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기술] (33)말라리아를 찾는 종이 현미경 ‘폴드 스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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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초에 한명. 아프리카 전역에 열대열 말라리아로 사망하는 어린이의 수라고 한다. 인류 역사상 가장 사람을 많이 죽인 요인으로 모기가 유명하다. 특히 아프리카 경우 열악한 환경 탓에 말라리아 감염을 막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열대열 말라리아보다 순하다고 하는 삼일열 말라리아가 있다. 감염되는 사례는 적은 편이지만 그래도 매년 600~700명의 환자가 발생한다.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서는 감염 후 치료도 중요하지만, 진단도 필수다. 말라리아에 걸렸다는 것을 확인해야 치료도 가능하다. 모든 병이 그렇다. 말라리아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 중 혈액 속 말라리아 원충 존재 여부를 파악하는 방식이 있다. 혈액을 채취해 현미경으로 그 안에 있는 말라리아 원충을 보는 방법이다. 말라리아 원충을 볼 수 있는 현미경이 워낙 고가다 보니 아프리카의 빈민 국가에서는 의료용으로 도입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 스탠포드대학 생물공학과 교수인 마누 프라카시도 이 문제를 고민했다. 인도 출신인 그는 어릴 적부터 질병에 관한 관심이 많았다. 고향에서 원인도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죽는 이들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드는 것이 꿈이었던 마누 프라카시는 교수가 된 뒤 저렴한 비용으로 각종 기생충을 볼 수 있는 현미경을 고안했다.

그는 고가의 현미경에서 꼭 필요한 부분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저가의 재료로 대체하고자 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폴드 스코프다. 종이 현미경이다.

상을 볼 수 있는 렌즈와 배터리, LED 등 저가의 부품으로 구성됐다. 기본 틀은 종이다. 종이를 접어서 렌즈 간 거리를 유지할 수 있다. 초점도 종이 슬라이드를 상하좌우로 밀면서 맞추면 된다.

단순 광학식 현미경이 아니다. 자외선을 비춰 형광을 내는 원리를 이용한 형광 현미경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투사형 현미경과 편광 현미경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상을 촬영할 수도 있다. 상의 미세한 부분을 식별할 수 있는 분해능은 0.0001 mm다. 초기 모델은 말라리아 원충뿐만 아니라 대장균도 확인할 수 있었다. 프로토타입을 대량 생산할 시 생산 비용은 1달러 수준으로 예상됐다.

양산형은 조금 다르다. 실제 예상했던 것보다 소비자 가격이 조금 높아졌다. 약 3달러 수준이다. 분해능도 0.001mm 정도다. 현미경 활용법은 눈으로 직접 보는 것과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법, 빛을 투영하는 방식으로 3가지가 있다.

눈으로 직접 샘플을 보기 위해서는 양손으로 폴드 스코프를 잡고 눈에 가까이 대면 된다. 밝은 곳에서 볼수록 잘 보인다. 이미지 초점이 맞을 때까지 손가락으로 렌즈 주변부를 움직이면 된다. 스마트폰 렌즈 부분에 부품(케플러)를 장착한 뒤 폴드 스코프를 통해 상을 기록할 수도 있다. 스마트폰의 손전등 기능으로 빛을 쏘아 프로젝션처럼 활용할 수도 있다. 유리 슬라이드에 샘플을 끼워 폴드 스코프로 볼 수 있다.

초기 제품과는 조금 달라진 대신 폴드 스코프를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마누 프라카시 연구팀은 폴드 스코프를 활용해 다양한 연구 활동과 교육을 펼치고 있다. 각종 기생충 관찰이 대표적이다. 라오스에서 타이간 흡충을 관찰하는 연구를 진행하는가 하면, 가나에서는 빌하르츠 주혈흡충을 관찰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농업 분야에서는 폴드 스코프를 이용해 꽃가루 등 물질에서 2차 대사산물을 검출하는 연구도 성공했다. 스마트폰을 부착해 자궁경부 세포 검사를 진행하며 성능 평가를 하기도 했다.

폴드 스코프는 무엇보다 교육용으로 가치가 뛰어나다. 저렴한 가격으로 현미경을 학생들에게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 실습 용도로 DIY 현미경을 제작해 활용 가능하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권동준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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