사탕 수수를 재배한다. 사탕 수수에서 설탕을 추출하고 나면 잔여물이 생긴다. 사료로도 쓰기 적합하지 않아 폐기되는 대표적인 농업 쓰레기다. 많은 경우 사탕수수 밭 전체를 태워버린다.

이 사탕 수수를 이용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숯을 만들 수 있다. 단순히 태워서는 안되기 때문에 숯 제조기기가 필요하다. MIT D-Lab에서는 손쉽게 사탕수수로 숯을 만드는 제조기기가 대표적이다. 이 숯 제조기 또한 적정기술로 주목받았다.

우선 드럼통 바닥에 구멍을 뚫는다. 초반에 공기가 잘 통하게 하기 위해서다. 이제 사탕수수를 넣고 불을 붙이는데, 어느 정도 타기 시작하면 윗부분을 밀봉해 공기를 차단한다. 앞서 언급했듯 숯은 불완전 연소를 시켜야 하기 때문에 공기가 들어와서는 안된다.

불완전 연소가 완료되면 사탕수수가 숯이 된다. 나무와 달리 조직이 연해 가루 형태의 숯이 된다. 사용하기 용이하지 않다. 그래서 이 숯 가루를 뭉쳐주는데, 열대 지방 구황작물로 잘 알려진 카사바 가루를 섞어 반죽한다. 덩어리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후 프레스 기계로 압축해 조밀한 고체 덩어리로 만들면 끝이다.

사탕수수 폐기물로 만들기 때문에 생산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유통되는 사탕수수 숯 가격도 저렴할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자체적으로 만들 수 있다. 많이 생산할 때는 한 가정에서 하루 100kg의 숯을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숯이다 보니 연기가 많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용자, 특히 여성은 호흡기 질환의 위험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어차피 소각할 사탕수수를 활용하기 때문에 대규모 벌목도 막을 수 있다. 건강부터 환경까지 고려한 적정기술이다.

이러한 사탕 수수 숯은 MIT D-Lab의 ‘수확 연료 이니셔티브(Harvest Fuel Initiative)’, ‘숯 프로젝트(Charcoal Project)’ 등 단체와 활동가들이 확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사탕 수수 이외의 재료를 통한 실험과 숯 제조기기, 프레스 기기 등의 개선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다만 이 사탕수수 숯이 언제나 성공적인 것은 아니었다. 일부 확산 실패 사례도 등장했다. 사탕수수 폐기물을 얻을 수 있는 시기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 같은 노동력을 다른 곳(농장 등)에 집중했을 때 수익이 더 크다는 점도 사탕수수 숯 확산을 가로막은 요인이다. 각 가정에서 사탕수수 숯을 생산하기에는 너무 소량인 것도 사탕 수수 숯을 적정 기술로 활용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권동준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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